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학생부 비교과 폐지 발표를 듣고 탄식하다

- 정시 40% 확대, 학생부 비교과 폐지 발표를 듣고

by 글쓰는 민수샘

'교육부의 서울 16개 대학 정시 40% 확대, 학생부 비교과 기록 폐지' 발표를 듣고 세 번 탄식했습니다.


첫 번째 탄식, 여전히 청와대와 교육부의 정치, 경제 논리가 교육의 본질과 아이들의 미래라는 가치보다 우선하는구나!

두 번째 탄식, 교육부가 친절하게 나열해준 '인서울 16개 대학'이 우리나라의 교육의 목표구나!

세 번째 탄식, 정치인이나 교육부 관료나 언론이나 정시확대가 초중고 교실과 사교육, 가정에까지 미칠 파장은 보지 못하고 '10%'를 단지 숫자로만 보는구나!


관련 기사에 댓글을 읽어보니 더 씁쓸해졌어요. '다들 참 확신을 가지고 쉽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직 교사를 제외하고는 다 교육전문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교육대학원에서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눴어요. 정시확대도 그렇지만 현재 중2때부터 자치, 적응, 봉사, 동아리 활동과 독서 기록의 대입 반영 폐지에 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올해 2학기 들어 검정고시를 보고 수능으로 대학에 가겠다고 자퇴하거나 자퇴를 고민하는 아이들이 늘었고, 지금 내신 성적으로는 '인서울'이 어려우니 정시에 올인하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해요. 학교 시험과 수행평가는 파업, 동아리나 자치, 봉사활동은 태업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저 역시 체감하고 있었고요.

아이들의 절실함은 공감하지만, '수업이 존재 이유'인 교사로서는 참 씁쓸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인서울을 못하면 루저 취급 받고, 소박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인 걸 아이들도 알지만, 눈 앞에 다가오는 시험을 거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생각을 정지시키고 문제풀이 공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내신, 수능 중에 하나를 택하는 죽음의 게임, 데스 매치 앞에 선 것이지요.

학생수 비교과를 없애고 학생부 종합전형을 축소했으니 속이 후련한 어른들도 많겠지요. 이제 아이들을 수능과 학교 시험으로 내몰고 더욱 '노오오오력'하라고 다그칠 일만 남았겠네요. 그러나 더 공정한 게임의 룰이 만들어졌는데 너희가 1등급을 받지 못 하면, 이제 모든 것은 너희 책임이라는 말은 제발 하지 마세요. 학벌주의, 수도권 집중, 빈부격차 등의 우리 사회의 모순은 아이들이 만든 것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정작 정시 비중이 늘어나자, 보수언론도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서 정부를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실제로는 정시 비중이 50%가 넘고, 강남과 특목고가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보도합니다. 참,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니 교사들 사이에도 냉소주의가 퍼질까 두렵습니다. 아예 정시 100%가 되어서 고등학교의 학원화, 교사의 강사화, 교직의 서비스화를 보여주자. 모둠활동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활동지를 만들어서 탐구하고 발표하는 수행평가를 힘들게 하지 말자. 아이들의 인성, 협력의식, 공동체 정신, 미래 역량은 이제 입에 담지도 말자고요.

네 번, 다섯 번 계속 밀려나오는 탄식을 막을 수 없는데, 주책 맞게도 <차이나는 클라스>와 <매불쇼>에서 들었던 중앙대 김누리 교수님의 강의가 떠오릅니다. 우리 아이들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공부 못하고 못 사는 친구들을 벌레처럼 여기지 않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을까요? ㅠ.ㅠ


"독일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표로 삼아요. 우리처럼 수월성 교육이 아니에요. 우리처럼 똑똑한 아이들로만 키우는 것이 아니에요. 그래서 독일에서는 예를 들어서 아이를 더 똑똑하게 키우겠다는 홈스쿨링을 허용하지 않아요. 두 번이나 헌법재판소에서 홈스쿨링을 시키겠다는 헌법소원을 기각했어요. 거기서 분명하게 표명을 해요. 남과 교감하는, 연대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을 키우는 것이 독일 교육의 목표지, 나만 똑똑한 그런 수월성 교육이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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