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에이지
올여름은 정말 더웠다, 그치?
TV를 틀면 매일이 폭염 특보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땀이 줄줄
푹푹 찌는 날씨에 온몸이 녹아 버릴 것만 같더라
땡볕 아래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난 매일 생각했어
선풍기 앞에 바짝 붙어 앉아
미지근한 바람결을 타고
매일 상상했어
한숨 자고 일어나면 이 더위가 물러가기를
다음 날 눈을 뜨면
숨이 턱턱 막히는 불바다가 아닌
뼛속까지 시원한 아이스 에이지가 펼쳐지기를!
그곳에서 너랑 노는 거지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언덕에
우리 발자국을 마구 찍어대면서
달리고 달릴수록
속이 뻥 뚫리는 맑고 서늘한 바람
왕창 들이마시면서
나란히 눈썰매 타고
하얀 수평선 아래까지 씽씽 미끄러져 보고
하늘에 떠 있는 눈구름 타고
저 멀리까지 슝슝 날아올라 보고
온종일 신나게 놀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흘린 땀이 식어 가고 코끝이 시려 와
달아오른 뺨에 오소소 소름이 돋고
귀에 전기가 오르듯 찌르르해
‘아, 춥다!’
말하며 너를 보면 꼬르륵 배가 고파져
‘뜨끈한 국물 먹고 싶어!’
네가 말하면
김이 폴폴 오르는 얼큰한 라면을 같이 먹을까?
후루룩 후루룩 한 그릇 싹 비우고 나면
이제 집에 갈 시간!
오늘 진짜 재밌었다, 그치?
그럼 또 편지할게
우리 다음에 꼭 놀자!
글: Editor 영
뜨거운 불바다 속에서 시작된
아주 새파란 상상!
『여름 상상』은 아주 특별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에너지 고갈 현실 속 더위’는 심각한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갇혀 버리기 쉬운 매일매일의 단조로운 틀에 대한 이야기도 역시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더 나아가 약간의 상상을 보태면, 우리는 언제라도 ‘아주 낯선 세계’에 다녀올 수 있습니다. 그 낯선 세계에서는 아주 낯선 생명체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따뜻한 품과 맛있는 음식을 나눌 수 있고, 바람처럼 뛰어다니다 그림처럼 내려앉는 노을을 함께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꺼지지 않는 불바다에 시원한 바람을 선물해 준 건, 바로 그처럼 낯선 세계와 친구가 되어 함께 나눈 웃음, 새로 피어나는 우정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이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