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적게 드리자니 마음이 불편하고, 넉넉히 드리자니 금전적 여유가 없고. 참 쉽지가 않다. 슬프게도 나는 건강 문제로 아르바이트 경험뿐이어서 부모님께 제대로 용돈을 드린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 말고 K(아들)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방식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부모님의 돈을 관리하면서 K의 방식이 꽤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으니 다른 분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 부모님 용돈
① 매달 아버지 10만 원, 어머니 10만 원. 총 20만 원.
② 생신, 명절, 크리스마스에 부모님 각각 10만 원 추가.
③ 1년에 2~3번 정도 생활비로 보태라며 10만 원 추가.
일단, 기본으로 매달 부모님께 드리는 게 총 20만 원이다.
그리고 ②,③번처럼 10만 원 추가해서 총 30만 원.
명절에는 두 분 모두에게 20만 원씩 드려서 총 40만 원.
부모님이 각자 받으시는 돈은 평균 월 10~20만 원 정도.
아직 늙어본 적 없는 이들은 이게 뭔 도움이 될까 싶을 것이다. 근데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평소 소비 금액이 적은 두 분에겐 이것도 꽤 도움이 됐다. 용돈 액수가 마음에 드시냐고 여쭤보면 주기만 해도 고맙다 하시니 정말 만족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관리하는 내 입장에서는 K의 용돈이 부모님 생활에 약간의 숨통을 터주었다.
그동안 어머니는 K가 주는 용돈을 거의 안 쓰고 모으셨다.
그 덕에 2년이 지나면서 200만 원 넘는 목돈이 되었고 비상금 마련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아버지는 용돈만으로 사기 어려웠던 운동화 한 켤레를 사시거나 맛있는 거 한 번이라도 더 사 잡수셨다.
약간의 비상금과 소비 한 번 더 느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 싶겠지만, 부모님에게는 일상에 즐거운 일이 한 번 더 생긴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나이 들수록 행복할 수 있는 소소한 일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게 퍽 어려운 일이라.
무엇보다 내 마음에 들었던 건 부모님 생신, 명절 등 특별한 날에 10만 원씩 용돈을 더 챙겨주는 방식이다. 매달 똑같은 금액만 받으시다가 이렇게 가끔 용돈이 늘어나면 이번 달에는 용돈을 더 받았다며 더 좋아하신다. 게다가 저축만 하시던 어머니도 별도로 받은 돈은 생활비로 쓰셨고, 아버지는 그 돈으로 어머니와 제게 한 턱 쏘시거나 저축을 하셨다. 일상에 즐거운 변화가 생겨서 참 좋았다.
그리고 K에게도 특별한 날에 선물보다 현금을 더 드리는 게 좋은 방법일 거다. 선물은 뭘 드려야 좋아하실지, 얼마짜리를 드려야 하는지 등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으니까. 무엇보다 그렇게 신경 써서 고른 선물이 막상 부모님 마음에 안 들기라도 하면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둘 다 손해고.
근데 현금은 당사자가 필요한 걸 살 수도 있으니까 얼마나 좋은가! 만약, 추가로 돈을 드리기가 어렵다면 맛있는 식사 대접이나 안마 서비스 등 특별 이벤트를 하는 좋은 방법도 있다.
혹시 지금까지 얘기를 듣고도 이게 부모님 용돈으로 너무 적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액수만 놓고 보면 60대에게 10~20만 원은 절대 많은 돈은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이 금액을 제시하는 건 고소득자가 아닌 월급쟁이 K가 하는 방법이니까 다른 보통의 월급쟁이 자녀들에게도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액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보통의 월급으로는 자기 삶을 꾸리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그래서 부모님께 매달 20만 원 이상 용돈을 드리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무엇보다 내가 지금 200~300만 원인 부모님의 수입을 관리하면서 여기에 매달 30~50만 원 고정지출이 추가된다면 어떨지 생각을 해봤다. 근데 은근 부담되더라. 한 달에 20만 원은 그리 부담되지 않는데. 그리고 이 20만 원이 소시민부모님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기도 했고.
그러니 용돈을 더 드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20만 원부터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는 거다. 참고로 "부모님 용돈을 얼마 드릴지 그 기준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는 고수익자가 있다면 그분들에게는 월급에 10~15% 추천한다.
부모님을 위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작아서용돈 액수를 적게 제시한 게 아니다. 월급이 그 마음에 비해 한없이 작은경우가 더 많아서그렇게 한 것이다. 그러니 더 드릴 수 있을 땐 더 드리면 된다. 부모님 용돈 때문에 내 생활이 쪼들려서는 안 되니까 본인에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