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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레시피 - 우리 엄마를 폭싹 안아 주는 레시피

by 고래뱃속
『아홉 시 신데렐라』× 우리 엄마를 폭싹 안아 주는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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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 갔어?’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가 종종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텅 빈 엄마의 가게. 평소 엄마가 다니는 골목길에도, 터덜터덜 돌아온 집에도, 어디에도 없는 엄마. 그런데, 밤 아홉 시 종이 땡 하고 울리면 엄마가 보란 듯 집으로 들어옵니다. 비밀을 숨긴 듯한 엄마의 표정에서 수상한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돈벌이를 위해 아빠와 떨어져 살게 되어도, 가게에 손님이 없어도 머리를 콩콩 찧어 가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엄마인데, 엄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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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시 신데렐라』는 어느 평범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예요. 딸인 명아는 알게 모르게 비밀이 많은 듯한 엄마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만 같은 엄마가, 어쩌다 곁을 놓치기라도 하면 혹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마음에 걱정되고 애가 타요. 날마다 신데렐라처럼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엄마의 뒤를 쫓아 고군분투하는 명아의 짠하고도 애틋한 추적기가 섬세하게 담긴 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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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월의 멋진 날에, 제가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봄날의 레시피는 ‘엄마’에 대한 것입니다. 『아홉 시 신데렐라』와 더불어, 넷플릭스 시리즈인 <폭싹 속았수다> 가족 드라마를 보며 많이 울고 웃었거든요. 두 이야기를 덮고 나서는 제 마음속에 잠잠히 담겨 있던 엄마를 밖으로 꺼내 맘껏 이야기하고, 또 힘껏 안아 주고 싶어졌답니다. 나를 처음 품어 준 사람. 첫 숨을 내어 준 사람. 첫 세상을 선물해 준 사람… 나의 엄마 이야기를 하나씩 헤아려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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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제 엄마는요. 어디에서건 나이가 가장 어리고 손발이 날랜 사람이었어요. 특히 달리기는 엄마의 특기! 말간 얼굴로 엄마는 늘 부지런히 달렸어요. 땅을 박차며 뱉어내던 숨소리, 날아오를 듯 가벼워 보이던 발과 무릎, 속도가 붙을수록 바람을 머금고 크게 부풀어 오르던 옷자락, 공기를 타고 훅 끼쳐오던 엄마 냄새 같은 것들. 어린 시절의 제가 가장 많이 본 모습이었답니다. 엄마가 보여준 것들은 이상하게 잘 잊히지 않고, 시간에 덮여도 윤이 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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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은 사람이 제일 잘하는 것마저 달리기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엄마는 너무 겁이 날 때마다 달아나곤 했어요. 그때 그 시절, 어린 제 엄마가 가장 겁을 냈던 건, 저였답니다. 전해 듣기로 아직 갓난쟁이던 저를 키우다 겁이 나면, 엄마는 몇 번이고 도망을 갔대요.

애를 두고 달아나선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이 주일이 넘도록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대요. 그때마다 아빠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저를 돌볼 손을 빌리려 친가와 외가, 이모고모 댁을 가리지 않고 오가느라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고. 가족들 속을 뒤집어 놓고선, 엄마는 며칠 뒤면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누가 말 붙일 새도 없이 저를 찾아 붙들고는 목이 나가도록 울었어요. 그러고는 동이 틀 때까지 품에서 떼어놓질 않았다는 거예요. 남이 보면 자식이라도 채간 줄 알겠다며 어른들은 혀를 끌끌 차고, 아빠는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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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엔 아무리 졸라도 절 두고 가 버리는 엄마를 좇아 나선 적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엄마가 어딜 가서 무얼 하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아주 밝은 정오 무렵이었는데, 조용히 뒤를 밟던 저를 눈치챈 엄마가 앗, 하는 사이 아주 빨리 달려 도망을 치는 거예요. 순식간에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엄마를 보고 당황한 저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어요. 그러자 엄마는 모퉁이를 돌아 쏙 숨어 버리고. 자식이 뒤에서 부르는데 돌아보기는커녕 저리 달려 달아나다니. 저 사람이 내 엄마라니…. 와중에 멀어지는 엄마의 발이 어찌나 날래고 가벼운지, 너무 얄미워 오히려 웃음이 나던 게 기억나요. 만약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면 저 발을 잡아 콱 깨물어버리고만 싶었던 제 마음까지도.

