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_ 부모님 용돈 꼭 드려야 할까?
+ 30대 노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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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용돈을 꼭 드려야 할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매일 외식하고 자기 아이와 주말마다 놀러 다니면서 부모님 용돈은 적게 주더라는 아무개씨 얘기를 들으면 눈살을 찌푸리긴 하지만, 정말 자기 살기 버거워 아등바등하는 아무개를 보면 부모님 용돈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도 하니까.
부모님 용돈은 어떻게든 드려야 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당연히 드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아니라, 사정에 따라 안 드릴 수도, 못 드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지 못한다고 해서 누구나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지 않는 것처럼 다들 그들만의 사정이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부모의 노후에 가난이 어느 정도 자식에게도 책임이 있으니 용돈은 당연히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자식인 이들에 노후가 모두 여유로운 건 아니어서 가난이 꼭 자식 때문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래도 무자식보다 유자식이 양육비, 교육비 등 돈이 훨씬 많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따금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은 본인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으니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며 드는 그 비용 또한 책임지는 건 당연한 거라 보답할 게 아니라는 글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글쎄다. 그 말에 공감하긴 하나 한편으로는 “내가 낳았으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 아이를 방치하고 함부로 대하는 부모를 어렵지 않게 보기도 하니까.
그것을 금지하는 법이 버젓이 있어도 방치와 학대가 너무도 가능한 현실 아닌가. 그런 점에서 부모님이 그 책임을 소홀히 혹은 회피하지 않으시고 나를 돌봐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용돈을 드릴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해서 나는 본인에 형편이 너무 어렵거나 부모님과의 관계가 심히 나쁘지 않다면, 월급이 많지 않더라도 부모님께 용돈은 드려야 한다는 편이다.
본인이 크게 힘든 상황도 아니고, 지금 그럭저럭 먹고는 사는데도 더 많은 여유를 누리기 위해 부모님은 뒷전으로 두는 건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책임지는 건 당연한 거지만~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는 건 당연한 게 아니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자식은 부모를 책임질 의무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건 “내가 낳았으니 어떻게 키우든 내 마음이야!”라며 무책임하게 구는 부모와 별다를 바 없다.
그러니 용돈, 이것만큼은 드릴지~ 말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당연히 드려야 하는 거면 좋겠다. 본인 생활에 너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기왕이면 재고 따지는 거 없이 부모님이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만 담아서 말이다.
내 어머니는 금액에 상관없이 용돈을 받으시면 참 좋아라 하신다. 겉으로 표현은 안 하셔도 주변 지인들에게 "아휴~ 우리 아들은 용돈을 보내줘~ 안 보내도 되는데… 호호!"라며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하고는 어깨를 으쓱하신다. 얼마 전 아들이 수입이 늘면서 처음으로 용돈을 받으셨다며 수줍게 얘기하시던 이웃집 아주머니의 모습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다. 아주머니 얼굴에 '행복, 뿌듯' 네 글자 딱 쓰여있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이 다 좋았다.
그 모습을 보며 부모님 용돈은 웬만하면 깊게 생각 말고 그냥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액수가 적더라도 그걸로 부모님 웃게 해 드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