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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띄우는 편지 - 아이스 에이지

by 고래뱃속
아이스 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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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정말 더웠다, 그치?


TV를 틀면 매일이 폭염 특보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땀이 줄줄

푹푹 찌는 날씨에 온몸이 녹아 버릴 것만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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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아래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매일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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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앞에 바짝 붙어 앉아

미지근한 바람결을 타고

매일 상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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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 일어나면 이 더위가 물러가기를

다음 날 눈을 뜨면

숨이 턱턱 막히는 불바다가 아닌

뼛속까지 시원한 아이스 에이지가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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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너랑 노는 거지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언덕에

우리 발자국을 마구 찍어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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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릴수록

속이 뻥 뚫리는 맑고 서늘한 바람

왕창 들이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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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눈썰매 타고

하얀 수평선 아래까지 씽씽 미끄러져 보고

하늘에 떠 있는 눈구름 타고

저 멀리까지 슝슝 날아올라 보고


온종일 신나게 놀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흘린 땀이 식어 가고 코끝이 시려 와

달아오른 뺨에 오소소 소름이 돋고

귀에 전기가 오르듯 찌르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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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춥다!’

말하며 너를 보면 꼬르륵 배가 고파져

‘뜨끈한 국물 먹고 싶어!’

네가 말하면

김이 폴폴 오르는 얼큰한 라면을 같이 먹을까?

후루룩 후루룩 한 그릇 싹 비우고 나면

이제 집에 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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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짜 재밌었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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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또 편지할게
우리 다음에 꼭 놀자!



글: Editor 영




여름 상상| 박광명 글·그림|2023년 6월 19일|16,000원

뜨거운 불바다 속에서 시작된
아주 새파란 상상!
『여름 상상』은 아주 특별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에너지 고갈 현실 속 더위’는 심각한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갇혀 버리기 쉬운 매일매일의 단조로운 틀에 대한 이야기도 역시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더 나아가 약간의 상상을 보태면, 우리는 언제라도 ‘아주 낯선 세계’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그 낯선 세계에서는 아주 낯선 생명체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따뜻한 품과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고, 바람처럼 뛰어다니다 그림처럼 내려앉는 노을을 함께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꺼지지 않는 불바다에 시원한 바람을 선물해 준 건, 바로 그처럼 낯선 세계와 친구가 되어 함께 나눈 웃음, 새로 피어나는 우정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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