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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May 15. 2020

<신과 함께-죄와 벌>

귀인이에요! 귀인!

한국신 동양 판타지가 남긴 논란과 눈물


웹툰이 본격적으로 영화화 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파급효과를 낳은 작품이 바로 이 <신과 함께-죄와 벌>이 아닐까 생각한다. 1400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이유를 꼽자면 개봉 전부터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탄탄한 원작이 첫 번째 이유겠고, 나름 싱크로율이 잘 맞아 떨어진 캐스팅이 두 번째 이유겠다. 한국인들을 잘 자극하는 블록버스터 형식을 잘 그려냈다는 점이 세 번째 이유이고, 마지막으로 한국 특유의 감성 중 하나인 '신파' 요소가 아주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나 또한 영화 원작인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만화의 팬이었기 때문에 영화 개봉 전 캐스팅 과정부터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째 개봉이 지나고 며칠 되지 않아 영화를 본 사람들이 평이 미적지근했다. 관객수에 비례해서 생각보다 평점이 저조했고, 보고 온 사람들은 좋았다는 사람보다 별로였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기색이었다. 심지어 졸작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간 날렸다고 투정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영화개봉시기에 맞춰 보지 못해 남들보다 조금 늦게 영화를 봤었는데 영화관을 빠져 나오며 드는 생각은 '괜찮은데?'였다.


이승에서의 지은 7가지의 죄를 저승에서 49일 간 심판받는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까지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시놉시스만 보아도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인가. 원작인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자체가 워낙에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기대평이 상당히 높아져 있는 찰나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니 이게 뭐람. 기존 원작에 있던 캐릭터들은 설정만 남은채로 물갈이 되었고 스토리는 전혀 다른 세상이고, 전개도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간다. 때문에 원작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완전한 실망을 안겨줄 수 밖에 없는 셈이었다. 사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원작파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주인공의 직업이 바뀌었고, 내용보다는 CG로 범벅이 된 예고편을 보니 사람들의 우려가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만으로는 영화를 평가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비록 원작에서 설정을 따왔다고 하지만 영화가 완전히 웹툰을 그린 영화가 아니었고, 방대한 양의 만화를 2시간 남짓한 영화에 담아내기란 무리가 있다. 때문에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깎아내리는 사람들에겐 뭐랄까 ... 시어머니 짓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영화를 변호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영화 자체의 가치가 조금 따져놓고 보자는 이야기다. 물론 단점이 없는 영화가 아님은 분명하다. 초반부의 날림전개와 지나친 유머요소 등 영화만 놓고 보았을 때에도 부족한 면모는 물론 있는 편이다. 다만, 영화 외적인 것들로만 평가하기엔 영화가 가지는 가치도 나름 매력적인 편이라는 것. 우선, 장르적 연출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는 게 사실이다. 원작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현실적 요소들을 잘 반영해 두었고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 속 이야기가 마치 실존하지 않을까 하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의 면모도 일반 신파와 다르게 여러 시선으로 그려내며 영화를 주도적으로 끌고감과 동시에 입체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에 주연을 제외한 조연인물들의 이야기도 잘 풀어나가서 영화 전체적으로 어색하다는 느낌이 없는 편이었다. 스토리를 제외하고, 생각보다 화려한 그래픽과 CG가 '한국 영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기존 영화들이 보여주던 부자연스러운 CG효과를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기법을 적용시킴으로써 '할리우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잘 뽑아낼 수 있구나' 할 정도의 장면 연출을 잘 보여주었다. 캐스팅은 두 말 할 것 없었고, 작품성이나 흥행성만 보더라도 영화가 원작의 이유 때문에 무작정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원작의 이유를 배제하고도 많은 사람들이 혹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신파'의 요소다. 영화 좀 본다 싶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요소가 바로 이 '신파'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 영화 역사 특유의 '즙 짜내기'식 연출에 질렸을 법 한 마음도 이해가 가는 편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도 결국 이런 전형적 신파극으로 끌고 갔기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와의 스토리 개연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극적 완성도가 연결이 되지 않다보니 '어머니의 눈물'쯤으로 마무리 하려 했다는 게 그 이유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편인데, 전반부에 긴장감 있는 전개와는 달리 후반부를 루즈하게 끌고 간 편이고 주인공이 아닌데 등장한 제 3자 캐릭터의 변화와 결말 이끌기는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갑자기?' 와 같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우는 사람들은 많았는데 막상 울고나니 전반적인 영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잊어버린 사람이 많지 않았나 싶다. 감동 코드에 치우치다 보니 결국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망쳐버린 셈이다.


