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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복사기

2021.12.08.

오후녁에 일을 하다 대량의 서류를 스캔복사할 일이 생겼었지.

그런데 이 녀석이 양이 많아 그런지 버벅거리는 거야.

처음에는 한 장 한 장 잘 읽어 내더니만...

결국 그러다 몇 분을 멈추었지.

나는 분을 삯이기 힘들어 말 못 할 기계 앞을 서성거렸네.


96%


녀석의 메모리가 이만큼 찼다는 거야.

녀석은 한참을 멈춰서 가만히 있더니

92%가 되자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서서히 몸을 꿈틀이더니 한 장 한 장 출력이 시작된 거야.


그제야 깨달았지.

이 녀석마저 살려고 이렇게 쉼을 가지는데

나는 무엇을 영달하려 아이 얼굴도 잊은 채 밤일을 했던지.


복사기가 내 스승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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