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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현 Feb 26. 2024

아물다에서 보내는 편지 9화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역마다 지역서점 인증제라는 것이 있다. 지자체에서 정한 인증 요건과 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역서점’으로 인정받는 제도로, 선정되면 인증서와 함께 지역 공공기관에서 도서 구입 문의가 들어온다.     

 인증제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신청할 생각은 없었다. 이유는 크게 2가지. 하나는 주위 서점 사장님들이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오래 운영해 온 서점도 안 하는데, 굳이 신청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신청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 신청 조건 중 하나가 전체 매출 대비 50% 이상 도서 판매였는데, 우리는 10~20%에 그쳤기 때문이다. 서점을 간판으로 내걸었지만, 주 수입은 아동 청소년 상담이었다. 신청은 엄두도 못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관심을 끄고 내 할 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신청 자격에 변화가 생겼는지, 올해부터 도서 매출의 비중을 따지는 항목이 빠졌다. 코로나 이후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지만, 월급은 제자리인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 사람들의 빠듯한 지갑 사정은 아물다에도 영향이 미쳤다.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서 무언가 수를 써야 했다. 지역서점 인증을 받으면 기관에서 도서 구입 문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열린다. 도서 매출을 비약적으로 늘릴 기회라고 판단했다.     


 도청 문화사업팀에 전화해 세부 사항을 확인한 후, 서류 작업에 들어갔다. 사업자등록증 사본, 도서 입고 내역서, 매출 증빙 자료 등 필수 서류를 출력해서 등기로 부쳤다. 이틀 후, 담당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방문 일정을 의논했는데, 하필 우리가 야탑으로 가는 날과 담당자가 강릉으로 오는 날이 겹쳤다. 정오에 도착한다는 담당자의 말에 오후로 출발 시간을 늦추고 매장을 정리했다.      


 개업 초년은 지원 사업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신청해도 줄줄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 이후 사업계획서 작성 방법을 터득하고 경험도 쌓으면서 기관으로부터 선정되는 빈도가 늘었다. 현장 방문한 담당자의 반응도 괜찮았다. 매장을 관심 있게 둘러보고, 질문도 여러 개 던지면서 꼼꼼하게 살폈다.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지만, 괜찮은 분위기에 마무리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평화롭게 설 연휴를 보내고 난 후, 도청 홈페이지에 지역서점 인증 발표 소식이 올라왔다. 결과는 불합격. 떨어졌다는 소식에 먼저 든 생각은 ‘서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기관에서 도서 구입 문의를 못 받는 혜택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서점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고 생각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아물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한 느낌이랄까. 종일 머릿속에 감돌았다. 기분이 더러웠다.      


 자격 요건에는 도서 판매를 주종으로 하고, 개점한 지 1년 이상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해야 한다고 써있다. 공고상의 여건은 전부 충족했다. 그런데 위원회에서는 어떠한 부분을 짚어 우리 매장이 서점이 아니라고 한 것일까? 담당자가 춘천에서 온다고 해서 야탑을 가는 시간도 늦췄기 때문인지, 더 아쉽고 서운했다. 짐작 가는 부분은 있다. 아마 적은 도서 판매와 중고 책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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