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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뱃속 북레시피 - 『비밀 대 비밀』

by 고래뱃속
『비밀 대 비밀』 × 피 끓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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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어둑한 방에 불을 켜고 세수를 하는데 무언가 바람이 세는 듯한, 시큼한 느낌이 났다. 거울을 보니 코피가 나고 있던 거였다.


이 글은 내가 가진 작은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나는 코피가 난 적이 평생 한 번도 없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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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과 놀이터를 뛰놀며 넘어지고 부딪히고 다치는 일이 일상이던 어린 시절부터,

야간자율학습과 시험 전쟁을 치르던 수험생 시절을 지나,

수업이 끝나면 밤을 새워 가며 과제를 해치우고, 동기들과 어울려 놀던 청춘 시절까지도.

나는 살면서 코피가 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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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에 보던 만화나 드라마를 떠올려 보면, 운동장에서 날아오던 공을 우연히 맞고 난 코피를 시작으로 피어나는 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들에.

하굣길 분식집에 마주 앉아 열심히 떡볶이를 먹던 친구 녀석의 콧구멍에서 예고도 없이 흐르는 코피를 보며 ‘너, 피가…!’ 하며 놀라는 나와 달리, 그저 쓰윽- 옷소매로 대충 문질러 닦고는 휴지를 말아 피를 막고서 쿨하게 마저 떡볶이에 집중하는 친구를 보면서,

내 마음에 든 생각은 조금 유치하고 부끄럽지만 ‘나도 코피 나 보고 싶다. 어떤 느낌일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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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끓는 십 대 시절, 교실에는 코피 좀 나 본 애와 코피 맛도 모르는 애라는 새로운 생각 분류가 내 안에 조용히 자리를 잡기도 했다.

그 뒤로도 ‘언젠가 나도 코피가 나겠지….’ 하며 무던히 자라 온 것이 여기에 이른 것이다.

여전히 나는 코피 ‘알못’ 인생이었다만, 지금 이 순간부터 새로운 문이 하나 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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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코피가 나 봤습니다, 옛 친구의 말대로, 이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군요. 이러다 조금 있으면 금방 멎어요. 이유는 저도 모릅니다, 하하.’ 하며 괜스레 센척하며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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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주 작고 부끄러운 비밀이자 자랑이 되겠지.

어쩐지 감추고 싶은 마음, 그러다 은근슬쩍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슴 속에서 오르락내리락 시소를 타고 왜인지 간질간질한 이 기분. 비밀을 가져 본 이들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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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자라면 마음도 자란다. 아이든 어른이든, 작든 크든 상관없다.

어떠한 것이든 내 안의 ‘비밀’을 만들고 깨뜨리며 나와 너는 우리가 되고, 세계는 커질 수 있다.

서로의 비밀을 나누고 느끼며, 비밀과 함께 성장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좋다.

그래서 나의 비밀도, 또 너의 비밀도 궁금하다. 서로에게 꺼내 보일 수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무럭무럭 비밀을 키워 갈 우리가 기대된다.





우리 마음과 세계를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감정의 반찬

‘비밀’ 레시피


1. 무엇이든 좋아요. 마음속에 비밀의 씨앗을 심어 보세요.

2. 나의 비밀이 소중하듯, 다른 이의 비밀도 소중해요. 서로의 비밀을 존중해 주세요.

3. 다른 이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다정한 마음으로 헤아리고 이해해 주어요.

4. 나의 비밀을 털어 놓았을 때, 이를 공감해 주고 아껴 주는 이를 만나면 꼭 고마움을 표현해 보아요.

5. 좋아하는 친구와 서로만의 비밀을 만들고 공유해 보면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어요.

6. 비밀을 오로지 부정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다양한 시선으로 마음을 열어 받아들여 보세요.



글: Editor 영




비밀 대 비밀|하정화 글·이재경 그림|2022년 6월 20일|12,000원

설레는 열한 살의 출발

비밀스러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마에 뾰루지가 돋아난 4학년의 첫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첫사랑 그 아이와 한 반이 되다니!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작은 키 때문에 원치 않는 다른 아이와 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짜증 나고 속상한 마음에 설상가상 덮쳐 오는 이 냄새는 뭘까요? 옆자리에 앉은 이상한 아이, 그 아이에게서 나는 수상한 냄새. 쉽사리 가시지 않는 냄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벌이는 비밀 추격전은 또 다른 비밀과 마주합니다. 불쾌를 호감으로, 오해를 공감으로, 의심을 믿음으로 바꾼 비밀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비밀을 키우며 마음을 키우고, 비밀을 나누며 관계를 쌓고, 비밀을 풀어 가며 자신의 세상을 넓히는 평범한 아이들의 비범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 책은 요동치는 마음의 변화와 아우성치는 몸의 변화를 시소처럼 오가며 아이들의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이들의 순진한 상상들과 들켜 버린 속마음이 꼼꼼히 들어찬 그림을 글과 함께 시소 타듯 보는 재미도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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