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우리 삶의 속도가 겹쳐 보인다.
삶은 우리 자신이 온전하게 운전해 가는 기나긴 여정이다. 갑자기 끼어들거나 급감 속하는 차를 만나면 울컥하고 욕이 저절로 나온다. 추월 차로를 정속 서행하는 자동차를 바쁜 시간에 만나면 속이 타들어 가고 미칠 지경이다. 도로에서처럼 인생도 가끔 스트레스와 짜증이 연속으로 온다. 어떤 사람은 무리한 추월이나 과속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물론 사고 위험은 커진다. 도전과 모험은 종이 한 장 차이. 하지만 짜증 나고 힘들고 억울해도 온전히 자신이 감당할 노릇이다. 비겁하지 않으려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운전 보조 편의장치가 많아지고 있고,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지만. 그러나 교통사고로 인한 책임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운전은 사람의 몫이고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다. 생활의 편리와 세상 이기가 발전했다지만 인생 운전은 더 편해지거나 안전해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한 달에 열 번 남짓 출장을 다닌다. 편도 2시간 안팎 거리이다. 한 번 정도 휴식을 전제로 여유 있게 출발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제한속도에 10을 더한 속도 미만으로 유지하지만, 과속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백하건대 젊은 시절에 과속을 자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그랬는지 기억은 없다. 아마 생물학적으로 젊은 혈기가 원인이었으리라고 변명해 본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운전 경력이 쌓여서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주행속도는 제한속도 근처로 회귀했다. 과속이나 추월을 반복적으로 하는 자동차를 만나면 젊은 내 모습을 보는듯하다. 이젠 추월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과속을 이해하려고 하고 양보를 배우는 어른이 되어간다. 과속하는 운전자의 부모가 위독하거나 응급실로 실려 간 가족 때문이라고 합리화하면 화가 삭힌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
운전 스트레스를 줄이는 확실한 방법은 평균 주행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추월 없이 제한속도로 운전하면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는지 궁금해서 시험해 보았다. 정상적인 통행에 불편을 주는 초저속 차량만 가끔 추월하며 제한속도 아래로 주행했더니 거리 100km마다 약 10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내비게이션 예상 도착시간으로 비교한 결과였다. 생각보다 증가 시간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나 4차로 이상 도로의 자동차를 보면 마치 물살을 거스르는 물고기처럼 본능적으로 과속하고 추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상류를 향한 물고기의 본능처럼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추월 본능을 장착하고 있는 것 같다. 얕은 폭포 앞에 불곰이 사냥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어는 죽음을 무릅쓰고 상류를 향하여 거슬러 올라간다. 폭포를 뛰어오르는 연어의 도약이 우리 모습은 아닌지 모르겠다. 현실에 매몰되어 너무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무모하게 보이는 알래스카 연어와 닮아 보인다.
달리는 도로에서 주변 차량과 비슷한 속도로 운전하면 제동 하거나 추월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장거리 운전일수록 스트레스와 피로가 증가한다. 그러나 조금만 속도를 낮추면 제동과 추월의 빈도는 크게 줄어든다. 운전 피로가 감소할 뿐 아니라 가족의 안전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물론 주행시간은 조금 늘어난다. 운전 속도는 스트레스, 피로, 사고 위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생도 운전과 다르지 않다. 삶의 속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삶의 피로도가 결정된다. 삶이 버거울 정도로 힘들다면 인생 속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금 늦춰도 큰 문제가 없다면 속도를 줄여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은 시도라기보다는 도전에 가깝다. 사소한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전 중에 가끔은 휴게소를 들러야 한다. 목적지까지의 안전 운행을 위하여, 또는 인생의 미래를 위하여 쉼이나 속도는 중요하다. 당신이 힘들다면 인생 운전 속도계를 봐야 한다. 자기 속도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때로는 과속이 필요할 때도 있다. 원활한 차량 소통을 위하여 또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가끔 추월이 요구된다. 하지만 필요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과속하고 있지는 않은지, 추월이 일상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자동차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듯이 우리 자신도 점검이 필요하다. 속도계가 고장인지, 엔진 오일이 부족한지. 당신의 마음과 몸에 빨간 불이 점멸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100km 거리에 10분을 낭비하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운전과 삶이 조금이나마 더 즐거워진다. 즐거움과 더불어 안전이 가족에게 행복으로 배송된다. 최근 5년간 대한민국 교통사고는 감소 추세다. 여전히 1년에 평균 19만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하루에 52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나는 해당 없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확률과 통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교통사고를 예견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지금 당신의 자동차 속도는 제한속도와 얼마나 가까운가.
그리고 오늘 인생 속도가 잘 지켜지고 있는가.
여러분은 어쩌다 만나는 인생 휴게소를 그냥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 인생에 휴게소가 보이지 않아 힘들다면, 혹시 안내표지판을 보지 못할 정도로 과속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