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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 도시락

어릴 적

어머니는

늦은 밤 들어와

저녁상을 물리 고선

새벽녘 눈을 비비고

밥을 챙기셨다


늘 같은 밥에 김치

몽둥이만 한 소시지가

전부였으되

때론 그마저

어려워

손에 이천 원을

쥐어주던 어머니


그분의 집밥을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구려


점심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동료들은

하나 둘

레인지에

무언가를 돌려

삼삼오오

어디론가 떠나는데


나는 홀로

자리에 앉아

영양 식단이라는

뭐시기를

젓가락으로 끄적이네


살아야겠지

이게 힘이 될 것이니

입에 넣어야 옳지 않겠는가


20년 전 어머니도

그런 마음으로

도시락 위에

양반김을 하나 더

얹어 주었을 터


늙어가면

추억 속에

헤엄을 친다더만

그 말이 맞는가 보오


90년 초반의

노래도 듣고 싶구려

이제

꼰대가 될

필요조건은

완성된 것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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