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아니면 잘 모르는 학생부 기록의 진실

- 교사의 1월 이야기 (1)

by 글쓰는 민수샘

아이들이 1년 동안 배우며 성장한 기록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점검하다 보니 어느새 겨울방학이 코앞이네요. 저는 담임이 아니라서, 교과별 세부특기사항과 독서, 동아리 활동과 진로 수업 기록을 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하고 분량도 많은 것이 교과 세특입니다. 한 명당 1500바이트, 약 600자를 적어줄 수 있는데, 교과담임은 보통 3~4반씩 수업에 들어가니까 최소 100명으로 잡아도 6만자를 적어야 해요. 200자 원고지 300장 분량이네요. 올해 제가 맡은 고2는 1학기에는 문학, 2학기에는 독서를 가르쳐서 두 배인 12만자, 원고지 600장을 적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모든 학생을 1500바이트 꽉 채워서 적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복사하기-붙여넣기'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 창작의 고통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교사들이 방학을 앞두고 놀고먹는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직업이 연말이면 정신이 없겠지만, 특히 담임교사는 창의적 체험활동,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몇 배로 적어줄 것이 많아서 12월에는 야근도 많이 하고 방학에 들어가도 학교에 나오거나 집에서 계속 기록하는 선생님들이 적지 않답니다. 또 방학 전에 두세 번씩 전교사가 모여서 서로의 기록을 교차점검을 해요. 그래서 수업과 평가가 끝났다고, 방학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님을 신규 1년차부터 깨달았지요. 지금 학교도 1월 6일(월) 오전에 1, 2학년 종업식을 하며 아이들과 바이바이 해도, 오후에 도서관에 모여 마지막 교차 점검을 하고, 7일(화)에는 오전에 졸업식을 하고 오후에 역시 전교사가 모여 교육활동 평가회를 합니다.

저도 방학 전에 교과세특 기록을 끝내고 싶었지만, 올해도 어렵겠네요. 한 명씩 활동 자료와 수업소감문을 보고 쓱쓱 적어가면 쉽겠지만, 경력이 쌓여도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더군요. 한 명을 완성하는데 10분 정도 걸리고 쓰다 보면 머리에 김이 나는 것 같아 연속해서 대여섯명 이상 쓰기도 힘들어요. 학기 중에 틈틈이 적어두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 하고 무엇보다 모든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이 어떤 주제와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했는지를 알아야 잘 적어줄 수 있기 때문에 방학식까지 끌고 오게 됩니다.

배움중심수업과 성장중심 수행평가를 활발하게 하는 혁신학교는 교과성적에 상관없이 가능한 모든 아이들에게 교과세특을 적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어 교과 성적이 8등급, 9등급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한 문학 작품을 창작하고, 모둠활동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면 적어주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부 기록에 관해 교직원회의에서 두 번 언급하셨어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2학년 아이가 봄에 자퇴를 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결재 과정에서 학생부를 보셨나 봅니다. 1학년 때부터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출결도 좋지 않은 아이였는데,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교과세특에 이 아이가 참여한 것, 노력한 점을 적어주어서 놀랐고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장점을 발견하고 칭찬해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칭찬하셨지요.^^ 그리고 얼마 전에 수시에서 서울대에 합격한 아이의 학생부도 다시 보셨다고 하셨어요.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학생부의 모든 영역에서 그 아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떤 점을 보완하며 도전하고 성장했는지, 정말 눈에 보이듯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저는 자퇴한 아이의 학생부 기록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아이가 학교를 떠나며, 아니면 몇 년 후라도 자신의 학생부에 적혀있는 기록을 보며, 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기쁠 것 같아요. '네가 쓴 한 줄의 글, 네가 그리다 만 그림, 사소한 질문과 머뭇거렸던 발표도 정말 소중한 것이야. 너도 샘들에게 똑같이 고맙고 소중한 학생이야'라는 마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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