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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띄·편 - 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

by 고래뱃속
『안녕, 내 사랑!』 × 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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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이도 오래 살아지는 마음이 있어.

다정한 눈빛 하나, 조용히 내려앉는 손끝 하나,

어쩌면 그게 전부였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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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말은 때로는 가시가 되었고

또 어떤 날은 어둠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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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가시와 어둠 사이에서 자랐어.

하나씩 하나씩, 내 몸을 감싼 깃털을 잃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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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날,

누군가가 나를 부르듯 말했어.

“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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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가시도 어둠도 아닌

그저 하나의 숨결이 되었고

멈춰 있던 시간이 아주 작게 움직이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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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가만히 그 말속에 머물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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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말은 나를 아주 포근하게 덮어 주었어.

어떤 가시도, 어떤 어둠도

그 말보다 더 깊게 들어오진 못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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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아름다운 나의 천사.



2025년 5월 고래가 띄우는 편지

글: Editor 먼지




안녕, 내 사랑! | 윤성은 글·김근아 그림 | 2024년 2월 26 | 12,000원

어느 앵무새의 벌거벗은 날개,

거울처럼 당신을 비추는 이야기

나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새입니다. 몸에 남아 있는 깃털이라곤 한 오라기도 없는, 벌거벗은 새입니다. 다른 누가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정신을 놓고 하나하나 부리로 깃털을 뽑아 없애다 보면, 어느새 주변은 새하얀 깃털로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요? 시작은 아이들의 말을 따라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앵무새거든요.

‘꺼져, 바보, 멍청이, 못생겼어.’ 나를 향해 쏟아내는 아이들의 말을 따라 내가 ‘바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이 웃는 것이 좋았고 그래서 더 자주 그들에게서 배운 말을 해 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방에 갇혀 혼자가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벌거벗은 새였습니다. 다른 누가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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