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식각

흔들리는 삶을 공학이 묻는다

by 권건후

내 업무는 토목공학에 바탕을 둔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토질, 지질 분야가 있는데, 거기에 ‘안식각’이란 용어가 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말이지만, 어느 날 문득 안식각이 공학 용어가 아닌 다른 의미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한자로 安息角(안식각)인데 무슨 의미인지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편안하게 휴식하는 각도. 편안한 휴식이 되는 각도. 알 듯하면서도 이해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다르게 설명해 보겠다. 흙을 파내거나 흙을 쌓으면 비탈면이 생긴다. 비탈면이 수평면과 이루는 각도는 처음부터 평온하지 않다. 외부 충격이나 눈, 비, 바람 등에 끊임없이 무너지고 씻기어 위태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의 시간을 거치면 자연은 기어이 안정을 찾는다. 더 이상 무너지거나 흘러내리지 않는 영구히 안정적인 경사각. 이것이 바로 안식각이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삶은 항상 흔들리고 불안함의 연속이다. 비틀거리면서 균형을 잡으려는 것이 삶,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처님이나 예수님, 혹은 수많은 철학자가 평생을 거쳐 찾고자 했던 최종 목적지가 ‘안식각’이었을 것 같다.

육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안식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아직도 비틀거리고 흔들린다. 나름 부족함에 대한 인지능력은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꾸준함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음을 느낀다. 섣부르게 허공에 팔을 흔들어 대지만 헛손질만 한다. ‘인간은 불안정한 존재’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이 새삼 인정된다.

어쩌면 인류는 안식각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삶은 안식각에 이르려는 과정이지 종착지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는 부족을 채우려는 욕심보다는 겸손과 낮은 시선으로 살아가야겠다. 산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한 시선이 아닌, 산길에 핀 풀과 작은 나무를 바라보는 삶. 흔들리면서도 버틸 수 있는 각도. 그 각도가 지금의 나에게는 미완의 안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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