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력 아이들을 진정으로 돕는 수업이 강의식일까?

-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2부 '교사의 고백' 시청 후기

by 글쓰는 민수샘

저학력 아이들을 진정으로 돕은 수업이 과연 강의식일까요?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2부 '교사의 고백'을 보면서, "이거슨 아니지!"라고 혼자서 외쳤습니다.^^; EBS가 새해 들어 작심했는지, 자꾸 강의식 수업과 활동중심 프로젝트 수업을 대립시키는 이분법을 쓰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한 시간 다큐 속에 내레이션, 인터뷰, 설문조사와 실험이 함께 녹아있듯, 한 시간의 수업에도 강의, 토의, 발표, 글쓰기가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EBS 교재의 문제만 풀게 하는 수업을 제외하면, 모든 수업은 성취기준,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업'인 것이고요. 고등학교의 경우 정시 비중이 놓은 학교는 강의식 수업을, 수시 비중 높은 학교는 활동중심수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것도 입시제도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다큐프라임의 흑백논리가 이런 것들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면 많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도 그런다면 비겁하거나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겁니다.

<다시, 학교> 2부는 먼저 현직 교사가 아닌 사교육 시장의 강사가 대한민국 교사를 대표(?)해서 활동중심수업의 문제점을 고백한다는 설정 자체가 불편했어요. 최태성샘은 서울 사립고등학교에서 15년 정도 근무하다 사교육 업체로 2017년에 옮기셨네요. 교사 시절 직접 활동중심수업을 해보셨는지, 우리나라 선생님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대화를 나눠봤는지 모르겠지만, 영국 학교의 강의식 수업을 보며 감탄하고 핀란드의 활동중심수업은 비판하는 내용도 넌센스였습니다.

영국의 사례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은 런던의 학교였는데, 초등학교 2학년 수업을 주로 보여줬습니다. 최태성샘이 감탄한 것은 선생님이 학생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모습이었어요. 하나에 일어나고, 둘에 테이블로 가고, 셋에 연필을 잡고, 넷에 책을 펴고, 다섯에 읽기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2932.310.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3031.830.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3038.494.jpg


이런 수업이 뭐가 새롭고 배울 점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기본 기능을 익힐 때 필요한 과정일 수 있겠지만 선생님의 표정, 동작, 말투가 너무 기계적이고 군대처럼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것 같아 삭막하기만 했는데요. 또 영국의 학업 성취도평가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다는 이 학교의 선생님들은 '프로젝트 수업을 하지 않고 지식수업을 강조한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선생님 두 분이 아이들에게 지식을 어떻게 설명하고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연습하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최태성샘은 "연극배우들 같아요"하며 역시 감탄합니다.

이 학교의 중, 고등학교 수업은 보여주지 않았는데, 학년과 교과에 상관없이 모두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만 하는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선생님들이 연극배우처럼 각본에 짜인 대로 수업을 한다면, 창의성이나 비판 의식은 어떻게 기르나요? 그리고 초등 저학년때야 말을 잘 듣겠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교사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아이들도 생길텐데, 그땐 또다른 통제 수단으로 처벌하고 있을까요?

어찌 됐든 영국의 초등학교 2학년 수업에 크게 감동한 최태성샘은 핀란드의 초등학교 수업을 참관하러 갑니다. '창업'을 주제로 한 시민사회 과목의 학년 통합 프로젝트 수업이었는데, 아이들은 구직 광고를 보고 이력서도 써보고 실제로 역할을 나눠 면접도 해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최태성샘은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하는 것을 '떠돌아다닌다'라고 하고, 학생들을 바로 도와주지 않고 안내자 역할을 하는 교사를 보고는 '모든 학생들을 장악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합니다. 굳이 엎드려 있는 한 아이의 모습을 비춰주고는 '자는 아이도 있다'라고 강조하고요.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4011.814.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720p-NEXT.mp4_20200112_113828.632.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4239.086.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4337.638.jpg


이제 '진짜 교사의 고백'을 해보렵니다. 저는 경기도 3곳의 농어촌 지역 고등학교에서 11년을 보냈고, 힘든 성장기를 보낸 아이들이 많이 입학하는 2곳의 신설 고등학교에서 7년을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수준별로 반편성했던 학교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반의 담임도 했고 기숙사생활을 하는 영재반 아이들도 가르쳤지만, 드라마에 나올 법한 사연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도저히 수업이 되지 않아서 밤마다 술마시며 자책했던 시간도 길었지요.

