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기고라니 Nov 24. 2022

기록광인의 완벽한 2023 다이어리를 위한 험난한 여정

호보니치 테쵸 커즌과 그 외 탈락자들


고라니입니다.


벌써부터 2023년을 맞이하기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네요.

그 일환으로 신년에 쓸 다이어리를 찾고 계신 분들이 있을거라 생각되어 완벽한 다이어리를 찾아 헤맸던 험난한 여정을 기록해봅니다.




서론(스킵해도됨)




나는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이다...(과장 아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관심사가 쉽게 옮겨가는 성향이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밑빠진 독처럼 기억이 빠져나감.

당연하게도 이런 노답 기억력으로는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힘들다.


다행히도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모자란 뇌용량을 커버치기 위해 마치 외장하드를 끼우듯 여기저기 메모와 기록을 해둔다.

문제는 그 기록을 사혼의 구슬조각처럼 흩어져 있어 필요할 땐 보이지 않을 뿐더러,

기록을 했다는 사실마저도 까먹어버려 기록을 한 의미가 없어지는 때가 허다함...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에게 맞는 기록 방식을 어느 정도는 찾아놨지만,

그래도 최적화된 상태는 아니고... 매년 새롭게 시도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현재 내가 기록하고 있는 것들 리스트를 대강 정리해보니,


다이어리

일정(구글캘린더)

공부기록(스터디플래너)

자산 및 투자기록(스프레드시트)

아이디어(노션, 아이폰메모, 굿노트)

일기(일기장)

백수일지(미니일기장)

가계부(어플)

투두리스트(어플)

습관트래커(어플)


기록광인이라는 워딩을 보면 보통은 화려한 다꾸, 빽빽한 깜지 등을 떠올리지만

나의 기록스타일은 그와는 거리가 멀고, 말하자면 조선왕조실록을 쓰던 사관 스타일이다.

이런 걸 왜 여기다 써? 하는거 까지 여기저기 다 씀...


따라서 신년 다이어리를 결정하는 일은 나에게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사실 2022년은 굿노트와 노션을 활용한 스마트한 기록생활을 계획했으나

개같이 실패하고 아날로그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내 뇌는 "무언가를 직접 손으로 적는 행위"를 해야 장기기억으로 옮겨줄까 말까 한듯.





그 전까지는 주로 프랭클린 플래너의 캐주얼 버전을 유용하게 썼다.


신입시절에는 1D1P(한 페이지에 1일)구성으로 쓰다가, 짬 좀 찬다음 2D1P(한 페이지에 2일), 나중에는 1W2P(양쪽 페이지에 한 주) 로 진화함.



가장 유용하게 썼던 건 위 사진에 있는 2D1P 구성인데, 투두리스트와 시간별 일정관리를 동시에 할 수 있어 편했다.

1D1P 보다는 확실히 좀 더 가볍기도 했고, 여러모로 잘 썼다.




완벽한 다이어리를 위한 조건



나의 다이어리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먼슬리 + 위클리 + 데일리가 한 권으로 합쳐져 있을 것


초장부터 원하는 다이어리를 찾을 확률이 극악으로 수렴하는 악조건.

보통은 먼슬리+위클리 거나, 먼슬리+데일리 구성으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인데 3가지를 모두 한 권에 제공하는 플래너는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있으면 제발 알려주세요)


내가 먼+위+데 삼위일체를 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먼슬리에는 주요 일정, 위클리에는 세부 일정과 투두리스트, 데일리에는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이나 일기를 적고 싶었다.

이미 수많은 것들을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적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아날로그 기록은 단권화를 하고 싶은 마음.

다소 중복기록의 소지는 있지만 괜찮다. 나는 다꾸를 할 것도 아니고, 중복으로 기록된다는 것은 곧 까먹으면 안되는 중요한 것을 의미하니까!



그리고 위클리와 데일리를 각각 쓰다보면 어쩔 수 없이 데일리 다이어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음..




2. 버티컬 위클리(위클리가 세로로 긴 형태)



위클리 플래너를 검색해서 나오는 국룰 구성.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구성이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한 주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짤막짤막하게 쓰는 나에게는 가로로 긴 형태가 매우 비효율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위클리 구성은 세로로 길고 투두리스트를 관리할 수 있으며, 주말 칸이 작지 않은 형태!!!

(주말에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디요)



딱 이런 형태!!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메이저인 구성이 아니지만, 몰스킨과 프랭클린플래너, 그리고 양지사에서도 이런 세로 형식의 위클리 구성을 제공하고 있다.


나는 정말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버티컬 위클리를 영업하고 싶다.

