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11월 이야기 (2)
어느 조직이나 단체도 11월이 되면 1년을 돌아보는 평가를 시작합니다. 학교도 교원능력평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고, 교사들은 상호평가를 합니다. 또 자체적인 학교평가도 진행합니다.혁신학교의 평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좀더 역동적이고 급진적(?)인 것 같습니다. 성과도 공유하지만 개선하거나 폐지할 것들에 대해서도 토론을 많이 하지요.
그 결과 부서 체계를 바꾸거나 교육활동의 방식이나 영역을 수정합니다. 그러나 가장 뜨거운 주제는 매년 '학생 생활교육'입니다. 여러 가지 지도방법을 동원해도 "매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그 얘기가 그 얘기다, 같은 내용이 맴돈다"라는 의견이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오지요.
그런데 학교는 원래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매년 평가가 이루어지고 다음 년도의 목표를 향해 진군한다면 학교는 어떻게 바뀔까요? ^^;
"올해 우리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계속 자는 아이들이 작년에 비해 28명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교사에게 대들었던 학생중 90%가 학교를 떠났고 흡연하는 학생도 50%가 줄었습니다. 내년에는 자는 아이들은 10명 이하로 줄이고, 대드는 학생과 흡연하는 학생 제로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학교에는 매년 새로운 아이들이 입학하고, 학부모도 새롭게 구성되고, 교사도 바뀌고 교장선생님도 새로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도 바뀌도 교과서도 바뀌고 수업이나 평가 방식도 바뀝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저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하기도 하고 지독하게 변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대도시 공립학교처럼 학교에 지각하지 않거나 성적이 오르면 돈을 주거나, 북한처럼 학교를 무시무시한 군대식으로 바꿀 수도 없지요.
그래서 학교 평가에서 생활교육을 논의할 때도 긴 호흡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기본적인 절차는 지키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과의 만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다른 학생들이나 교사에게 주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다면, 획기적인 대책보다는 쭉 해오던 교육활동을 더 내실있게 진행하고 수치로 나타나는 결과보다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대화와 이해, 노력 과정을 깊이있게 성찰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성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혁신학교는 '학교평가의 날'이라고 하지 않고 '성장나눔의 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000년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기록처럼, 학교는 매년 입학하는 아이들의 버릇을 완전히 고치는 곳이 아니라, 왜 그런 버릇이 생겼고 잘 고쳐지지 않는지를 같이 고민하고 고칠 수 있게 도와주는 곳입니다. 그만큼 학교 교육은 어렵지만 가치 있는 활동입니다.
끝으로 학교 평가는 교사 한 명 한 명의 자기 평가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든 교사가 사안마다 똑같이 대응하는 매뉴얼이 큰 의미가 없듯이, 자신의 수업과 학급운영을 평가하는 설문지도 저마다의 철학을 담아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매년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비슷한 대답이 나오지만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배움과 성장은 다 다릅니다.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교사의 삶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