점치는 아이에게

- 지필고사 감독을 하다가

by 글쓰는 민수샘

점치는 아이에게


긴 머리를 갈색으로 물들인 여학생이

시험지 빈칸에 원을 그리고 다섯 조각으로 자르더니

1에서 5까지 피자 토핑처럼 하나씩 얹어 놓는다

그 위에 사인펜 뚜껑을 다시 올려놓고

팽그르르 돌리면서 점을 친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옅은 미소를 짓더니

펜을 들고 다시 문제를 풀다가

엎드려 잠을 잔다


무슨 묘약을 마셨는지 참 행복해 보이는 잠이다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을 찾았다는 듯이

아이의 머리 위로 잔뿌리들이 중력을 뚫고 일어선다



- 25. 05.03. 글쓰는 민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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