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욕구, 직접적, 자연 그런 것들
최근 소울이라는 영화를 봤다. 한 남성이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가 자신의 원래 바람을 조금은 이루게 된다. 그는 자신의 삶의 목적과 의미가 코 앞에 다가왔음을 느끼며 행복해하고, 그 순간 의도하지 않은 일로 꿈을 꾸고 이전 생각을 모두 바꾸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꿈으로 인해 변한 두 사람을 보았다.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행복한 소울 속 ‘조’와 변화로 인해 흔들리는 채식주의자 속 ‘영혜’. 이들의 변화가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영혜는 잔인한 꿈으로 바로 채식주의자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잠을 설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모습을 보인다. 나 역시도 그녀가 왜 그렇게 채식주의에 집중했는지 궁금해졌다. 왜냐하면 그녀의 채식주의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져왔던 죄책감을 동물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이해되기도 했고, 자신을 막는 여러 굴레를 벗어나는 자연과 같은 상태가 되고 싶어 보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녀가 폭력을 싫어하기에 택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저질렀던, 혹은 타인이 저지르는 많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그를 피하고자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식사를 바꾼 것이었다. 그녀의 꿈은 폭력과 살생을 통한 식사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본성으로 자리 잡은 인간을 그린다. 피하려는 시도는 방해받고 결국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또 다른 폭력을 받는다. 그녀가 더욱 위태로울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럼에도 자신은 고기를 좋아하며, 폭력을 통해 얻은 많은 것들을 누려왔으며, 언제라도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작중 자신이 가장 믿는 것은 가슴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자연으로 도망친다. 심지어 <나무 불꽃> 속에선 나무가 되기 위해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 상태가 된다. 그녀의 행동은 자신이 결정한 주체성으로 보였지만, 난 그것이 벼랑 끝에서 외부의 모든 것에게 외치는 위태로운 절규로 느껴졌다.
그녀의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면 채식주의보다 아예 먹지 않는 생활이 조금 더 타당해 보인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그 자체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 사이에서 같은 식물을 먹는 것은 의아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녀는 죽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느끼며 모든 식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나무가 되는 과정인 양.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죽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목적이 과연 한 사람의 의지가 될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그녀의 행동은 엄연한 자살 행위이지만, 한편으론 간절히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죽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생존이 삶의 목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눈을 떠 보면 살아있는 것이지 매 순간 모든 움직임이 생존을 위해서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그녀의 죽음이 나무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의 과정에서 나무와 같은 특성을 띄긴 하지만 그 자체로 나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가 믿으면 그만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드니 그녀의 의지를 두고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입장이 정리되었지 않아, 이렇게 의문만 던져본다.
이 책 속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판단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각자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이것을 가지고 판단하며 행동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서로의 행동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고기를 먹기 싫어하는 ‘영혜’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먹었으면 좋겠는 타인과의 갈등이 인상 깊었다.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세 개의 단편 속 속마음을 드러낸 인물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었다. 각자 자신의 생각에 빠져 있으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모습,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를 이상하다고 이야기하는 모습. 서술할 때 한 인물의 입장으로 서술한 것도 이런 충격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의 이런 점이 조금 비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책 속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에 여러 것들은 내 세계 속에선 당연히 맞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타인에게는 종종 의아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몰입감 있게 읽고 여러 감정을 느꼈지만 이입은 되지 않는 신기한 책이었다. 아마 여러 주인공들이 너무 심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서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낯선 생각에 접했을 때 가장 발전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질문거리를 아직 해결하진 못했지만 토론하며 생각하기 좋은 책이라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