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굶찮니 Oct 14. 2022

만져라 닝겐!

고양이의 나라 태국, 그중에 치앙마이

예전에 수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동물 친구들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조그마한 도마뱀 친구 '찡쪽'은 아예 항상 먼저 와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고, 가끔 커다란 개, 쪼매만한 강아지, 상주 고양이, 이름 모를 새, 비둘기 너덧 마리 등등. 가끔 학생들 연습시키고 창밖을 멍때리다 보면 응시하는 곳에 달팽이가 이사하는 것도 목격하곤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생물이 바로 '고양이'일 것이다. 인류는 과거 쥐를 쫓는 용도로 활용을 했으나 점차 그 귀여움과 도도함에 매료되어 지금은 전세계를 장악한 무서운 생명체이다. 친한 친구 P는 벌써 12~3년 째 고양이 '쫑이'를 기르고 있는데,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는 세상에서 가장 무익한 동물이야."


라고 하면서 쫑이의 밥을 무덤덤하게 푸는 것을 보면 이 집사노예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언행불일치에여 님.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반려동물들을 사랑했다. 어느 날은 햄스터를 데려오기도 하고, 새끼 고양이를 데려오는 친구들은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었다. 같은 날에 햄스터와 고양이가 오는 불상사는 다행히도 없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나 근처 맨션들은 보통 동물 반입 금지인 경우가 많은데, 몰래몰래 성체까지 잘도 키운다. 가끔 무료한 고양이들이 베란다로 나가 밖을 구경하다가 옆집 주인이나 고양이와 아이컨택하고는 다음 날 머쓱하게 '아, 고양이 기르시나 봐요?', '아, 그쪽도?' 이러면서 밀담을 주고 받기도 한다고 한다. 


태국 전역에서 그 어떤 동물과도 친해지는 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치앙마이 역시 그러하다. 오랜만에 온 치앙마이 카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친구가 바로 고양이였다. 나는 예전에 치앙마이에 익숙해지는 시점부터 관광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올드타운에는 발을 잘 안 들였는데, 작업할 만한 카페를 찾다가 어느새 올드타운에 한 가게에 들어서게 됐다. 밖에서 앉아 휴대폰질을 하는데 멀리서부터 야옹거리면서 한 녀석이 다가왔다. 녀석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카페 입구와 화장실 입구 사이 테이블에 드러누워서 만지라고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이 괴씸한 친구를 손그루밍해주면서 직원에게 물었다. '이 집 냥이에요?', '아니요. 옆집 고양이인데 이 주변에 계속 알짱거리면서 드러누워요. 얘 이름은 뭐고, 한 몇 살 정도 되었고.......' 

형님네 고양이 아니라면서요... 이름이랑 나이는 어떻게 아는 거지? 저기에 구석에 있는 밥그릇은 뭔데?



올드타운 소재 'My Secret Cafe In Town'에서 기르지 않는 그냥 옆집 고양이. 해당 고양이도 여기가 옆집이 아니라 옆방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한참 누워있던 흰냥이는 여기에서 수금은 끝났다는 듯이 그 다음 집으로 유유히 이동했다. 돈많이 벌겠네 저 친구. 


모든 고양이들이 이 친구처럼 호의적이지는 않다. 물론 여기에도 숨어댕기면서 경계하는 애들도 있지만, 한국 길냥이처럼 날쌘 파쿠르 선수 느낌은 아니다. 우리 동네 길냥이들은 보통 5~10m 정도 거리에서 눈만 마주쳐도 잔뜩 긴장해서 도망칠 준비를 한다. 경찰과 도둑 놀이할 때 항상 끝까지 남아서 '안 속아! 안 가!' 하며 안 잡히던 반에서 달리기 잘하는 친구 같다. 치앙마이 고양이들은 그에 비하면 오늘 할당량 끝내고 쇠주 한잔 하러가기 전의 동네 아저씨 같다. 어슬렁어슬렁거리면서 있다가 정말 뭤됐다 싶을 때만 뛰거나 숨는다. 



산티탐 소재 'BOB coffee'에서 기르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목걸이를 하고 있는 담장 고양이. 악수를 요청했으나 거절하고 어슬렁어슬렁 담장으로 올라간 직후의 모습.



학생 중에 어떤 친구는 타지에서 치앙마이로 와서 참 고생을 많이 하던 친구였는데,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자기가 원래 기르는 고양이 외에도 수많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기도 했다. 많을 때는 10마리까지 되었다가 물어볼 당시에는 3~4마리로 줄었다고 했다. 태국은 고양이를 기르는 비용이 한국에 비해서는 비교적 저렴하기에 사료값만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같이 사는데도 끈덕지게 질척이다가 야속하게 떠나버리는 것이 고양이다. 


태국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추억이 자잘하게 많아 한국에 돌아온 뒤 한번 키워보려 시도했지만, 여러 차례 마음을 고쳐 먹었다. 도무지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이차면 '에이~ 안 돼'하고 단념하게 된다. 그냥 내 마음이 허해서인가, 아니면 정말 동반자를 맞이했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아,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은 그냥 이기심이었구나 하는 것을, 그제야 색을 구분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에서 보이는 수많은 고양이들을 사랑하기로 했다. 


참고로, 아까 언급했던 길냥이를 위해 일했던 그 학생은 현재 타지 생활로 기르던 고양이는 고향에 두고 나와있다. 현재는 너무 외롭지만 잘 참고 이악물고 일하고 있다. 뭐, 미래에는 10마리는 조금 심했고, 서너 마리 냥이들과 풍족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어딘가 좀 이상한 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