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 전 추억을 돌아보기는 개뿔
대학 시절 인생의 고찰과 기록 절반을 기록하며 매달렸던 페이스북이었다.
그런데 이게 흑역사 씨게 박혀 돌아오곤 한다. 요즘은 페이스북을 거의 켜지 않는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사용이 뜸했는데, 태국에 사는 친구들이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로 사용하기에 잠깐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오면서 가끔 태국 친구들 소식 볼 때 켜곤 한다.
그렇게 가끔씩 켜면 대학 시절 올려두었던 영문 모를 게시글이 갑툭튀하여 나를 괴롭힌다.
그중에는 10년이 지나도 웃을 수 있는 걸작들도 분명 있지만, 대학생이어도 중2병할 수 있어라는 마인드로 올린 요상한 글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 주여 싯푸럴. 십수 년 전 제 뚝배기를 씨게 칠 수 있는 권한을 주소서.
나는 당시에 돌려 말하기를 즐겨 썼던 것 같다. 수필도 아닌데 수필스러운 글. 그런데 뭔가 비유와 은유가 묘하게 섞여 들어간 글을 많이 썼다. 그리고 알 만한 사람들은 알아차릴 법한 그런 얌체같은 글. 정말이지 예술가도 아니면서 예술병은 오지게 걸린 시절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글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추억은 추억이다. 지금은 일부러 기억해 내려 해도 안 떠오를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때는 또 어느 술집이었고, 어디에서 알바할 때였고, 그때는 또 무슨 음악이 유행이었지.
흑역사의 대명사는 사실 싸이월드뿐이라 생각했던 나의 뒤통수를 정기적으로 때리는 것이 이 페이스북 추억인데, 새해 아침에 무슨 바람에서인지 페이스북을 연 나는 또 다시 몇 년 전의 추억이 뜨는 것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 보인 추억은 태국에 처음 당도하여 맞이한 새해였다.
그때의 나는 아무 연고도 없는 연말 치앙마리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반쯤 맥주에 절여져 있었고, 새해 카운트다운을 할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싱그러운 여행자의 느낌으로, 또 내면에는 이방인만이 가지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가린 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삼왕상 광장에 앉아 꼬치구이를 먹으면서 수많은 사람들 곁에 자리 잡고 앉았다. 맞은 편 무대에는 아마 태국에서는 꽤나 유명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내가 오랜만에 본 장면은 카운트다운 장면이었다. 5, 4, 3, 2, 1.... 해피 뉴이어! 펑! 펑!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나는 그때 비로소 혼자 외딴 곳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 같다. 처음 이국 땅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처음 수업을 시작했을 때도 아닌 새해를 맞이하는 그 즐거운 순간에 지면과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들어 본 페북 추억 향연 중에서 제일로 지독한 걸 봤네.'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여건 상 돌아갈 수도, 잠깐 여행으로라도 가기 힘든 그곳이다. 친구들과는 수 초 안으로 소통이 가능하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는 아득한 그곳. 페이스북은 나를 참 부끄럽게 한다. 그리고 또 나를 또 한참 동안 멍때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나는 분명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향수를 가끔 느낀다. 당분간은 켜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