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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띄·편 - 내 집 마련의 꿈!

by 고래뱃속
『해골 씨의 새집』× 내 집 마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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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 이사를 갑니다.

새집을 구하러 다니는 일은 아주 큰일이지요.

부동산을 알아보고 집 매물을 비교하는 일부터… 조도와 채광은? 방은 몇 개? 집 컨디션은?

지하철역과 정류장, 편의시설과 학교, 집, 회사와의 접근성은 또 어떻고요.

거기에 통장 잔고와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죠.

이사 준비를 떠올리면 마치 RPG 게임 속처럼 제 앞에 퀘스트들이 줄줄이 생겨나는 모습이 그려져요.

그러니 각자에게 맞는 집을 찾는 일은 ‘여정’이나 ‘모험’이란 이름을 붙여도 전혀 과하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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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종종 닌텐도의 콘솔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같은 집을 꿈꾸곤 했습니다.

초록빛 숲속이나 푸른 섬에 들어가 아기자기한 집을 한 채 짓고서 유유히 일상을 꾸려 가는 삶. 쓰고, 입고, 먹는 모든 것들은 손수 땀과 정성으로 건강히 일구어 누리는 삶. 계절이 흘러가는 속도와 풍경이 오롯이 담겨 녹아드는 마당과 창밖 풍경이 아름다운 집을요.

여러분이 꿈꾸는 집은 어떤가요?

대저택처럼 크고 황홀한 집?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조용하고 아늑한 집?

무시무시한 드래곤 가족이 나오는 집이나 해골이 살아 움직이는 집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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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는 근래에 제가 살 집을 구했답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셈이지요.

이 집에서 맞이하는 계절도 훌쩍 지나가고 있네요. 아 참, ‘모여봐요 동물의 숲’ 같은 집을 찾지는 못했지만요, 집 바로 앞엔 큰 야외 시장이 있어요. 제철 과일과 야채들, 생선이나 반찬 가게, 화분들 호떡 붕어빵… 오가는 길에 사람들이 손으로 일군 많은 것들이 매일 생생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저는 시장에서 무언가를 잘 사지는 않지만, 오갈 때마다 별일이 없으면 항상 시장 길을 따라 걷게 되어요.

가끔 가족과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꼭 함께 시장 구경을 갑니다. 그저 이웃들 소리 들으며 걷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덕분에 달마다 찾아오는 제철 음식과 식재료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쏙쏙 알게 되었네요. 저는 이 집이, 이 일상이 참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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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에선가 새집을 구하고 계시는 당신,

혹은 어디론가 이사를 하고 싶은 당신께 응원을 담아 이 편지를 씁니다.

‘어떤 날은 갈 곳이 없으면 어떡하지? 내 한 몸 푹 누이고 쉴 집을 찾지 못하면 어떡하지?’

문득 걱정이 들 때, 세상의 온 방들을 떠올려 보세요.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당신들이 세대를 넘어 여기저기 살러 다녔을 방들을요. 어느 도시의 골목엔 그 집들이 아직 있거나, 혹은 허물어졌겠지만, 우리 모두 각자에게 꼭 맞는 집을 찾을 수 있기를.

아무쪼록 그 집에서 편안하게 사시기를. 자주 웃는다면 더 좋고요.

두 손 모아 바라보는 밤입니다.




글: Editor 영



헌 집 주고 새집 찾고 싶은 이들에게 바치는

달콤쌉싸름한 내 집 처방전!

해골 씨는 오늘 새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드디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것이지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집 앞에 도착해 대문을 마주하자마자 해골 씨는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작고 연약한 해골 씨에 비해 압도적으로 거대한 대문이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거든요. 입구부터 미스터리한 냄새를 폴폴 풍긴 집 안에 들어서니, 끝이 보이지 않을 만치 기다란 복도와 높은 천장이 펼쳐져 있고 집 안 구석구석 부엌의 찬장도, 침실의 잠자리도, 거실의 탁자와 소파까지, 모든 게 압도적이기만 합니다. 머무르면 머무를수록, 마음에 드는 점보다 수수께끼 같을 정도로 불편한 점들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쌓여 갑니다. 해골 씨는 과연, 이 수상한 새집에 무사히 적응할 수 있을까요? 내 집 마련이 별따기만큼 어려운 현실 속, '진정한 내 집 찾기'를 위한 블랙코미디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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