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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Oct 14. 2022

내가 머물렀던 숙소 리뷰(치앙마이, 방콕)

추천 리스트가 아님

한 달간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여행이 끝나간다. 여행이 끝날 때 기분은 아쉬운 것이 아니라 X같다. 


하... 시이이이...ㅂ


디지몬 세계에서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태일의 마음은 어땠을까? 가영이는? 대답해 봐 좀.


사실 이번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기에 관광 스팟이나 교통편을 고려하지 않고 막 잡거나, 대충 잡거나, 귀찮은 김에 잡은 숙소들이다. 혹시나 알차고 가성비 개쩌는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참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아, 이렇게 계획없는 사람도 존재하는구나'하고 대충 읽어줬으면 좋겠다. 고소당하기는 싫다. 




1. 7Days Hotel Patan


호텔 아니다. 외지에 많이 나가본 사람들은 이미 잘 알겠지만 단어가 우리가 아는 개념과 많이 다른 것이 존재한다. Restaurent을 검색했는데 사방 다 뚫린 허름한 식당이 나와도 당황하지 말아야 하고, Cafe를 쳤는데 거대한 술집이 나와도 놀라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Hotel이라는 이름이어도 호텔의 느낌을 바라서는 안 된다. 


서두에 경고를 줘서 마치 구린 숙소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 방만 구렸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


치앙마이는 롯땡(썽테우라고 하는 빨간 차다. 구간 택시+버스 느낌이라 생각하면 되겠다)이나 그랩 택시가 아닌 이상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이 제일 편하다. 따라서 나도 오도방구타고 돌아다닐 요량으로 중심지에서 벗어난 이곳으로 처음 예약했었다. 아고다의 미칠듯한 할인 가격도 무시 못 했다. 하지만... 너무 골목이어서 무서운 것이 첫 번째 단점이었다. 체크인하고 첫날 저녁에 로비 밖으로 나와 전화를 하고 있다가 무지막지하게 큰 개가 태국 분 두 분이 탄 오토바이를 짖으며 쫓아가는 것을 보고서 아차 싶었다. 방은 할인된 가격에는 괜찮았지만 그저 그랬다. 조명도 어둡고 투박한 돌 탁자에 방과 방밖의 풍경이 을씨년스럽게 조화가 되어 '우리는 세트 아이템이라 세트 효과가 터집니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지도 상으로 리버뷰이지만 안타깝게도 1층으로 배정받아서 창문을 열면 강처럼 주차된 오토바이만 보였다. 


이미 할인받은, 그리고 로비에서 직접 지불하는 방법으로 한 이 방은 중간에 취소도 어려웠다. 나는 우연히 예전에 알던 분을 만나 다른 곳을 추천받았는데, 이미 한 달치를 지불한 이곳을 취소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한 4일 정도 지낸 값만 지불하고 이미 지불한 한 달치에서 감해서 환불받고 싶었는데 쉽지가 않았다. 


취소가 어려운 이유는 나도 참 이게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 싶은데, 정리차원에서 적어보자면 


숙소 측: 취소가 가능해. 걱정하지 말고 아고다와 먼저 얘기하고 오렴.

아고다 측(홈페이지): 온라인 취소가 불가능하단다 뉴비야. 꼬우면 전화 때려~

아고다 측(상담원): 내가 다아아 해결해 주겠다. 숙소의 오너 번호를 넘겨라

숙소 측: 네? 매니저님이 전화 못 받았다는대요? 아고다에서 취소 허락 메일을 받아야 취소가능 ㅇㅇ

숙소 측(전화받고 온 매니저): 취소하실 거예요? 변경하실 거예요? (이게 제일 이해가 안 갔음) 변경은 지금 바로 되고요. 취소는 아고다에서 메일 와야 가능해요. 전화하고 오세요. 

아고다 측(상담원):  아, 그러시구나~ 저희는 변경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로 이해하는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태국인 직원을 연결시켜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일련의 과정이 한 나절이 걸리고 나서야 나는 입소 5일 차에 원만하게 해결하고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양쪽에 잘못이 있다기 보다는 내가 숙소를 그지같이 잡고 태국어 실력이 딸려 제대로 설명 못 한 것이 클 것이다. 오래 걸린 것은 아고다 자체가 전화 연결이 극악인 이유가 있고. 상담원은 정말 친절하셨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냥 돈 많이 벌어서 비싼 곳 잡는 게 속편하겠다...




