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동력 비행기

고무동력 비행기


운동장 하늘 위로,

진짜 비행기처럼 날아오르던 고무동력기.

한 소년과 한 선생님은

마치 손자와 할아버지인 듯,

아침 운동장을 단둘이서 누비고 있었다.


그들 머리 위로,

매처럼 활공하는 비행기.

교실 창가에 턱을 괴고 있던 아무 것도 아닌 우리들은

비행기와 소년, 노인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날 소년은 단상에 올라 상장을 받았고,

또 어느 날은 최우수 학생이라 불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저 소년처럼,

비행기를 높이 멀리 오래오래 날려보고 싶다.’


문방구에 달려가 똑같은 물건을 사와

집에서 혼자 만들었지만,

처음엔 날개조차 붙이지 못하고 다 버렸다.

두 번째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지만,

어쩐지 소년의 것처럼 날지 않았다.

내 비행기는, 병아리만큼도 날지 못했다.


어쩌면, 잘 안 되었던 건 그때부터였을까.

뭔가 된 것 같았는데,

결국 잘 되지 않았던 것.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종이비행기를 잘 접어 날릴 수 있을까.

나를 가르쳐주는 어른은 없을까.


한 번은, 내가 만든 종이비행기를 학교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소년이 내 비행기를 보더니

“이렇게 하면 더 잘 날아.” 하며,

날개를 구십도로 꺾어버렸다.

나는 또 그 말을 믿었다.


내 친구는,

그으새낀 개새끼야, 씨발새끼…

하면서 날개를 부드럽게 펴주었다.


왜 나쁜 아이인데 선생님은 저 애에게 다정하지?

산타 할아버지는 다 아신다는데,

어른들은 왜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누가 착한 아이인지, 누가 나쁜 아이인지는 알고 싶지 않다.

누가 비행기를 날릴 자격이 있는지.

선생님과 소년 사이엔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내 비행기의 날개를 정말 꺾어야만 했는지.


나는 꿈꾸며 비행기를 만들었다.

더 높이, 더 멀리, 저 하늘 끝까지 날아가리라 믿으며


나쁜 아이를 이끌어주는 어른은

나쁜 어른이 아닐까.

나는 착한 아이에서 착한 어른이 되었는데,

착한 어른에겐 이제 성탄절 선물 같은 건 없다.


주어지는 건 달달하지 못한 ‘달달’의 급료,

버틸 수는 있지만 버겁기만 한 무게의 삶

꺾인 날개를 날려보아도

하늘이 아닌 운동장 흙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비행기를 저 하늘 위로,

힘껏, 마음껏, 오래오래, 멀리멀리 날려보고 싶었을 뿐이다.


감히 꿈을 꾼 내가

나쁜 새끼.


꿈은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기억나지 않는 것.


다 괜찮다.

괜찮다는 게 하나도 괜찮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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