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불안한 휴머니스트 굴비씨
May 28. 2023
오후녁에 일을 하다 대량의 서류를 스캔복사할 일이 생겼었지.
그런데 이 녀석이 양이 많아 그런지 버벅거리는 거야.
처음에는 한 장 한 장 잘 읽어 내더니만...
결국 그러다 몇 분을 멈추었지.
나는 분을 삯이기 힘들어 말 못 할 기계 앞을 서성거렸네.
96%
녀석의 메모리가 이만큼 찼다는 거야.
녀석은 한참을 멈춰서 가만히 있더니
92%가 되자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서서히 몸을 꿈틀이더니 한 장 한 장 출력이 시작된 거야.
그제야 깨달았지.
이 녀석마저 살려고 이렇게 쉼을 가지는데
나는 무엇을 영달하려 아이 얼굴도 잊은 채 밤일을 했던지.
복사기가 내 스승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