버티컬 위클리의 장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1. 한 주의 흐름과 펜딩된 것들이 한 눈에 들어옴

2. 시간별 일정 관리와 투두리스트 관리에 매우 적합

3. 세로로 긴 형태라 짧게 본론만 적는 나에게는 여백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음


등등... 일정관리 & 업무관리 & 공부관리에 최고로 효율적인 형태가 바로 버티컬 위클리라고 생각한다.

외국에선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제발 좀 만들어주세요)


프랭클린 플래너 1W2P 구성


내가 사용했었던 프랭클린 캐주얼 플래너의 위클리 구성인데, 시간대별 일정과 투두리스트를 동시에 작성할 수 있어 매우 편하다.

하지만 주말 칸이 너무 좁은 관계로 업무용 다이어리로만 활용할 수 있었다.

나는 업무용+개인용을 모두 하나로 합쳐버리고 싶은 건데!!!!!





위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한 조건이고, 그 외에도...


* 먼슬리는 일요일 시작, 위클리는 월요일 시작 구성이었음 좋겠어

* 내지 디자인은 심플하고 커버 디자인은 로이텀처럼 쨍한 컬러플레이 위주의 하드커버였음 좋겠어

* 작은 그리드(모눈) 구성 많았으면 좋겠어

* A5나 25절 사이즈였으면 좋겠어

* 근본 브랜드였으면 좋겠어(맘에 드는 다이어리 찾았는데 다음 해 단종되면 개빡)

* 웬만하면 신토불이(국내 공휴일 쓰기 귀찮음)

* 만년형 극혐

* 6공 20공 스프링 분철 다이어리 싫어(왼쪽 페이지 쓸때 노답임) 무조건 180도 제본이야


등등.....ㅎ.....

수많은 조건이 붙어 있었다.





당연히 사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뭘 샀냐고?









호보니치 테쵸 커즌 영문판 2023


왼쪽 : 커즌 / 오른쪽 : 오리지널


호보니치는 일본 브랜드여서 애초부터 후보군에서 제외되어 있었다(일본 공휴일 써져있는거 어쩔...).

그러나 극악의 조건으로 인해 버티컬위클리를 제공하고 있는 호보니치와 지분테쵸도 알아보기 시작하고...

마침, 2023년부터 먼슬리+위클리+데일리가 합쳐져있는 호보니치 커즌이 영문 버전이 나온 관계로 질러버렸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YEARLY


군더더기 없는 이얼리 인덱스는 해빗트래커나 프로젝트 관리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

정갈한 그리드 구성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MONTHLY


사실 나를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이 먼슬리 페이지.

나는 일요일부터 시작하는 먼슬리를 사용한다.


호보니치 오리지널 버전은 일요일시작/월요일시작 먼슬리를 취사선택할 수 있으나,

커즌 버전은 무조건 월요일버전만 있다. ㅠㅠ

그러나 오리지널 버전은 위클리를 제공하지 않고 데일리만 있는 구성이다.


개인적으로 호보니치에서 제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구성이 바로 위클리기 때문에 오리지널은 선택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라니는

먼슬리에 스티커를 붙여서 강제로 일요일 시작 구성으로 개조하기로 했습니다.

그 말은 즉슨 스티커도 구매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WEEKLY



나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성인 위클리!!!!


보통 아마존에서 파는 미국이나 유럽의 버티컬 위클리들은 시간이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되어있는 것이 대다수인데,

호보니치는 아시아의 특성을 반영하여(^^) 오전 5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기재되어 있다...


사실 24시간을 전부 쓰진 않게 때문에, 위쪽의 오전 부분은 체크박스를 만들어 투두리스트로 활용할 예정.



DAILY



데일리 구성도 참 군더더기 없다.


그 날의 세부 일정을 다시 한번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위쪽엔 간단하게 투두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는 체크박스가 있는 형태.

그런데 애초에 자유도가 높은 구성이라서 나는 일기나 N잡일지, 공부일지 등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사진은 일본어 버전이라 하단 부분에 일본어로 명언이 써져 있는데, 영문판에는 영어로 써져있다.

명언 보다보니 계속해서 자주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누군지 보니까 호보니치 CEO더라(...)



일본 특유의 구성 답게 그 외에도 아기자기하게 다른 구성들이 이것저것 있지만 난 다 필요 없다.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https://www.1101.com/store/techo/en/2023/all_about/cousin/about05.html



그 외에 호보니치를 구매하기 전 필수적으로 알아둬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1. 호보니치는 토모에리버라는 아주 얇은 종이를 사용한다.


종이를 꾹꾹 눌러쓰는 나에게는 두꺼운 종이가 익숙하지만... 뭐... 일단 해보자.

