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는 꽤나 매운 맛으로 기억된다. 김구라가 독설과 막힘없는 입담을 내뱉고, 윤종신과 김국진이 중화를 해주며 진행되는 토크쇼이다. 게스트가 라디오스타에 나온다고 하면, 다른 토크쇼들과 달리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오길 기대된다. 웃음코드가 굉장히 하드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데 그 명성에 알맞은 예능이다.
그러한 배경에는 CG도 한몫했다고 본다. 라디오 스타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 가장 상단에 약 빤 CG라는 말이 뜬다. 가령, 안영미와 박나래의 19금 댄스에 적절하게 CG를 입혀서 방송용으로 수위를 낮춘다든지, 썰을 조금 더 재미있게 해주기 위하여 짤용으로 적절한 그래픽을 입힌다. 어쩌면 과해 보일 수 있는 라디오스타의 CG는 일종의 프로그램의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나 같은 시청자들은 이를 기대하면서 라디오스타를 시청하기 때문이다.
유난히도 많은 짤이 탄생하곤 하는데, 이 또한 CG의 역할이라고 본다.
예능에 친숙하지 않은 방송인들이 나올 때는 더더욱 기대가 된다. 어떠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갈지. 예능 신입을 위한 최적의 예능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흔히들 말하는 후가공을 확실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토크도 CG로 살려내는, 그리하여 평타 이상은 치게 해주니 안심이 될 것 같다.
요즘 쇼미더머니 9시즌이 방영되고 있기도 하고, 힙합뮤지션들 즉, 굉장히 예능에 낯설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이 나온 2020년도 방송 3회 차를 살펴보면서 CG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CG의 효과가 더욱 두드러져 있었다.
690회 ‘힙로병사의 비밀’특집에서 로꼬와 크러쉬, 675회 ‘토크 싹쓸이’특집에서의 이영지, 693회 ‘시간을 달리는 뮤지션’특집에 나온 박재범과 피에이치원에 각각 씌워진 CG를 살펴보기로 했다.
690회에서 크러쉬는 이미 많은 예능에 출연한 바 있기에 지상파 예능에서 낯설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로꼬는 갓 제대하기도 했고 그동안 음원으로만 대중을 만났던지라 화면에 등장하는 게 꽤 낯설었다. 그래서 인지 대체적으로 토크가 평이했다. 그리고 그의 조곤조곤한 말투 덕에 자칫 지루하게 들릴 수 있어 썰을 더욱 살리기 위해 CG를 많이 입혔던 것 같다. 로꼬의 썰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설명용 CG가 많이 사용되었다. 고기를 굽는 실력이 나아졌다는 부분에선 불판이 앞에 그려진다든지, 그가 의경으로 활동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풀 때에는 경찰복과 모자가 씌워지는 등 토크를 조금 더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그래픽적 효과를 많이 넣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예능에 무난히 녹여낼 수 있었다. 당황하지 않고 담담히 풀어내는 그의 말투와, 그것도 굉장히 센 예능인 라디오스타의 형식이 만나서 무난히 예능에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다.
675회에서 이영지의 경우, 사실 힙합뮤지션이라기 보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알려진 인플루언서 정도로 정의할 수 있기 때문에 입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지상파 예능이라는 플랫폼에 등장하기엔 굉장히 낯선 인물이었기에 이를 또 어떻게 녹여낼지 궁금했다. 이영지의 경우, 통틀어서 한 번의 CG가 입혀진다. 빠르게 음식을 나열하는 부분에서 4가지의 음식그림 CG가 입혀진다. 워낙 입담이 좋고, 첫 출연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지만 기죽지 않고서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그것이 영상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되고 있기에 토크를 살리기 위한 CG는 많이 없었던 듯하다. 조금의 설명, 효과를 위해서만 사용되었다.
693회의 경우, 특히 pH-1에게 많은 CG가 입혀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의 예능 첫 출연이었기에, 낯선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그의 미국식 개그 pH-1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음악으로 산성비를 내리게 하여 모두 녹여버리겠다거나 그런 개그를 치는 부분에 있어서 재미를 살려주려고 했다,
여느 예능프로그램이라면, 신작을 홍보하러 나왔다거나, 하나의 통일된 주제로 게스트들을 부르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라디오스타에는 예상할 수 없는 조합으로 게스트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숙할 수 있는 실력을 살려주는 데 CG가 한몫했다. 김구라의 무리수 적인 애드립들도 CG와 함께 더욱 재밌는 프로그램이 되었던 것 같다.
여러모로 <라디오 스타>는 CG의 활용이 돋보이는 예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