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선생님들과 함께 한 연수 후기
1995년 가을,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을 처음 봤다. 복학하고 첫 학기를 보내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 몰라 이 거리와 저 거리에서 많이 헤매었다. 그런 나에게 '중경삼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는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배우 왕페이가 부른 '몽중인(夢中人)'도 내 인생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되었다.
2025년 5월 30일 오후, 나는 '몽중인'이 들어 있는 홍콩 영화 OST를 들으며 인천으로 향했다. '혁신학교 교사의 행복한 배움과 성장 이야기'를 주제로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 연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에듀테크나 진로·진학 관련 연수에 밀려 흘러간 유행가가 돼버린 듯한 혁신교육을 주제로 초대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다.
연수할 학교에 도착하니 정성껏 만든 안내 포스터들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용인에서 인천까지 1시간 조금 넘게 걸렸을 뿐인데, 만나는 선생님마다 먼 길을 오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하셨다. 연수 장소에 들어서는 표정도 다들 밝아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경청하고 호응해 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선생님들이 끝까지 집중해 주셨고, 그래서 조금 더 일찍 끝내지 못한 것이 옥의 티(?)였다. 그리고 대여섯 분이 나에게 저자 사인을 요청하셔서 '이것은 꿈이야. 꿈일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생은 교사로 행복하게>를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 말씀이 고마웠고, <교육에 진심입니다>를 가지고 온 분도 계셨다. '아마 곧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운 책이 될 것 같아요'라는 농담 아닌 진담과 함께 서명을 해드리고 나서 구름 위를 걷듯 학교를 빠져나왔다.
이번 연수에 나를 초대해 주신 선생님은 내게 따끈따끈한 저서와 피로 회복 드링크를 선물해 주셨다. <책으로 즐거운 두근두근 책놀이>라는 책인데, 주말에 읽어보니 내용이 알차고 친절해서 좋았다. 수업에 활용하고 싶은 독서 활동이 너무 많았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올 때도, 카페에서 선물 받은 책을 읽으며 따뜻한 여운을 즐길 때도 왕페이의 '몽중인'을 다시 들었다. 가사를 찾아보니, 인천 선생님들을 만나고 온 마음을 그대로 옮긴 듯한 구절이 있어서 신기했다. 학교에서 답답하고 쓸쓸한 기분이 들 때면, 효성고 선생님들께 받은 환대를 구론산처럼 꺼내 마셔야겠다. 한바탕 멋진 꿈을 꾼 나도 누군가의 '몽중인'이 되어 환대를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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