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1238회 <연예인과 갓물주>편
지방러인 나는, 서울로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집을 찾아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침대 하나 들어가지 않는 방이 월 50.
서울에 내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이 작은 방 한 칸이라는 것에 초라함을 느껴야만 했다.
얼마 전, 연예인 하정우가 학교 앞 국숫집 건물의 주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연예인에겐 건물 하나 사는 것이 주사위 굴려 브루마블 땅 사듯 그렇게 쉬운 일이구나.
그들만의 리그. 또 한 번 패배감을 맛보았다.
사실 연예인들이 재산을 얼마나 쌓아뒀는지, 한 회당 출연료는 얼마나 받는지.
일반 대중으로선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거대한 부자겠거니 지레짐작한다.
베일에 싸인 그들이기에, 부자가되는 데 어떠한 역경의 서사도 존재하지 않는 개츠비와같은 존재라 여겨졌다.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억대에 이르면서 그들도 당연히 재테크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모든 삶을 내비쳐야 하는 대가로 많은 돈을 받는 것은 어쩌면 정당한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PD수첩> 1238회 ‘연예인과 갓물주’ 편을 보고서 알게 된 사실!
건물주가 되기 위해 그들이 투자하는 순수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적은 금액으로 부동산 투기를 통해 수 억대의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부동산 투자가 정당한 것이 아니라 법의 허점을 노리고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것이라면 말이 다르다.
그들이 수십, 수백억 대의 건물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대출’에 있었다. 실제로 은행은 상당한 금액을 일반 개인에게조차 대출을 해주고 있고, 은행에서 최대한으로 대출을 끌어와 건물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수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고 부동산투기를 하고 있다는 실상을 잘 보여준다.
건물세의 80%는 대출로 충당하여 매매를 해도 매매차익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출금을 갚고서도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현황이란 거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당장 어느 정도의 금액만 모이면 나도 건물을 사들여야 하는 건가 고민까지 되기 시작하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법인 설립’이 있는데, 법인으로 건물을 사들일 경우, 개인 사업자에 비해 훨씬 낮은 세율이 부과되기 때문에 법인을 설립하여 건물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예인 빌딩의 등기부등본에서도 빌딩의 소유자가 본인이 아닌 ‘법인’으로 기재된 경우가 있었다.
어찌되었든, 이번 ‘연예인 갓물주’편에서는 경제시스템의 허점.
임대차법의 맹점에 대한 적절한 지적의 목소리를 잘 담아준 것 같다.
평소 전혀 관심이 없고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연예인 건물주의 예시를 들며 화두를 제시하여 시선을 좀 더 끌었던 것 같다. 일을 통한 적절한 돈벌이가 아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수익이기에 비판 받아 마땅하다. 특히 고수익을 벌어들이는 연예인들의 재테크법으로 떠오르는 건물 투기에 대해 다루어 주어서 조금 더 솔직한 실상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수억짜리 건물들을 몇 채씩이나 가졌음을 자랑하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패배감을 느껴야만 했고, 그러한 과시들은 그들을 둘러싼 아우라를 더 짙게만 만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법의 허점을 노려 돈놀이를 하는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 더욱 화가 났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사업자나 은행관계자의 실제 경험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더더욱 신뢰가 가기도 하였다.
최근 임대차법과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니, 18일 국토교통부와 기획 재정부 등이 발표한 6/17 대책 중에는 법인의 종합부동산세율 법인세율을 대폭 인상하고 대출을 제한하는 정책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번 대책을 통해 주택이나 비사업용 토지를 매각할 때 추가로 과세하는 10%의 법인세를 20%까지 올려 과표 구간에 상관없이 주택 숫자별 최고 세율을 적용하겠다고 하였다. 이번 법 개정과 관련하여 연예인들의 건물 매매 관행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이러한 법 개정안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후속 취재를 하여 보고해 주길 바란다.
사실, 탐사보도 콘텐츠가 가져야 할 요건들은 다양하다. 객관적인가. 호소력이 있는가. 그리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등. 하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탐사 보도에 있어서 객관성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느 곳에 치우치지 않고서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식하도록 도와야 한다. PD수첩은 특히나 여타 다른 탐사보도 프로그램들과 달리 객관적 거리를 잘 유지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다.
항상 이러한 탐사보도컨텐츠를 보며 느끼는 거지만, 은폐되어있는 것들을 엿보고 오는 쾌감? 은행의 실상, 투자자들의 실제 경험 이런 것들을 다양하고 생생히 담아내어서 더 몰입감 있었던 것 같다. 어떠한 분야에서든 문제적 현상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전달해주고, 용기 있는 자들이 없다면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진실들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
항상 진실된 목격자의 목소리를 담는 피디수첩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