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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띄·편 -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by 고래뱃속
『루시와 친구들: 가을 이야기』 ×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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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야.

여름이 지나고 나니 아침에 눈을 뜨면 공기부터 달라졌어.


창을 열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노르스름한 달걀노른자 하나 톡 깨서 밥 위에 얹으면 한 공기 뚝딱이지.

신을 신고 집을 나서면 온 세상이 주황빛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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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올가을에도 너와 신나게 놀고 싶어서 이 편지를 써.


난 지금 너와 보낸 계절들을 하나둘 떠올려 보고 있어.

우리가 함께 보낸 나날들 속 풍경과 기억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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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에서 너와 함께 나눠 먹던 사과 씨 한 톨 속에.


불그스름한 봉숭아 꽃잎마다 서로의 시간을 꾹꾹 담아

어여쁘게 물들였던 손톱달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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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위해 작은 파티를 열어 주었던 우리만의 숲속 아지트 속에.


추억이 차곡차곡 알록달록하게 쌓여 온 그림 일기장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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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운동장을 뛰놀다가 하루가 저물면

손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맡았던 모래 냄새와 뒤섞인 서로의 냄새 속에.


나의 모든 계절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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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보냈던 시간 속에서

난 무엇보다 값진 보물을 찾았어.


내 옆의 너를, 네 옆의 나를.

세상 그 어떤 말로도 다 담을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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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친구야, 우리 지금처럼 쭉 함께 놀자!

이 계절에 함께 있어 주어 고마워.



글: Editor 영




루시와 친구들: 가을 이야기|마리안느 뒤비크 글·그림|백지원 옮김 | 2024년 9월 2일|14,500원

사과만큼 낮잠만큼

달콤한 가을 안의 너와 나

인간과 동물, 모든 존재가 향유하는 자연이라는 축복을 지금 바로 여기에의 낙원으로 데려온 마리안느 뒤비크의 계절 시리즈, 가을 이야기. 숲속 마을에서 루시와 친구들은 가을의 넉넉한 품이 내어주는 열매를 만끽합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계절별 즐거운 놀이와 일상을 다루는 이 단순한 이야기 안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마음속을 간지럽히는 작은 지혜들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소소한 퍼즐들도 숨어 있지요. 서로 함께 엮여 있는 이 즐거운 이야기 퍼즐은 가을의 열매인 ‘사과’, 가을의 축제인 ‘가장무도회’, 늦가을의 섭리인 ‘낮잠’, 이 세 가지 주제를 통해 맞추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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