작위적인 신파임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화 관람평만 보더라도 울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듯, 한국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잘 터치 하지 않았나 싶다. 신파가 불편하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마음이 아픈 아이러니를 가진 영화가 아닐까. 덕분에 <신과 함께-죄와 벌>은 대중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다. 특정 계층에게만 할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로 잘 마무리했기 때문에 연령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메시지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보다 편한 마음으로 옹기종기 모여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소구시킬수 있었지 않나 싶다. 덧붙혀,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운 점을 꼽자면, 주인공인 김자홍(차태현 분)의 연기가 아쉬웠다. 시종일관 같은 톤으로 설명도 없이 '어머니'를 찾는 차태현의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결말부를 제외하면 눈에 띌만한 감정변화도 잘 소화해내지 못했고, 기존에 했던 연기만 답습하는 바람에 <신과 함께-죄와 벌>에는 어울리지 않는 연기 자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런 영화에서는 쑥맥인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덕분에 조연들의 연기가 더욱 빛나는 셈이 됐다. 일곱 재판을 관장한 김해숙, 장광, 정해균, 이경영, 김하늘, 김수안 배우부터 우정출연이지만 주연급 포스를 자랑한 이정재와 극 흐름의 중요한 스토리 라인을 이끈 김동욱, 도경수 배우까지, 주연만큼이나 더 호화로운 조연계 초특급 캐스팅이 아니었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본다는 그 '맛'이 있었다. 개성을 가진 각 인물들의 흐름을 이어보는 것 외에도 아는 얼굴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에서 '오, 이 사람도 나와' 같은 흥미성을 유발하기에는 참 좋았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몇 인물들은 비중이 줄어드는 바람에 영화 속에 나왔는지 알수조차 없게 되버렸지만 말이다.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주려 한 시도가 좋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현실성을 돋구기 위해 일종의 장치 설정에 심혈을 기울이려 했던 노력이 보였지만, 인물들의 성격이 워낙 극단적이다 보니까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야기로 감정을 끌어내기 보다 극단적인 상황 선택으로 관객을 설득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담으로, 연말에 부모님과 함께 이 영화를 봤었는데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영화 주제 자체가 '모성애'를 다루는 바람에 숨죽여 우느라 바빴다. 영화의 전개 속 일정 장면에서 모두 그랬듯, 뻔하디 뻔한 신파 클리셰지만 어쩔 수 없이 울음을 멈출수는 없었다. 영화관에서 수없이 많은 훌쩍 소리를 들렸으니 어지간히 멘탈이 강한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음악과 컷 구도, 연출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는 걸 증명하기도 한다. <국가대표>와 <미녀는 괴로워>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의 노련미가 여과없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전의 재판과정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서 관객을 3자의 시선으로 두어 극 흐름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집중하게 한 반면에, 클라이맥스를 살펴보면 마치 관객이 영화 속 인물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영화 1자적인 시선에 힘을 주어 표현했다. 덕분에, 마치 관객이 몇 평짜리 방을 건너에서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잘 설계하지 않았나 싶다.


'죄 짓고 살면 이렇게 된다' 를 절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기존 영화들이 가진 권선징악의 묘사 방법은 현실에서의 배경을 바탕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한계점이 있었으나, 사후세계인 '저승'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한계없이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판타지적 세계관을 지녔기 때문에 막상 온 몸으로 실감하긴 힘들지만, 재판이라는 과정을 통해 죄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이 동양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적 무속신앙의 배경이었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조건 하에는 더욱 더 실감나게 와닿지 않았나 싶다. 죄를 저지름과 이를 용서하는 과정까지 '가족' 이라는 요소 안에 묶어놓음으로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극적이긴 했으나, 보편적인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과 동시에 영화 전체를 투과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하는데에는 성공했다. 국내에서 '모성애'와 '가족'이라는 신파요소가 주는 전형적 클리셰를 따른 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뒤쳐질 수 있으나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결국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설명한 셈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한국식 판타지 시리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후에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의 흥행력만 보더라도 한국 영화계에서도 이와 같은 영화의 장르가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원작과 비교해 놓고 보기만 해서는 영화가 가진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이토록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소재, 발전한 CG와 연출 그래픽까지 좋은 점들을 보여주었건만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모습과 신파에 치중한 스토리는 아쉬움을 남긴 듯 하다. 그래도 '가족들끼리 모여서 보면 좋을법한 영화'라는 타이틀은 잘 가져간 듯 하다. 

 



사진출처 : 신과 함께-죄와 벌 .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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