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의 12월 이야기 (3)
30대가 되면서 니코틴을 떠나보냈고, 40대가 되면서는 카페인도 줄였는데, 이제는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알콜마저 멀리 해야할 시기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알코올~ 너마저..." ㅠ.ㅠ 이제는 어떤 약물(?)과 친하게 지내야 할까요? 보약은 너무 써서 싫고요.
사실 저는 어릴 때부터 부끄러움이 많았고, 혼자 노는 것이 편했던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20대때도 혼자 카페나 방에 틀어박혀 담배를 벗삼아 시 나부랭이를 끄적였고, 교사가 되어서는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스스로를 응원했고, 퇴근 후에는 마트에 들러 땡기는 안주와 술을 사가지고 와서 혼술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어요.
그런데, 혁신학교에 와서부터 '함께 노는' 즐거움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처음 입학해서 MT 가고 학생회나 동아리에서 놀 때만큼 신선했지요. 커피나 술을 혼자 즐겨도 좋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더욱 맛이 좋은 것처럼, 학교에서도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고 배우고 놀면서 몸 속에서 다량의 '아르레날린'이 분비되는 경험을 했답니다. 검색해보니, 수긍되는 설명이 있네요. 아드레날린은 일상생활에서도 '우리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고 합니다.
<운동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사랑을 하거나 놀이 기구를 타면 만족감이 최고 상태에 달한다. 신경학자들은 이러한 감정을 ‘뇌 약물’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위험한 운동을 할 때 아드레날린이 방출되는 느낌에 중독된 사람들도 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 정신 건강과 관련된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생성되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도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수 있다.>
저 역시 혁신교육부장이 되어 수업연구회나 워크숍을 준비하며 '잘 될까, 괜히 상처받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나오기도 했지만,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기분 좋은 흥분감 속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12월이 되면 수행 평가와 학생부 기록을 마무리하느라 노트북의 노예가 되고, 제대를 앞둔 말년 병장처럼 말 안 듣는 아이들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시험이 끝나도 체험학습이나 축제를 준비해야 하고, 보충수업으로 방학을 시작하는 선생님도 많이 있지요. 그럴수록 같은 부서, 학년, 교과 선생님들과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커피나 차를 나누며 이야기로 스트레스를 풀면 좋겠습니다. 저의 학교에서도 한해를 돌아보며 서로 격려하고 마음 속 이야기도 나누는 교직원 워크숍을 이번 금토에 1박2일로 떠납니다.
그리고 수업하는 반이나 담임반 아이들과도, 약간 위험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공감과 감동을 얻을 수도 있는 '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자신이 배우고 성장한 과정을 설문으로 받아 공유하는 시간도 괜찮고, 그냥 둥글게 앉아서 편하게 돌아가면 이야기해도 좋고, 공동체놀이나 TV 프로그램인 <신서유기> 게임을 하고 간단하게 롤링페이퍼를 하는 것도 좋겠지요. 많이들 하고 계시겠지만, 바쁜 12월에 니코틴, 카페인, 알콜보다 아드레날린과 친해지면 어떨까요? 약간의 두려움으로 도전한 뒤에 만나게 되는 아드레날린이 최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