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불안한 휴머니스트 굴비씨
Aug 13. 2023
어릴 적
어머니는
늦은 밤 들어와
저녁상을 물리 고선
새벽녘 눈을 비비고
밥을 챙기셨다
늘 같은 밥에 김치
몽둥이만 한 소시지가
전부였으되
때론 그마저
어려워
손에 이천 원을
쥐어주던 어머니
그분의 집밥을
이제는 사진으로만
볼 수 있구려
점심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동료들은
하나 둘
레인지에
무언가를 돌려
삼삼오오
어디론가 떠나는데
나는 홀로
자리에 앉아
영양 식단이라는
뭐시기를
젓가락으로 끄적이네
살아야겠지
이게 힘이 될 것이니
입에 넣어야 옳지 않겠는가
20년 전 어머니도
그런 마음으로
도시락 위에
양반김을 하나 더
얹어 주었을 터
늙어가면
추억 속에
헤엄을 친다더만
그 말이 맞는가 보오
90년 초반의
노래도 듣고 싶구려
이제
꼰대가 될
필요조건은
완성된 것일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