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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y Jan 26. 2019

브렉시트를 통해 보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역사

<창의력 주파수> 채널 11.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

최근 네덜란드가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앞세워 영국을 떠나려는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친기업 정책기조를 펼치고 있는 네덜란드가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새로운 비즈니스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운영 방식은 과거 동인도 주식회사 운영 시절부터 전혀 다른 양상을 가졌다. 두 국가는 과거 비슷한 시기에 동인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같은 이름의 주식회사였지만, 장기적으로 네덜란드가 영국으로부터 승리했다. 승리했던 주요 쟁점은 바로 친주주문화라고 할 수 있다.


동인도회사 이미지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16세기 후반 유럽은 패권 전환의 시기였다. 16세기 초반부터 권력을 행사했던 해상 무역의 절대자 스페인은 인구의 이동으로 조금씩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힘이 기울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권력이 약해지기 시작한 이유는 종교의 배척 때문이다. 스페인은 가톨릭 이외의 종교를 허락하지 않았고, 종교적인 배척을 피하기 위해서 칼뱅파라고 불리는 신교들이 영국과 네덜란드로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인구=노동력=생산성으로 즉결되었기 때문에 종교적인 배척이 없던 영국과 네덜란드의 국력은 저절로 강해지기 시작했다. 1581년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하였고, 1588년 영국은 아르마다 해전에서 스페인으로부터 완승을 거두면서 스페인의 국력은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동인도회사 하지만 다른 정책


16세기 후반 영국과 네덜란드는 강해진 국력으로 해외진출 교두보를 완성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중동 무역은 급격하게 몰락하기 시작했다. 해상 무역 발달 전에는 오직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무역로를 따라서 무역이 이루어졌지만 해상 무역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내륙의 비단길을 통해 거래되는 무역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왕성했던 무역 도시들은 조금씩 활력을 잃고 쇠퇴하기 시작했다.


1600년에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창립하였고, 1602년 네덜란드 역시 동인도회사를 만들었다. 해상무역을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로 했다. 배를 만들어야 했고, 운항할 선원들이 필요했다. 이들이 항해하는 동안 먹어야 되는 음식이 필요했고, 무역국가에서 물건을 사 오는데 필요한 돈이 있어야 했다. 이 당시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동인도회사들은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 어음과 채권을 이용했다. 그러나 출항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배에게서는 어음을 받을 도리가 없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주식회사였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박들


주식회사를 통해 한 사람이 투자하는 금액을 대폭 낮추면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를 줄였다. 또한, 소규모 투자자들이 대거로 유입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해상 무역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채권, 어음과 달리 주주가 되는 것은 투자를 통한 동업의 개념이 크기 때문에 동인도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주식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이는 투자를 하고 싶지만 리스크가 부담되었던 사람에게도, 투자를 하고 싶지만 고비용이 부담되는 사람에게도 적합했고,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고 싶어 했던 동인도회사에도 적합한 모델이었다.


동인도회사의 주요 모델은 동남아 지역으로 가서 향신료와 비단 등을 사 오는 것이었다. 두 개의 동인도회사의 수익 모델은 같았지만, 운용방식의 차이로 영국과 네덜란드의 운명은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 이익 정산의 차이


해상 무역은 성공에 따른 성과급이 어마어마했다. 물건을 성공적으로 가지고 돌아온 배에 투자한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배가 돌아오지 못하면 투자한 사람들은 0%의 수익을 가져갔다. 수익에 대한 변동성이 컸던 만큼 수익금을 어떤 방식으로 분배하느냐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요건 중 하나였다.


- 수익 창출 시 배당 추구


영국은 수익이 잡히는 순간마다 배당을 통한 정산이 있었다. 이 때문에 배당률의 변동폭 역시 굉장히 높았다. 무역이 무사히 성사되면 상상할 수 없는 배당금을 통해 이득을 받았지만, 무역이 성사되지 않고 투자한 배가 돌아오지 못하면 투자한 돈을 모두 잃어야 했다. 해당 모델은 이익이 나는 순간에는 높은 마진을 얻지만, 이익이 달성되지 않으면 원금을 모두 손실해야 했다. 이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회사가 계속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투자금을 모집해야 했는데, 투자자들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해당 사업에 쉽사리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 평균 배당금을 통해서 안정적인 정산 추구


네덜란드는 영국과 다르게 200년간 평균 18%의 배당률을 유지했다. 이들은 변동성이 높아지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일정한 배당금을 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익이 많이 난 해에는 배당금을 저장해두었다가 손해가 많이 난 해에 저장해둔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당시 은행 이자가 10%였기에 18%의 배당금은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위험 감수 비용으로 인식되었고, 이를 통해서 네덜란드는 200년간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했다.


