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3부)
가게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지 3일째. 매장 안은 직원들이 탁탁탁탁 움직이는 발소리만 고요하게 울려 퍼진다. 그 외에는 서가를 정리하는 소리와 팡팡하며 반죽을 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적막하다. 지금 시간은 오후 1시. 평소라면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 카페에서 음료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이다. 하지만 지금은 눈을 씻고 매장 안을 둘러봐도 손님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들은 건 뉴스를 통해서였다.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로 확진자가 보고되고, 이듬해 1월 우리나라에서도 유증상자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전염병에 대해 들었을 때만 해도 사스, 메르스 같은 존재로 여겼다. 중국에서 일부 지역을 봉쇄할 정도로 국가적 재난 사태인 모습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번질까 두려움이 앞섰다. 다행히 우리 쪽은 초동 대처를 잘한 덕분에 우려와 달리 확진자 수가 적었다. 확진자를 처음 발견한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하루에 1~2명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날도 있었다. 게다가 확진자도 동선이 전부 파악해서 알려주다 보니, 처음에 가진 걱정도 많이 줄어들었다. 확진자가 없는 날이 이어지면서 사스처럼 이대로 잊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2월 말, 대구의 특정 종교 단체에서 일어난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전염병이 퍼졌다. 1차 대유행이었다. 바이러스는 한순간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전의 전염병과는 궤를 달리했다. 비교조차 안됐다. 엄청난 전파력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전날보다 확진자가 배 이상 늘어났다. 각종 매체에서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어느 게 맞는 정보이고 틀린 정보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코로나가 유행한 지 반년도 안 지난 터라, 예방 주사도 치료제도 있을 리 만무했다. 곧이어 WHO에서 감염병 최고 등급인 '팬데믹'을 선포했다. 2009년 신종플루 이후 11년 만이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이상 바이러스를 피하는 최고의 방법은 사람과 접촉 자체를 피하는 길 뿐이었다. 모든 모임과 만남을 취소해야 했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손에 비누칠을 해 흐르는 물에 30초간 씻었다. 한동안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일회용 마스크를 3~4일 동안 사용한 날도 더러 있었다.
1차 유행 기간 동안 서점 또한 기피 대상이 되었다. 바이러스가 밀폐된 공간 안에서 잘 퍼진다는 뉴스가 잇따르자 사람들이 방문 자체를 꺼렸다. 이따금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와도 자리에 앉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앉지 못했다. 대부분 서가를 둘러보고, 커피나 빵을 구매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다. 아쉽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갔다.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물다 나도 모르는 새 코로나에 옮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점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줄어들었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우선 빵 만드는 개수를 줄이고, 책의 매입량을 줄였다. 그리고 판매가 더딘 책들의 반품하면서 조금이라도 손실액을 덜었다. 총판을 통해 들여온 책은 매대에 진열한 것만으로도 다달이 비용이 발생한다. 일종의 대여료 비슷한 개념이다. 서점 입장에서는 그 많은 책을 전부 살 수 없으니 먼저 진열한 후 나중에 대여료를 내는 방식인데, 문제는 매달 나가는 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허리띠를 졸라 매야했다.
인적이 뜸해지면서 상점들도 하나 둘 셔터를 내렸다. 대신 문 앞에 코로나 여파가 잦아들 때까지 한동안 쉬겠다는 팻말을 달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릴 바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 나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거리는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유령도시 같았다.
‘끼익’ 손님 한 분이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오른손에 캐리어를 끌고 오는 걸 보니 여행객인가 보다. 방금 들어온 손님 또한 카운터에서 음료를 주문하기보다는, 서가로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집어 들었다. 한동안 책을 살펴보다 원하는 책을 구매한 다음 빵이랑 음료를 포장해서 밖으로 나갔다. 자주 있는 형태였다.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언제쯤이면 코로나19가 잦아들까? 또 얼마가 지나면 매장도 다시 활기를 찾을까? 모르겠다. 아무라도 좋으니 누가 좀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