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주파수> 채널 12. Luckin(瑞幸) Coffee
세상을 바꿔야지, 나만의 것을 만들어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내야지라는 마음으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준비한다. 어떤 사업을 새로 시작함에 있어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낼 거야"란 마음으로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보통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던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등의 상투적인 격언을 자주 듣게 될 것이다. 상투적인 격언들은 모방을 옹호하는 말들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조라는 것은 선대의 것들을 끊임없이 습득하고 연구해야지만 그것을 넘어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창작의 모든 행위는 선대의 지식과 경험에 빚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조의 사전적 의미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다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창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창조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째는 기존의 것을 계승하면서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존의 것을 탈피해 새로운 해석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방을 부끄럽고 창피한 일로 생각한다.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도용해서 나의 것인 양 사용함에 있어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당연히 단순히 모방만을 해서는 발전이 없다. 앞서 말한 창조의 의미처럼 이전의 것을 모방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진보할 수 있다면 이는 부끄러운 일이 전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꽤나 많은 기업들은 모방을 통해서 성공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피셔칼리지 교수 연구팀이 혁신적 경영학 모델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 분야를 연구한 결과, 모방은 실제로 모든 발전의 주요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대상 중 혁신 사례의 97.8%가 모방에서 나온 것이고, 48개의 혁신적 물건과 34개의 경영 사례가 모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월마트의 창립자 샘 월튼(Sam Walton)은 1962년 첫 매장을 개장하기 전에 미국 최초의 할인점인 코벳(Korvette's), 페드마트(FedMart), 케이마트(Kmart) 등 전국의 할인점을 방문해 경영진을 만나고 모든 인터뷰 내용을 녹음했다. "나는 주기적으로 할인점에 가 앉아 있었다. 그곳이 내 연구실이었기 때문이다. 할인점 종사자들이야말로 우리 일을 더 많이 잘 알고 있다." 샘 윌튼은 자신의 것을 만들기 전에 다른 비슷한 회사를 직접 방문하면서 장점들을 훔쳐서 지금의 월마트를 만들었다.
중국의 많은 기업들은 혁신 기업들의 제품을 모방하면서 세계 기업의 위치에 올라섰다. 특히 아이폰을 따라한 화웨이나 샤오미 등은 첫 시작은 모방 기업이었지만, 어느새 모방 기업의 위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에게 유명 기업의 모방은 하나의 경영 전략 사례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 최고의 커피 판매 회사는 어디일까? 녹색의 인어 세이렌이 그려진 스타벅스야 말로 현재 시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커피 판매 회사일 것이다. 스타벅스는 미국에만 1만 4607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에 3,512개의 매장, 한국에만 1,0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의 적은 스타벅스다.'라는 말이 돌 정도로 스타벅스 매장은 번식하듯 여기저기에 퍼져있다. 롱아일랜드 대학교의 파노스 교수는 "같은 스타벅스끼리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상황"이라고 빗대어 말하면서 스타벅스 매장의 너무 많은 수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스타벅스 매장의 수를 통해서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스타벅스는 커피 시장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스타벅스를 따라 해서 추격 중인 한 커피회사가 있다. 바로 중국의 루이싱(瑞幸·Luckin)커피이다. 루이싱 커피는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 후 설립 1년 만에 점포를 1,500개로 늘리면서 스타벅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루이싱커피의 매장 수가 놀라운 이유는 스타벅스가 1999년에 중국에 입점한 후 12년 동안 중국에서 이룩한 매장 숫자를 단 1년 만에 달성했다는 것이다.
루이싱커피는 급성장하면서 2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고, 2018년 기준 2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커피시장 가운데 여전히 인스턴트커피가 72%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원두커피 시장 역시 빠른 성장세를 이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루이싱 커피가 스타벅스의 아류라고 폄하하지만,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의 사업 구조를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했기 때문에 폄하 발언에도 크게 개의치 않아한다.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를 모방했지만, 스타벅스와 다른 방향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선다. 중국 커피 시장은 현재 매년 40% 이상의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전체 1인당 연평균 커피 소비량은 5~6잔 밖에 되지 않는다. 주요 도시로 영역을 좁힐 경우 1인당 약 20잔의 커피를 소비하고 있지만, 미국 400잔, 한국 200잔에 비교해 본다면 중국 커피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루이싱 커피의 성장 이면에는 중국 국내 브랜드라는 점이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는 만큼 스타벅스의 중국 매출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고 국내 브랜드인 루이싱 커피의 매출은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싱커피는 간편함과 속도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들은 O2O 서비스를 적극 권장한다. 창업자인 치엔즈야의 경우 중국 최대의 렌터카 서비스인 선저우요우처의 창업 멤버로 10년간 그룹 COO를 역임했다. 대다수의 창업 멤버가 O2O 사업을 경험한 만큼 루이싱 커피의 APP은 그만큼 간편하고 빠르다. 고객이 루이싱커피 매장에 들어서면 자동으로 커피 주문을 위해 루이싱커피 앱을 다운로드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현금이 아닌 위쳇 페이나 루이싱 커피 지갑을 활용해서 커피값을 지불할 수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모바일 페이가 증가하고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중국 비즈니스 트렌드 방향과 일치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루이싱커피는 중국의 저렴한 택배비(평균 0.8달러)를 이용해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루이싱커피의 창업자인 치엔즈야는 중국의 커피 가격이 비싸고 접하는 방식에 불편함이 있다고 파악했다.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보다 30% 이상 비싼 고가의 원두를 사용하면서 WBC(월드 바리스타 클래식) 우승자를 중심으로 커피 연구팀을 꾸렸지만 커피 가격은 20% 정도 싼 가격으로 제공한다. 또한, 중국 최대의 택배 회사인 순펑과 제휴를 통해 평균 15~30분 보장 제도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스타벅스도 알리바바의 자회사 어러머의 배달 유통망을 이용해서 커피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루이싱커피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루이싱커피 이용자의 70%는 30세 미만으로 스타벅스 이용자 50%가 30세 미만인 것에 비해 절반 정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까지 중국 인구의 70%가 중산층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만큼 루이싱커피의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스타벅스가 일반적으로 광고를 피하는 전략을 사용하지만, 루이싱커피는 인기 연예인을 활용한 광고로 단기간에 지명도를 쌓은 중국 제조사인 오포(Oppo)나 비보(Vivo)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탕웨이가 루이싱커피가 있는 파란색과 흰색 커피잔을 들고 있는 광고판이 중국의 주요 도시를 장식하고 있다.
루이싱커피는 2019년 말까지 4,500개의 매장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재 마이너스의 수익을 내고 있기에 너무 빠른 확장성에 많은 우려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중요한 것은 수익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와 규모라고 말한다. 시애틀에 설립된 스타벅스는 올해 47살이고, 미국의 커피 문화를 명백하게 재구성했다. 이제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커피 문화를 설립할 때가 되었고, 루이싱커피가 소비자 기반에 현지화되고 인터넷 친화적인 접근 방식으로 해당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모방으로 시작한 루이싱커피는 현재 IPO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만큼 중국에서 모방 기업인 스타벅스를 넘어설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