저에게 들키지 않으려 담벼락에 몸을 웅크린 엄마를 보았지만, 더는 가까이 가지 않고 돌아섰어요. 어린아이라도 저를 밀어 내는 마음은 다 알고 느끼는 법이니까. 작은 것 하나도 서럽고 억울하던 어린 시절, 환히 달려와 주던 엄마의 얼굴만큼이나, 돌아 멀어지던 엄마의 등을 보며 저는 자랐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의 표정을 뒤에선 볼 수 없다는 것에 저도 모르게 안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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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크고 나서야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그 시절 나의 어린 엄마가 몇 번이고 멀리 도망을 치다가도 결국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던 것에 대해서. 앞서가던 당신이 끝내 졌다는 듯이 몸을 돌려 나에게 와서 잔뜩 겁을 먹은 얼굴을 하고 뼈가 부딪힐 만큼 강하게 제 몸을 끌어안았던 것처럼. 나는 엄마에게 힘껏 달려가 본 적이 있었던가, 헤아려 봅니다. 저는 엄마로부터 도망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건 제가 엄마와 달리 겁이 없어서도. 강해서도 아니었답니다. 엄마처럼 큰 사랑으로 무언가를 지키며 키워 낸 적이 없어서였을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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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부모는 사는 동안 헤매고 흔들릴지라도,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날에도, 아이에게 난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주 멀리서도 내 아이는 한눈에 알아보듯이.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달려가 보기로 했어요. 엄마에게, 엄마에게서, 엄마에게로. 어떨 땐 화가 나서, 한날엔 그리워서, 엄마가 필요해서. 그 말들을 품고 힘껏 달리며 살아 보고 싶어요.

동화 속 신데렐라처럼 시계 종소리가 마음에 울리면 언제 어디서든 가족에게 돌아와 집이 되어 주는 사람, 엄마. 이 힘은 특별한 마법이 아니었어요. 우리들이 지닌 폭싹한 사랑이 아닐런지요.




매 순간을 키워 내고 사랑하고 살아 낸 당신,

우리 엄마를 폭싹 안아 주는 레시피


1. 엄마가 필요할 때, 엄마를 사랑할 때, 마음을 담아 엄마를 부르기

2. 엄마의 시간과 정성에 감사하기

3. 엄마의 얼굴, 말과 마음에 귀 기울이기

4. 엄마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5. 자주 얼굴을 보고, 보여 주기

6. 행복한 순간을 많이 남기고 추억을 선물하기


2025년 5월 고래뱃속 북레시피

글: Editor 영




아홉 시 신데렐라|박윤우 글·박광명 그림|2022년 10월 3일|12,000원

고단한 현실의 빈자리를 메꾸는 건

서로를 지키려는 반짝이는 마음들

사라진 엄마를 찾아 여기저기 헤매 다니는 명아. 가게에 손님이 없어도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엄마인데, 엄마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런데 밤 아홉 시 종이 땡, 하고 울리자 엄마는 보란 듯이 집으로 들어옵니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 슬며시 올라가 있는 입꼬리, 움찔움찔 현란한 손놀림이 뭔가 수상합니다. 사업의 실패로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 먼 곳에 계신 아빠의 빈자리 앞에서, 그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데···. 명아는 엄마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친구 미진이를 동원해 수사를 시작하고, 결국 둘은 무도회장으로 향합니다. 번쩍이는 조명 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명아는 엄마를 찾아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요? 신데렐라 엄마도 재투성이 엄마도 싫은, 걱정 가득 딸의 엄마 추적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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