2. Viang Bua Mansion


호텔이다. 생긴 것도 호텔이고 조식 신청하면 1층에서 조식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치앙마이 사람들이 대부분 친절하지만 여기 직원들은 참으로 침착하고 친절하시다. 사실 이 바로 앞 카페의 단골이었는데, 우연히 카페 사장님을 만나 얘기하다가 숙소를 바꾸고 싶다고 해서 여기를 추천 받았다. 작지만 가격도 조금 할인 받았다. 

2층에는 운동기구들이 있는데 전문적인 헬스인들이 보면 '꺅! 끔찍해.'하고 도망갈 정도겠지만 나같이 운동을 가뭄에 케이크나듯 하는 사람에게는 있을 것 다 있는 괜찮은 운동시설이었다. 뷰는 별로이지만 이곳은 사실 위치가 개사기이다. 바로 앞에 카페, 옆에도 카페, 밥집, 술집 마트 다 있다. 산티탐 중심부까지도 오토바이로 2분이면 간다. 


안락하고 편의시설이 집약되어 있다 보니 이곳은 나이 든 닛뽄진, fㅘ랑 분들이 장기투숙으로 많이 살고 있다. 란나 골프장을 노리고 골프투어하는 분들도 종종 보인다. 나에게는 조금 가격이 있는 곳이지만 이분들에게는 나름 가성비 호텔이라고 여겨질 것 같다. 사실 바로 앞 카페 건물에 Apartment가 저렴해서 거길 가고 싶었으나 방이 없어서 못 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런 숙소도 체험해 보고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3. Baan Mek Mok


나는 지금 끄룽텝(방콕)에 와 있다. 3번부터는 방콕 숙소인데, 나는 사실 이 3번과 같은 숙소를 피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뿌나~위티 역(Punnawithi, BTS)이라는 이름만 귀욤터지는 곳에 위치해 있다. 


땀 삐질삐질 흘리며 '살려주십쇼.'하고 로비 도착했는데, 아저씨는 내 이름이 수기 명부에 없다고 5분 동안 쩔쩔매셨다. 나에게는 에어컨수혈이 절실했는데 5분이 50분만 같았다. 콘 까올리의 이름이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다고, 예약번호를 보여드려도 없다고 하시다가 극적으로 다른 명부 가지고 와서 맞냐고 물으시더라. 


나는 모든 것이 고갈되어 있었다. 땀 과다분비, 목마름, 더움, 개더움. 방 에어컨을 틀고 쾌적한 방을 구경하다가 베란다로 나갔다. 저 멀리 고속도로 너머로 석양이 예쁘게 지고 있었다. 누구를 쏠까 여유롭게 맥크리처럼 폼잡으면서 석양을 바라보다가 뭔가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왼쪽을 내려다 봤는데, 아무도 없고 새똥이 그득하게 쌓여있었다. 그리고 위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내 친구 가래끓는 소리내듯 끌끌거리고 있었는데, 그 위로 누군가가 있었다.


비둘기: 구구?

나: ...? 팔십일?


그래도 나름 많은 곳을 돌아다녀 봤다. 에어컨 실외기에 말벌집도 떨궈내봤고 찡쪽이 똥싸지른 것을 한달에 한 번 주기적으로 청소도 해 보며 어메이징 타일랜드를 이악물며 외쳐 본 나날들을 곱씹어 봤지만, 새가 둥지 튼 숙소에 안착하기는 처음이었다. 둥지 튼 것도 튼 것이지만 밑에 똥은? 


나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뒤로 하고 끄룽텝에서 일하는 내 학생들을 만나러 나갔다. 숙소에 도착하고 얼마 안 있어 폭우가 쏟아졌고, 숙소 앞은 물론이거니와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태국에서는 이것을 남투엄(น้ำท่วม)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방콕에 몇 번 와 봤을 때는 주로 건기나 겨울이어서 방콕의 남투엄은 처음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택시도 1.5~2배로 비싼데, 잘 잡히지도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 잘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불안불안했다. 그래도 지금쯤이면 물이 다 빠졌겠지 싶었다. 근처까지만 택시타고 털레털레 걸어오는데 다행히도 다 물이 빠져있었다. 


우리 숙소 앞 골목길, 딱 하나, 딱 10여 미터만 빼고.


"어서 와, 치앙마이 촌놈! 방콕 침수는 처음이지?"


