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오십견(五十肩)이 미웠다
오른손이 안 올라가서 씻지도 못할까 봐
젓가락이 허공을 휘젓고
옷을 입다가 휘청일까 봐 무서웠다
몇 달이 지나자 묵직하고 저린 통증이 아니라
어깨에 얹어 건너온 오십 년이 보였다
그 힘에 얹어진 손목으로
무엇을 잡지 못했나, 무엇을 모질게 후려쳤나
어깨를 돌리며 기억의 동굴을 헤맸다
손끝을 스쳐 간 수많은 인연이
관절이 펴지듯 저마다 앓는 소리를 냈다
오십이 넘어 찾아오는 아픔은 멈춤이라고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의 톱니바퀴를 다시 맞춰 보라고
이제는 오십견(五十見)이 나에게 묻는다
통증이 사라져도 어깨 위에 물음을 털어내지 않겠다
-2025. 06. 08. 글쓰는 민수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