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흥민을 쫓아갔던 번리 수비수들의 감정에 더 몰입되는 이유
대한민국의 자존심, 손흥민의 80미터 폭풍 드리볼 후 수비수 8명을 따돌리고, 골키퍼도 뚫고서 넣은 원더골을 저도 여러 번 돌려봤고 예술 작품을 보듯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른 선수를 따돌리는 압도적인 스피드, 공을 발 끝에 붙이고 상대를 제끼고 능력, 그리고 골키퍼의 위치를 파악해서 슈팅을 날리는 침착함까지, 축구선수로서의 모든 능력을 완벽하게 보여줬다고 하네요.
이영표 해설위원은 "내가 만약 손흥민을 막으려 달려간 선수 중 한명이었다면... 경기 뒤에 굉장히 비참함을 느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수비수라면 참담하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축구 선수, 그것도 공격수에게나 필요한 이러한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이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금방 감이 오시죠? 바로 '수능'입니다. 다른 학생을 따돌리고 문제를 빨리 푸는 스피드, 컴퓨터용 싸인펜과 수능 샤프를 손 끝에서 떨어트리지 않고 1등급 향해 자신을 드리볼하는 능력, 헷갈리는 문제 앞에서 출제자의 의도까지 꿰뚫고 실수하지 않는 침착함까지 요구합니다.
이런 능력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을 제끼고 앞에서 달려가는 1등급 아이들을 보며 참담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저도 고등학생일 때, 아무리 혼자서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는 수학의 능력자들을 보며 기분이 비참했었습니다. 그래서 손흥민을 쫓아갔던 번리 수비수들의 감정에 더 몰입되나 봅니다.
예전에 봤던 핀란드 교육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중등 학교의 교장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경쟁은 몸을 쓰는 스포츠에서는 필요합니다. 개인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지요. 하지만 공부는 다릅니다. 공부에서 경쟁을 강조하면 위험합니다. 머리를 쓰는 공부는 아이들이 서로 돕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니까요."
손흥민의 위대한 골을 보면서,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너도 손흥민처럼 할 수 있어. 공부도 무조건 열심히 하면 돼."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이 상대평가, 객관식 수능 시험이니 당장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몸과 머리를 같은 걸로 생각하고 아이들을 내 의도대로 드리블하면 안 되겠지요. 그리고 손흥민도 처음에는 패스할 선수를 찾았다고 하잖아요? ^^; 머리로 배운 것도 나누면, 더욱 커진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더 노력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