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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굶찮니 Dec 04. 2023

[번역애매함 3탄] 떠래~

진짜로 '찐친'한테만 사용하시오. 난 경고했어.

일하면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다 보면 이 친구들의 일상 대화도 자주 듣게 된다.


그것도 生 Original 농도 100% 태국어로 말이다. 지역이 치앙마이다 보니 여기에는 태국 북부 사투리도 섞인다. 속도와 비속어까지 섞여 들어가니 태국어 어쭙잖게 알아서는 알아들을 확률이 거의 없다. 명색이 선생이니까 비속어를 빼면서 말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중에 태국어가 조금 늘고 나서 듣다 보니 얘네들은 필터가 없다. 그냥 막 뱉는다. 누가 미소의 나라라고 했냐. 아니다. 뭐 맞다. 웃으면서 욕한다.


결과적으로 어느 나라 청소년, 대학생들이나 다 똑같은 것 같다. 또래들끼리는 그중에서도 친한 사이에서는 비속어가 곧 그들의 친소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도 친한 Fire 구슬 친구들과 만나면 서로 시X! 싯푸X! 하면서 하하, 호호, 웃고 떠들지 않는가? 안 그래? 안 그러냐고 시X!


그중에서 정황상 바로 알아들은 표현이 바로 '떠래(ตอแหล)'였다. 미리 말하지만 이 표현은 여러분이 알 필요도 없고, 쓰면 안 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못 사용하면 갑분싸 만들기 쉬운 표현이다.


상황은 이러했다. 당시 대화를 대충 의역해서 복원하자면 다음과 같았을 것이다.


A: 너 어제도 타 창(클럽) 갔지?

B: 난 안 갔어. 퍼이(이름)랑 친구들이 갔지.

C: 맨날 가면 뭐 하냐? 시끄럽기만 하고 나는 싫어.

B: 난 가면 귀찮아서 싫어. 나는 예쁘니까 남자들이 계속 말 걸어(장난으로 예쁜 척하며).

A: 헐.... 떠래(ตอแหล)~


한 친구가 장난으로 예쁜 척을 하면서 애교 같은 포즈를 취하자 다른 학생이 '얼척이 없다'는 표정으로 '떠래'를 시전 했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 아 '지랄!'이라는 뜻이구나! 그래서 나는 말했다. "클럽 그만 가고, 공부하세요.... 2주 뒤에 시험이잖아......."


떠래(ตอแหล)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거짓말하다'라고 나오지만 설명이 부족하다. 보통 "거짓말하지 마!", "구라지?"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면 "꼬혹(โกห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A: 자기, 어제 왜 영통 안 받았어?

B: 자고 있었어. 오늘 너무 피곤했거든.

A: 꼬혹(โกหก)!


위의 어느 커플의 위기 상황에서 알 수 있듯 꼬혹은 어떤 사실을 부정할 때, 거짓임을 말할 때 사용할 수 있겠다.


떠래(ตอแหล)를 사용하는 조건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상대와 서로 쌍욕을 박아도 통상 대화로 인식하는 정말로 허물없는 사이이다. -> OK

2. 상대가 예쁜 척, 멋있는 척으로 주변의 비위를 상하게 했다. -> OK

3. 상대가 내숭 혹은 위선을 떨어 소위 '욕먹을 발언'을 하였다. -> OK

4. 위의 조건으로 지금 상황은 한 차례 '떠래(ตอแหล)'로 호흡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 Just do it.


적절하게 떠래를 시전 하였다면 주변인들의 호응을 받아 상대를 묻어버릴 수 있다. 물론 전체적인 맥락은 농담 주고받기 내지는 찐친끼리 통상대화일 때이다. 나는 진지하게 맞짱 뜨는 상황에서 떠래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용례는 잘 모르겠다. 학생들에게 물어봤을 때 아주 심한 표현이라서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보면 평소에 쓰면 매우 모욕적인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알아두기만 하고 절대 사용하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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