만년필에 최적화 되어있고, 제트스트림 같은 유성 볼펜은 시간이 지나면 번진다고 한다.

(제트스트림 최애인데 ㅠ)


2. 호보니치는 커버를 따로 사야 한다.


내지를 구매하면 오는 커버는 조금 두꺼운 정도의 종이이기 때문에, 커버가 필수다.

호보니치에서 전용 커버와, 커버 위에 씌우는 커버온커버(...)를 매우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나

내가 호보니치를 구매하는 이유는 정말 단순히 "내지 구성" 때문이므로 과감히 제외하고 단순하게 그냥 투명 pvc 커버로 가기로 함.


아래 블로그의 꿀팁을 보고 딱 맞는 사이즈의 커버도 950원에 구매(근데 배송비 3천원)


https://blog.naver.com/suchablog/222179781475


3. 호보니치는 비싸다.


질 좋은 종이 사용 + 좋은 구성 + 이름값 등의 콜라보로...

엔화로는 4,290엔, 국내에서 구매 시 5만원 초반 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직구시에도 배송비를 합하면 별로 차이나지 않으므로, 내지 하나만 살거면 국내 구매대행으로 사는 것이 좋다.



구매 & 언박싱



나는 페이지업이라는 사이트에서 구매했다.

호보니치 공홈에서 구매하면 특전으로 볼펜과 2023년 파우치를 주는데,

공홈은 배송비가 사악하고, 구매대행 사이트는 사은품을 안 주는곳도 있다.


근데 페이지업은 특전 사은품도 줌.


https://smartstore.naver.com/page_up/products/7208518428


참고로 커버는 이쪽에서 구매.


https://smartstore.naver.com/pleple/products/4727292950







모야 실물이 더 이쁘잖아

이 아날로그 감성 어쩔꺼야









나를 숨막히게 만들었던 위클리 구성

실제로 보니 더 영롱하고 갓생살고 싶은 의지가 팍팍 든다.




바로 PVC 커버를 씌워보았다.

투명커버를 사길 잘한게, 안쪽에 스티커같은걸 끼워서 나만의 디자인으로 리폼도 가능할 것 같다.

당분간은 순정 상태로 쓸거지만~~


벌써부터 다가올 2023년이 기대되는걸...?







아, 참고로 가장 걱정했던 종이는 어땠냐면...

성경책처럼 얇은 소재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내 걱정만큼 얇지도 않았고

하이테크 펜이 아주아주 유려하게 잘 써지는 재질이라 너무 기분이 좋음.


토모에리버 종이... 처음 써봤는데 만년필광인들이 환장하는 이유가 있음.

만년필 필요도 없는데 사고싶다(?)



다이어리101 탈락자 모음


호보니치를 선택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갈팡질팡이 있었기 때문에

사장시키기는 아까워 괜찮았던 후보군들을 추려서 올립니다.

누군가에게는 유옹하길.


내 다이어리 조건에서 제일 중요했던 버티컬 위클리를 포함한 구성이다.

그러나 모두 데일리가 없어서 제외됨...


그리고 싹~~~~다 호보니치보다 쌈 ^^



1. 프랭클린 플래너 위클리 25절

5년 넘게 업무용 다이어리로 잘 썼던 것. 한글판이어서 먼슬리에 잡다한거 따로 기재 안해도 됨.



2. 몰스킨 위클리 세로형

이것도 버티컬 위클리 계의 조상님...



3. 양지 매니지먼트 25

저렴한데다가 믿을 수 있는 신토불이 양지 브랜드. 이름있는 버티컬위클리 중에 제일 저렴함...



4. 모트모트 다이어리

수험생과 공시생들에게 매우 유명한 문구브랜드 모트모트.

위클리는 스토리형과 태스크형이 있는데, 이 중 태스크형이 버티컬위클리다.

예쁜 컬러감과 군더더기 없는 내외부 디자인도 장점.



5. 안테나샵 위클리 다이어리

이것도 양지사랑 맞먹게 저렴한 가격에 예쁜 디자인.

내지 구성도 딱 깔끔하고 있을 것 다 있다.



6. 아날로그 키퍼 스페이스 다이어리

만년형은 안넣으려고 했는데... 버티컬 구성이 너무 좋고

소위 문덕들의 매우 큰 지지를 받고 있는 트렌디한 브랜드의 플래너!

같은 브랜드의 2023 다이어리는 버티컬 구성은 아니지만 이쁘고 깔끔하다.



이상 머리털 나고 호보니치 첨 사본 문찐의 리뷰 끝.


자, 이제...

쓰는 일만 남았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