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자매라도 성격은 정반대

- 강릉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3부)

by 중현


나지, 바미가 우리 집에 온 지 4개월이 지났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둘 다 체구가 작아 소파를 못 올라갔었다. 하지만 그사이 밥도 많이 먹고, 잠도 푹 자며 지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커 갔다. 언젠가부터 소파는 기본이고 식탁, 5단 높이 책장까지 점령했다. 아이들이 폴짝폴짝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자, 높은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캣타워를 구입했다. 손수 조립해 베란다에 갖다 놓자, 그때부터 애들이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캣타워를 통해 바깥세상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리라.


새 식구가 생긴 건 좋았으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고양이 영상에는 벽지를 마구 뜯거나, 집사에게 오줌을 뿌리는 등 배변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집사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이 무슨 문제를 일으킬까 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다행히도 스크래치 활동은 우리가 사놓은 스크래쳐에서만 벅벅벅벅하고 긁었다. 안심했다. 그 후로도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올 때, 퇴근하고 집 현관문을 열 때, 그때마다 아이들은 쪼르르르 스크래처로 다가와 엉덩이와 꼬리를 치켜들고는 신나게 긁었다. '녀석들 엄마 아빠랑 놀 생각에 그렇게 신난 거니?' 아이들이 건네는 인사에 우리도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화답했다.


배변 활동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화장실을 3개 마련했다. 고양이는 냄새와 청결함에 민감해서 수시로 화장실을 깨끗해 정리해 놓아야 했다. 매일 아침과 밤에 치우면서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했다. 아이들은 화장실 상태에 만족했는지,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화장실 앞에서 울부짖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배변 교육을 할 필요 없이, 스스로 알아서 잘 마치고 왔다. 사막에서 살던 옛 선조의 DNA를 물려받았는지, 배변을 마친 다음에는 앞발로 두부 모래를 끌고 와 흔적을 지웠다. 이따금 나지가 덮는 걸 깜빡할 때면 집 안에 스멀스멀 구수한(?) 똥 냄새가 피어났지만 말이다.


고양이랑 같이 산 이후부터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의 흐름에 균열이 생겼다. 잠에서 깰 때부터 냐옹 냐옹하며 밥 달라, 놀아달라 보챈다. 특히 나지가 많이 운다. 우리가 개냥이라고 부르는 나지는,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떼도 많이 쓴다. 식탁에 앉아 작업할 때도,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볼 때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도 항상 옆에 붙어 다닌다. 자기한테 관심을 안 주면 그때부터 길게 울음 짓는다. 냐~~~~~~~~ 냐~~~~~~~~ 마치 사이렌 소리 같다. 시도 때도 없이 우는 모습을 보니 이쯤 되면 나지가 우리를 조종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 앞으로는 오냐오냐 전부 들어주지 말고, 모른 체도 하면서 내 할 일 해야지. 그러다 보면 나지도 울다가 제 풀에 지치겠지. 그런데 얼마 전부터 과묵했던 바미도 나를 바라보며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지의 행동을 보고 따라한 모양이다. 아이고 머리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아이들과 한 바탕 사냥놀이를 한다. 아이들의 성격은 사냥 놀이를 할 때 드러나는데, 자매이지만 둘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우선 나지는 호기심 쟁이다. 바미보다 체구는 작지만, 눈치 빠르고 행동도 민첩하다. 경계심이 적고 새 장난감, 특히 쥐와 방울류를 좋아한다. 치타처럼 스피드로 사냥하는 스타일이라,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보면 냅다 달리고 본다.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앞구르기를 한 끝에 사냥감을 잡는다. 사냥 성공! 한 동안 물어뜯다가 득의양양하게 꼬리를 일자로 쭉 세우며 다시 한번 사냥감에게 달려갈 준비를 한 다. 치타만큼 날렵하고 빠르지만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5~6번 사냥놀이를 하다 보면, 금세 숨이 차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때부터 땅바닥에 풀썩 드러누우며 꼼짝달싹 안 한다. 짧고 굵게 노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바미는 다르다. 수컷 못지않게 덩치가 크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화들짝 놀라 숨는 쫄보다. 새 장난감을 풀면 처음 3~4일은 나지 혼자 독차지한다. 그동안 바미는 멀찍이서 나지가 노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렇게 며칠 지나면 나지는 흥미가 시들어 이내 다른 것을 찾고, 그때부터 바미가 갖고 놀기 시작한다. 바미는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발견하게 그거 하나만 진득하게 갖고 노는 아이다. 주로 동그란 공 형태와 잠자리류의 장난감을 좋아한다. 어느 날은 쌀 포대를 묶는데 쓰는 초록색 끈을 잘라 동그랗게 돌돌 말아 굴렸더니, 30여분을 저 혼자 공을 굴리며 논다. 그 후로도 바미는 그 공 하나로 족히 한 달 넘게 사냥하고 놀았다. 체구가 크다 보니 쉽사리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뛰어다녔다. 나지 와 달리 길고 오래가는 스타일이다.


이거 참 자매인데도 이렇게 다르다니. 둘 다 삼색 고양이라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안 보이는 듯하다. 그런데 정말 자매일까? 외모도 성격도 정말 다른데 말이다. 그 궁금증은 수의사님 말을 통해 풀렸다. 아이들 진찰을 마친 수의사님께서 한 마디 꺼내셨다.


“이 아이들 혹시 자매인가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검사로 알 수 있나요?”

“뱃속 모양이 똑같아서요.”


그렇구나. 너희는 자매가 맞구나. 미안해 잠시 의심했어. 자기 부모와 이별하고 여러 집을 전전한 삼색 고양이 자매가 돌고 돌아 우리 집으로 왔다. 이 귀한 축복을 오랫동안 누리도록 노력해야지. 사료값, 간식비, 장난감 이 부족하지 않도록,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며 다짐한다. 옆에서 나지가 냐냐 하며 보채기 시작했다. '간식 달라는 거니 놀아 달라는 거니. 도통 쉴 시간을 안 주는구나. 그래 15분 만이다.' 어제와 비슷하면서 다른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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