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운 점과 아쉬운 점
이번에는 짧게 쓰겠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3부 '시험의 시험'의 배운 점과 아쉬운 점입니다. 중심내용은 의정부의 중학교 2학년 대상으로 영어 수업에서 매시간 쪽지시험을 보고, 변화과정을 추적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면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합니다.
* 배운 점
1. 선생님이 만든 쪽지시험을 계속 보니까 아이들의 평균 성적이 조금씩 상승했다. 그리고 쪽지시험 결과를 보고 아이들이 직접 '나의 성장을 위한 형성평가 결과분석 & 수업성찰'을 작성했는데, 선생님의 정성과 노력을 보며 반성했다. 새 학기가 되면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수행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쪽지시험'과 오답노트 역할을 하는 '결과분석과 배움 성찰글'을 아이들에게 받고 싶다. 고3 수업을 할 때 학력평가 오답노트 검사를 해서 수행에 반영했는데, 아이들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우열을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걱정과 사랑이 담긴 '쪽지시험'과 '수업성찰'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2. '모른다'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 수업 중에도,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해도 아이들은 잘 물어보지 않는다. 하지만 쪽지시험을 매시간 보니까, 교사가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 배우게 된다. (원래 형성평가를 그래서 하는 것이지만...) 특히 선생님 한 분이 편안하게 "쪽지시험 어땠어요, 어디가 어려웠어요?"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간단하게 "망했다"라고 답하는 아이에게 "어떤 부분에서 망했어요?"하고 다시 되돌리기를 하는, 전문가다운 모습이 멋졌다.
3. 수업에서 아이들이 어려움에 직면하게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함을 확인했다. 학습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많다고, 흥미 위주의 제시문과 수준 낮은 활동을 시키는 것, 힌트를 많이 주고 시험 보게 하는 것을 경계해야겠다. 쪽지시험만이 아니라 수업 과정에서 '바람직한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동료교사와의 협력과 학생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 아쉬운 점
1. 방송에서는 아이들의 시험 불안은 줄고 학업성취, 교과 흥미, 자기 효능감이 '크게' 올랐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조금' 올랐다. 떨어진 게 아니라 다행이지만, 쪽지시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방송 촬영이 아닌 실제 학교의 상황이라면, 실험 초기의 몇몇 아이들처럼 쪽지시험을 아예 포기할 수 있고 교사와의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2. 평가는 '기억을 인출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큐프라임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지식을 기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질문을 던졌고, 그 답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저장된 지식을 자주 꺼내 사용하는 것'이라며 영어 과목 쪽지시험만을 사례로 제시했다. 퀴즈를 만들어서 서로 풀어보거나 짝대화를 나누면서 복습하거나 수업 중에 도전 과제를 해결하며 지난 시간에 배운 지식을 다시 볼 수 있는데, 신년 대기획이라고 하기엔 문제의식이 협소하고 실험 자체도 깊이가 없다.
제목이 '시험의 시험'이지만, 세계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역행하는 학교 내신의 객관식 상대평가와 수능의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1부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서 비판한 수준 낮은 과제형 수행평가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단지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을 꺼낼 수 있게 쪽지시험을 자주 보라는 것'이 결론이다. 80~90년대 학교와 무엇이 다른가? 쪽지시험 결과로 손바닥을 많이 맞았는데, 갈수록 공부를 싫어하고 포기하는 과목도 생겼던 아픈 기억이 '인출'되었다. 요즘 아이들이라고 크게 다를까?
3. 학교 평가는 교육과정 재구성, 수업디자인, 생기부 기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다큐프라임은 형성평가만 건드리고 수업의 본질은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학교와 학원이 무엇이 다른가? 다큐에 등장하는 영어 선생님 세 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지를 만들어 쪽지시험을 본 것 같고, 교실의 책상 배치만 봐도 수업디자인이 달랐다. 교사를 바라보고 한 줄로 앉는지, 짝과 함께 앉는지 혹은 학생들이 서로 바라보고 모둠을 만들어서 앉는지에 따라 배움의 양상이 달라지는데, EBS는 관심이 없다. 쪽지시험을 보고 나서, 막상 수업이 시작되면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관심이 없다. 한 시간의 수업을 온전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한데, 너무 큰 기대인가?
* 나름의 결론
3부까지 보니 <다시, 학교> 10부작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알겠다. 교과 지식을 잘 전달하기 위한 강의식 수업과 교사에 의해 입력된 지식이 사라지지 않게 자주 인출하는 시험의 복권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영국으로 건너가 지식 전달 수업의 우수사례(?) 를 보여주고, 자기 나라의 교육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학자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핀란드의 프로젝트 수업을 비판했다.
미국, 영국의 지식 중심 수업이 가장 우수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미국과 영국의 빈부격차와 사회적 갈등이 왜 저리 심각할까? 미국, 영국의 교육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북유럽과 독일, 프랑스는 생활 수준도 높지만 사회적 평등 지수와 국민의 행복 지수가 훨씬 높은 것은 상식에 가깝다. 평등하고 행복한 교육이 평등하고 행복한 나라를 만든 것이다. EBS PD들이 미국행 영국행 비행기를 타지 말고, 유럽의 교육을 다시 제대로 배우길 바란다. 그리고 한 시간 수업 속에 살아서 움직이는 '진정한 배움의 의미'에 대해 깊이 들여다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