동인도회사 코인


2) 손해 책임의 부담


투자한 금액에 대한 유한책임의 문제는 두 국가의 동인도회사의 방향을 달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유한 책임이란 투자한 금액 이상의 손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1,000원을 투자하면 내 손해액은 1,000이지 그 이상이 되면 안 되는 것을 유한책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선단이 오가는 과정에서 계약상의 손해가 이뤄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서 A배가 출항하기 전에 B상단과 향신료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자. 만약 A배가 항해 도중 침몰하여 약속된 물건을 가져오지 못하면 B상단에서는 A배와 약속한 물건으로 다른 거래처와 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B상단의 이익이 추가적인 손해를 입힐 수 있다.


동인도회사 이미지


영국은 주주들과 무한책임을 나누었다. B상단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투자한 주주들과 공동으로 나누어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내가 1,000원을 영국 동인도회사에 투자하면 손해가 나는 해에는 1,000원이 아니라 손해배상으로 1,000원 이상의 손해 비용이 발생되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주주들에게 유한책임에서 끝내도록 만들었다. 1,000원 손해를 보면 그 이상의 책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논쟁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지만 네덜란드 동인도 주식회사는 해당 방침을 고수했고, 그 결과 승리할 수 있었다.


두 국가 동인도회사의 운영방식은 점점 네덜란드 쪽으로 권력의 판도를 바꾸게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네덜란드 회사로 몰려들었고, 영국 상인들은 네덜란드 상인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주주들에게 더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했던 네덜란드가 결국엔 영국의 동인도회사를 누르게 된 것이다. 이런 모습은 현재 브렉시트를 통해서 다시금 시현되는 듯하다.


역사는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사업 근거지 이전을 위해 접촉을 시도한 영국 소재 기업이 250개를 넘어섰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에 접촉한 기업은 2017년도에는 80여 개 정도였는데 2년 사이 3배 이상의 기업들로 변경된 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는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감이 표출된 것으로 본다. 또한, 이들이 영국을 떠나서 네덜란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기업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네덜란드는 최저 법인세율이 20%로 유럽 국가 가운데선 상대적으로 낮은 축에 속한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2021년까지 법인세율을 16%로 인하할 계획을 세웠다. 기업들 입장에서 활동하기 더욱 좋아진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외국기업에 유연한 조세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있는 만큼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에게 이점이 되는 부분이 많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해 네덜란드를 '세계에서 사업하기 가장 좋은 국가' 3위에 선정했다. 이와 동시에 네덜란드 총리 마르크 뤼터는 정상회담 때마다 기업유치에 공을 세우고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도 기업 투자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지난해 10월 유럽 본사를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한 것 역시 네덜란드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위 중인 군중


동인도 주식회사 때와 현재 브렉시트의 모습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네덜란드는 영국의 정책에 불안함을 갖는 기업들을 포용하면서 성장동력을 가동하고 있다. 과거, 스페인의 종교 배척을 통해 다양성을 포용했던 영국과 네덜란드였지만, 지금은 네덜란드만이 그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빠져나가면 일자리와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그만큼 해당 국가의 국력이 약해짐을 의미한다. 이는 스페인이 어떻게 해상 국력을 잃게 되었는지를 보면 쉽게 유추되는 결말이다. 이미 글로벌 은행들은 줄줄이 런던에서 자금을 뺄 계획을 밝히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이치뱅크를 포함한 5개 은행은 7500억 유로에 달하는 자산을 런던에서 독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과거 네덜란드와 영국의 성장을 혁신성으로 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국가에서 금지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용기 있고 독특한 사람들이 많다. 자신들의 종교를 위해서 국가를 변경한 사람들의 도전성과 혁신성이 네덜란드와 영국의 국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현시대에서 혁신성은 종교가 아닌 기업에서 나온다. 다양한 기업이 유치되는 국가일수록 새로운 사업을 통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성의 받아들임은 성장의 원천이 된다.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의견이 종합되면서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진다. 과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조선이 어떤 역사를 가지게 되었는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스페인 역시 종교 배척으로 인한 해상 무역의 권력을 빼앗겼으며,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아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 권력을 넘겨주게 되었다. 향후 브렉시트로 기업들이 떠나길 원하는 영국과 친기업 문화로 기업들이 몰리는 네덜란드의 모습은 과거 동인도회사 때의 모습과 굉장히 닮아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할 뿐(History does not repeat itself, but it rhymes)"라고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 존재한다. 배척하고 억압을 시도했던 국가들은 결국 쇠퇴의 길을 걸었다. 개혁과 혁신 그리고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국가만이 지속해서 살아남는다. 힘은 한 곳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발전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다. "완벽해지려면 끊임없이 자주 변해야 한다.(To improve is to change, to be perfect is to change often)"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끊임없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는 기업과 국가는 역사의 그림자로 사라질 것을 감수해야 한다.


과연 나중에 웃게 되는 것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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