마지막으로 고3 담임을 하던 해에, 상위권 아이들이 가장 성적이 낮은 한 아이를 괴롭히는 사건이 있었어요. 제가 야자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그 아이를 질책하고 벌도 주었는데, 상위권 아이들 몇 명이 그 아이의 사물함에 쓰레기를 버리고 교재를 스테플러로 찍어놓았어요.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제 잘못이 컸습니다. 2학기가 되었는데도, 같은 반 친구의 이름도 모르던 상위권 아이들이 많았는데, 모든 교과에서 강의식 수업을 하니 알 필요도, 기회도 없던 것이지요. 저도 "너희들이 서울 강남의 아이들과 다른 것이 뭐냐?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문제로 보는 수능인데, 왜 어렵다고 하느냐?"고 다그치면서 시험에 필요한 지식과 문제풀이 요령에 관한 제 머릿속 지식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복사하기 위해 열심히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매년 이렇게 애를 써도, 한 학급에서 '인서울' 대학에 가는 숫자는 거의 같았고, 다른 학급도 마찬가지였어요.

빈부격차가 교육격차를 낳고, 교육격차가 다시 빈부격차를 악화시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저학력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까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부모 찬스로 비싼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강의식 수업만 듣고, 집에서는 인터넷 강의를 다시 듣는 것이 모든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요?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탓하지 않고, 모든 유혹을 참아내며 강의 듣고 필기하고 무한 문제풀이를 하며 노력한 극소수의 아이들은 명문대나 의치한에 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개천에 용이 나는' 성공사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을 뿐더러, 그 소수 사례마저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가리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신분상승이 가능하다는 성공신화를 재생산하는데 이용당합니다. 대다수 가난한 아이들의 실패는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취급당하겠지요.

영국은 지금 보수당이 정권을 잡고 있습니다. <다시, 학교> 2부에는 현 교육부장관의 인터뷰도 나오는데, 최태성샘이 방문한 리치 아카데미를 비롯해서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 학교들을 열거하면서, "우리는 모든 젊은이들이 우리 교육시스템을 통해 글을 읽고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는 현대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또 리치 아카데미의 교장선생님은 "안타깝게도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힙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지식의 수준을 높인다고 해도, 모든 아이들이 강의를 들으며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학생주도 활동중심수업,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교과 지식학습을 소홀히 여겼다면 교사들이 보완하면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의 보수 정권이 주장한 '학력향상'은 지식습득 능력의 향상, 딱 거기까지입니다.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고 경쟁은 피할 수 없으니, 학교와 국가, 기업에서 만든 지식 위주의 시험을 잘 통과해서 '너라도 잘 살아라'하고 부추깁니다. 국민의 기본 권리인 행복한 삶을, 생존의 영역으로 만들어놓고는 학교 역시 경쟁과 평가를 통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이 미국와 영국의 현실이지요. 교사들이 열심히 지식 위주의 학력 향상에만 매달리게 만든 것도 보수 정권의 계획 속에 다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미국과 영국 교육이 하나도 부럽지 않고, 그들의 꽁무니를 쫓아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핀란드는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갈 힘을, 미래를 더욱 좋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수업을 바꾸었고 모든 학교를 평등하게 발전시키면서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도 높였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가장 존경받고 있고요.

아이들이 교실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체험해 보는 협력학습과 다양한 사회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친구들과 알아보고 실천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하면서 '민주주의'와 '사회문제'에 관한 진짜 지식도 비로소 아이들 것이 됩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내면이 바뀌기 시작면서 자발성이 셩겨납니다. 그런데 전달 위주의 수업은 외적인 장악을 요구하고, 정답만 찾는 과정에서 통제와 배제가 따라오게 됩니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과거의 지식을 가르치지만, 불행하게도 대다수 아이들은 현재의 행복도, 미래의 희망도 스스로 만들지 못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교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열심히 가르칠수록 아이들의 미래가 바뀌지 않는 미로에서 빠져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이 외에도 다큐의 문제가 너무 많지만 다음을 기약하겠습니다. 공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3737.205.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3642.622.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3652.903.jpg



EBS_%EB%8B%A4%ED%81%90%ED%94%84%EB%9D%BC%EC%9E%84.E5025.200107.%EA%B5%90%EC%82%AC%EC%9D%98_%EA%B3%A0%EB%B0%B1.mp4_20200111_083756.934.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의 독특한 레트로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