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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과 청설모로부터

by 글쓰는 민수샘

수달이 물에 빠져 죽는 것이 가능할까

허우적대는 녀석을 처음 봤을 땐

학교 안 연못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

사진 찍기에 바빴다

꽤 멀리 있는 저수지에 온 수달이

비단잉어를 잡아먹다가

탈출하지 못하고 저러고 있다고 재밌어 했다


수달의 수영 실력을 감상하다가

녀석이 등을 보이고 떠오르자

우리는 황급히 나뭇가지를 찾았다

가지 끝에서 전해지는 싸늘한 무게

청설모의 발톱은 날카로움을 잃고

꼬리는 버려진 붓처럼 고요했다


청설모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이 어려울까

어떤 허우적이든 비웃지 않는 것이 어려울까



- 2025. 06. 13. 글쓰는 민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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