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기록을 불신하는 시대에 신뢰를 가르칠 수 있을까?

- 교사의 12월 이야기(1)

by 글쓰는 민수샘

교육부의 정시 40% 확대 조치는 결국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사건이 학생부 내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고, 드라마 <스카이 캐슬>은 부모의 힘으로 스펙을 채우는 모습을 통해 학생부 비교과 활동에 대한 회의를 깊게 했습니다. 1~2년 사이에 언론이 쏟아낸 학종의 문제점에 대한 기사도 수천, 수만 건은 될 듯 싶어요. 그 누군가가 열심히 일한 탓인지 1년여 만에 정시 30% 유지 방침은 뒤짚어졌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논술과 특기자 전형 인원을 줄여서 정시 선발 인원을 늘리고, 농어촌 등 기회 균형 전형을 확대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울대 모집인원 4000여명 속에 '내 아이가 들어갈 자리가 있을거야'라는 생각으로 유치원 때부터 학원버스에 태우듯이, '서울 16개 대학에서 늘어난 5625명 속에 내 아이도 들어갈 수 있을거야'하는 기대로 학원이 많은 동네로 이사가고, 학교에는 수능 대비 문제풀이 수업을 요구하고, 배움중심수업과 비교과 활동이 많은 혁신학교는 더욱 기피하게 될 것 같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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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대든 서울 소재 16개 대학이든, 아이가 노력하고 부모가 뒷받침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환상은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하지만 학교 시험과 수능 공부만 하면 되니 더 공정해졌다고 생각 속에서, '아이의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라는 학교 교육의 가치는 더욱 희미해져 증발해 버릴 위기입니다. 대신 사교육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강남 집값은 계속 오를 것입니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는 이런 장면도 나옵니다. 피라미드 가장 높은 곳에 못 오르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아버지 앞에서, 아이들이 피라미드 모형을 바닥에 던져서 부숴버리는 장면이지요. 피라미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예를 들면 소득격차 확대나 복지의 사각지대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기사보다 학종의 문제점을 다룬 기사가 더 많은 나라는 정상으로 볼 수 없겠지요.

저는 앞으로도 고등학교에서 계속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 과장하자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신뢰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당연히 저 혼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주변 선생님들과 진정한 배움이 있는 수업, 성장이 있는 수행평가를 고민하고 같은 반 아이를 소중한 친구로 만들어주는 평화로운 모둠활동을 함께 실천하고 싶습니다.

결국 믿을 것은 우리 아이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교사를 노력하지 않는 집단으로 매도하며, 퇴근하지 못하고 저녁에 남아서, 혹은 방학때 학교에 나와서 기록한 학생부를 불신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희망을 만들고 가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응원하고 어려운 탐구과제에 도전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교사가 먼저 아이들을 신뢰하며 교사가 부족한 점도 아이들에게 듣고, 아이들과 함께 피라미드를 걷어찰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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