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와 조커가 덴마크에서 태어났다면

- 옹산시, 고담시 그리고 코펜하겐 이야기

by 글쓰는 민수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마지막회를 보며 주책맞게 흐르는 눈물을 티슈 세장으로 겨우 막아냈어요. 영화 <조커>를 보면서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고요. 학교에서 아이들과 덴마크의 행복을 다룬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을 읽은 때문인지,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옹산시의 동백이와 고담시의 조커(아서 플렉)이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태어나서 자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제 생각에는, 동백이는 용식이를 만나지 못했겠지만 엄마에게 버려지지 않고 행복한 유년 생활을 보냈을 것이고, 조커는 고담시 민중들의 영웅이 되지는 못했겠지만 코미디언이 되어 어머니와 함께 그럭저럭 큰 걱정 없이 살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코펜하겐에는 있고, 옹산시와 고담시에는 없는 것은 무었일까요? 그것은 바로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국가'입니다.

물론 개인의 모든 불행을 국가가 나서서 용식이나 배트맨처럼 지켜줄 수는 없습니다. 코펜하겐에 살았더라도 동백이나 조커나 아빠 없이 엄마와 단둘이 살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제도와 이웃을 챙겨주는 공동체가 살아 있어서 동백이와 조커를 큰 불행으로부터 지켜주었을 것입니다.

덴마크는 아기가 태어나면 만2세까지 가정방문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아이의 발육상태나 건강, 아동학대 등을 체크한다고 하네요. 문제를 발견하면 관련 기관과 연계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지요. 국가라는 든든한 감시자와 후원자가 버티고 있어서, 개인적인 불행이 극한 절망으로 변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지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국가(공동체)가 아이를 키운다'는 신념이 상식이 되고 있습니다. 검색해보니, 덴마크는 모든 아이가 있는 가정에게 만2세까지는 3개월마다 237만원, 만6세까지는 213만원, 만17세까지는 168만원씩 지급합니다. 동백이처럼 "엄마, 배고파"하고 우는 아이도 없고, 조커처럼 가정에서 학대 받아 정신적 상처를 받을 확률도 매우 낮겠지요.

책을 통해, 어쩌다 발견한 덴마크의 행복비밀은 사실 간단한 것이었어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위를 지켜주기 위해서 인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큰 불행을 막아주고, 저마다의 개성과 능력에 맞게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의료비와 교육비가 무료이고 주거비도 큰 부담이 없다고 합니다. 저소득층 국민들은 30~40년 동안 저렴한 가격의 공공임대주택에서 안심하며 실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드라마 <동백꽃필 무렵>에서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향미(손담비)가 항상 가고 싶어했던 곳도 코펜하겐이었습니다. ㅠ.ㅠ

영화에서 조커는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들에게 방아쇠를 당깁니다. 자신을 무시했던 부유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이지요.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조커의 광고판을 동네 아이들이 장난으로 뺏어갔고, 쫓아온 조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이때의 분노가 수줍은 코미디언 지망생 아서 플렉을 광기의 살인마 조커로 만드는 폭약의 심지에 불을 붙인 것이지요.








덴마크 행복의 비밀은 복지제도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큰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인간답게 사는 사회는 각자의 행복을 위해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복지제도를 함께 떠받치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존중하고 신뢰하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직업의 귀천이 없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우받는 사회입니다. 광대로 분장한 아서 플렉을 조롱하고 광고판을 뺐어 달아나는 아이들이 생겨날 리가 없겠지요. 그러고보니 동백이까지 죽이려 했던 연쇄 살인범 '까불이'의 분노도 노동자, 기술자를 업신여기는 사람들 때문이었네요.

<동백꽃 필 무렵>의 마지막회가 끝나고 작가는 '이제는 당신꽃 필 무렵'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선물했어요. 이어서 '인생의 그 숱하고도 얄궂은 고비들을 넘어 매일 나의 기적을 쓰고 있는 장한 당신들을 응원'해주었습니다. 정말 고마웠고, 따뜻한 마음이 느꼈지만 앞으로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이런 응원을 받을 필요가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드라마나 영화를 못 보더라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 좀 심심하더라도 저는 코펜하겐 같은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을 우리 아이들이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학교로 출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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