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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sdom Shine Dec 19. 2022

15. 사냥의 시간(2)

구슬이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사냥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은 굴러다니는 작은 공이었다. 동네 동물용품 매장에 들렀다가 하나 사 와서는 방에 그냥 던져두었는데,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공을 툭 치고 굴러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며칠 후, 공을 가지고 혼자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뒤로는 공과 관련된 장난감들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사냥'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공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납작하게 엎드려 자신의 몸을 숨기고, 얼굴만 빼꼼히 내밀어 날카롭게 주시하다가 공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은 마치 맹수의 모습이었다.

고양이를 처음 길러보는 입장에서 구슬이의 그런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동안 구슬이는 우리에게 '아픈 아이'였을 뿐이었다. 보살펴줘야 할 약한 존재로 보았던 구슬이가, 무언가를 향해 달려드는 모습은 참으로 생경했다. 그 뒤로는 사료를 구입했을 때 사은품으로 받은 작은 쥐 모형이었다. 나는 실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어쩌면 중고등학생 때까지도) 고양이의 주식이 쥐인 것으로 알고 있을 때가 있었다. 구슬이는 그 작은 모형 쥐를 향해 요리조리 야무지게 편치를 날리며 가지고 놀았다. 예전에 내가 상상했던 고양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뒤 인터넷을 통해 고양이가 생선을 물고 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생선 모양의 인형을 구입해 구슬이에게 주었다. 하지만 구슬이는 생선 인형에는 또 흥미가 없었다. 오히려 생선 인형을 꼭 껴안고 자는 모습으로 나를 웃음 짓게 했다. 하지만 그전에 던져준 장난감들에는 지속적으로 흥미를 보였다.

그 뒤로 점점 나는 사냥놀이 장난감들을 가지고 구슬이와 놀아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구슬이를 탐색해야 했다. 구슬이가 좋아하는 사냥감은 무엇인지, 사냥감의 어떤 행동에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구슬이는 기어가는 사냥감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공중에서 펄럭펄럭 거리는 장난감들을 보면 동공이 확장되고, 엉덩이가 꿈틀대는 사냥꾼의 모습을 보였지만, 기어가는 장난감은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구슬이의 사냥 습관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는 야행성이라는 점이었다. 구슬이는 밤 10시가 넘어서 점점 활기를 띠는 고양이였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우리로서는 밑에 층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우리 밑층에 사시는 분들은 천사 중에 천사로 두 딸이 집에서 뛰어노는 것을 모두 다 이해해주시는 분들이시다. 그렇기에 두 딸이 자고 난 뒤에 시작되는 구슬이의 사냥이 매우 걱정되기만 했다. 거기다 잠자리를 따로 하는 구슬이가 나와 아내까지 잠든 후에 어떻게 사냥을 하고 뛰어노는지는 알 길이 없으니 더 신경이 쓰였다.


구슬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gooseul_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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