혹시나 방콕 여행이 처음인 사람이라면 돈을 엄청 많이 벌고 와서 택시를 타고 다니거나 침수지역 그딴 거 모르는 개좋은 호텔에 묵으며 행복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더럽게 안 잡히고, 더럽게 잠긴다. 




4. Grand Tower Inn  

  

사실 처음에는 아고다가 또 다시 나에게 엿을 맥인 줄 알았다. 줄기차게 상단 광고를 때리는 이 숙소는 역시 이름만 귀여운 사판 카와이~ 역(Saphan Khwai, BTS)과 아리 역(Ari, BTS) 근처에 있다. 짜뚜짝 시장과 가깝다고 하지만 나는 평일에 와서 이미 망했으며(인터넷 찾아보니 '금요일만' 오후 6시부터, 월, 화 쉬고 나머지는 오후 6시'까지'라고 한다) 사실 숙소도 근처 BTS역과 많이 가깝지 않다. 


숙소 자체는 가성비 호텔이다. 나는 15층을 받았는데 뷰 하나는 정말 미친 것 같았다. 조식도 맛있지만 미리 추가 안 해서 200밧을 내고 세미나 온 것으로 추정되는 선생님들 사이에 껴서 옴뇸뇸하고 먹었다. 

가장 기대했던 것은 루프탑의 수영장인데, 하나도 안 멋있지만 그렇다고 구리지도 않았다. 네모 반듯하게, 정말 수영 강습할 때 자주 본 느낌의 수영장에 눕는 의자가 옆에 여러 개 깔려있었다. 쓰는 사람이 없어서 전세 낸 것처럼 쓸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었다. 나는 내 뱃살을 노출시키지 않아도 되어서 안도감을 갖게 되었다. 


어차피 눈길도 안 줄 예정이었지만 운동시설 층에 가 봤는데, 오래되어 제대로 조립도 안 하고 방치된 렉들이 창고에 박혀 있었고, 나와 있는 기구들은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운동을 잘 안 하는 관계로 감점 요소에서는 제외되었다. 


주변에 뭐가 참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앞은 개천이고 그 위로 고가도로만 있을 뿐이다. 조금 왼쪽으로 걸어 나가면 음식점들이 보이고, 아리 역으로 가는 골목길로 잘 접어들었다면 꽤 괜찮은 가게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Phahon Yothin 7 Alley나 Ari 4 Fang Nua Alley에도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걸어가는 거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차라리 번화가 나가는 게 속편하다. 




5. B.B. Garden Resort


이번에는 아고다 광고보다는 별점 높은 곳에서 싼 곳을 가기로 했고, 그래서 최근 지내는 곳이 이 숙소다. 콘 찐 대사관과 가까운 이곳은 번화가도 바로 인접해 있어서 밥먹는 것, 세탁, 커피 모두 불편함이 없다. Thailand Culture Centre 역(MRT)과 가깝고 이 역에는 쇼핑몰도 있어서 꽤 괜찮다. 


시크해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와 만나 체크인을 하는데, 고향이 람빵이시라고 해서 북부 사투리 몇 마디를 서툴게 해드렸더니 흡족해 하시면서 키를 주셨다. 이 아주머니를 졸졸 따라다니는 노년기에 접어 든 치와와가 있는데, 나이가 들어도 치와와는 귀엽다. 내일은 이름을 물어볼 예정이다. 

방도 아주 쾌적하며 역시 대부분의 숙소가 그렇듯 청소도 매일 해 준다. 근처 번화가가 교통량이 참 많은데, 아주 살짝 안쪽에 들어와 있어서 소음이 전혀 없는 것이 장점이겠다. 


사실 이곳은 주소가 조금 헷갈려서 찾기 힘들었는데 구글맵에서 숙소 이름 치고 스트리트 뷰로 확인했다. 그랩에 숙소 이름을 치니 나오지 않았고, 주소를 쳐도 다른 곳이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구글 맵의 주소대로 가면 맞으니 그랩 잡을 때 참고하도록 하자. 그리고 웬만하면 돈을 많이 싸들고 와서 여기 말고 비싼 호텔을 잡는 진취적인 사람이 되도록 하자. 




만약에 관광 목적이었다면 참 끔찍한 픽이었을 텐데 그래도 나름 잘 돌아댕겼던 것 같다. 다음 번에는 더 성공해서 와야겠다. 안녕! 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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