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게 지나치던 잡초, 그 이름의 의미와 재미에 반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정원을 꾸미는 일은 나무와 꽃, 이름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소중한 의미를 담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그 의미는 잊고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다. 마음에 드는 조경수를 찾아도 이름을 알아야 구매할 수 있으니 이름은 정말 중요하다. 여러 해 정원을 보살피면서 나무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원이나 수목원 또는 주변을 거닐다 아는 나무를 만나면 반갑고 뿌듯하다. 전에는 무심히 지나던 길이었는데. 에메랄드그린, 에메랄드 골드, 황금 측백, 황금 회화나무, 써 니스 마라 그, ···. 대체로 이런 이름은 보석처럼 귀중하고 긍정과 희망을 염원하는 의미로 이루어지는 공통점을 갖는다. 분양 아파트 네이밍처럼 고고하거나 고귀함을 담은 이름이다. 정원에 심어진 대부분 꽃과 나무 이름은 화려하고 희망을 주장한다.
정원은 햇볕과 그늘이 언제나 함께 있다. 사랑받고 애정하는 정원식물 곁에는 주인의 눈총을 받는 음지가 있다. 화려하고 고귀한 이름 아래에 천덕꾸러기 미움을 독차지하는 이름 모르는 잡초가 주인을 괴롭힌다. 짜증 난 정원 주인은 그들을 모두 잡초라고 싸잡아 부른다. 정원을 시작한 8년째 어느 해 유난히 성가신 풀을 보고, 이름이 궁금해졌다. 이것이 내가 잡초 이름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풀을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기 위해서라도 잡초의 이름을 알아야만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손자병법이 필요했다. 그러나 매년 치르는 전투에서 승리는 없었다.
애기땅빈대, 끈끈이대나물, 쇠뜨기, 쇠비름, 바랭이, 강아지풀, 깨풀, 개비름, 개여뀌 등등. 잡초와 사귀다 보면 이름이 굉장히 토속적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생김새나 생태 특성을 왜곡 없이 지극히 사실적으로 솔직하게 표현되는 것이 잡초 이름이다. 그래서 잡초 이름은 우리의 옛 지명과 많이 닮아있다.
불과 이삼십여 년 전 유입된 외래종도 이름은 토속적인 순우리말이다. 외래종 나무와 꽃은 고유의 이름을 원어 또는 과장되게 의역한 이름으로 수입하는데 잡초는 시작부터 다르다. 농부의 미움을 바탕으로 생김새대로 이름이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잡초 이름에 증오가 담기지는 않는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하지 않던가. 농사짓던 어느 촌노가 겪었던 애증으로 이름을 만들어 주었으리라. 잡초는 생명력에 대한 경외심과 이름에 대한 정겨움을 준다. 식물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처음 애기땅빈대를 보면 이름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인다. 끈끈이대나물은 잡초치곤 꽃 색깔이 매력적이다. 무리 지어 피면 정원 꽃인지 잡초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잡초와의 만남으로 이름 공부가 시작되었다. 정원을 곁에 두고 낮은 시선으로 살아가는 동안 잡초 이름 공부는 계속될 것이다. 스스로 사소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는 학생이 된다. 연일 영하의 날씨이지만 입춘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봄, 여름에 만날 이름 모르는 잡초를 기대한다.
우리는 민낯이나 쌩얼을 보여주기 부담스러워 하지만 잡초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뽐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가식 없는 본디 그대로 솔직함을 담은 풀이름이 정겹고 재미있다. 몇 년 후 잡초연감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