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선 광고 비평(국민의힘/민주당)
이제 대통령 선거를 22일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 의미로 투표가 쉽지 않은 선거입니다. 누굴 찍어야 할지, 어떤 후보가 '최선' 또는 '차악'인지도 가려내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기표소 앞에 가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정보를 습득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린 광고를 봅니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TV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의 광고들이 게재되기 때문이죠. 선거 광고에는 보통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를 표방하기 마련인데, 이번 선거에서 거대 양당은 그보다 더 원초적인 작전을 펼치는 것 같습니다.
오늘 글에서는 따끈따끈하게 나온 양당의 선거 광고들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보기 전에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TV광고로 유권자의 표심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입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이슈가 터지는 이번 대선에서는, TV 광고가 부동층을 설득하기에는 중과부적입니다.
대신 부동층이 아닌, 집토끼(지지층) 이탈을 막도록 공고하게 하는 역할은 분명합니다. 내가 뽑기로 한 후보의 좋은 이미지를 TV를 통해 공개적으로 발표함으로써, 심리적 연대와 안정감을 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광고는 이 점이 너무 지나칩니다. 중도층을 위한 새로운 어필 없이, 약점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을 의미한다는 말처럼, 과하게 감추려 했다가 도리어 약점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윤석열
광고는 발단 부분이 중요합니다. 그 부분에서 광고를 계속 볼지 말지 결정하니까요. 윤석열 후보의 광고는 처음에서 '아기의 걸음마'가 나옵니다. 잔잔한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후보 또한 차분한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광고에서 아기는 보통 '평화', '안정', '성장'을 상징합니다. 이러한 장면을 광고에 넣음으로써, 후보자가 가진 검사 이미지와 분리하고자 하는 계산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검사, 검찰에 대한 상대측의 공격이 많으니, 내린 전략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광고가 지지 결정층에게는 더 유효하다고 하였는데, 광고를 통해 후보자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하여 표심을 결집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사가 주는 카리스마를 장점으로 쓸 수도 있었으나, 그 점은 이미 다 인지 했으니 쓰지 않고, 대신 약점을 가릴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몸짓이 큽니다. 발언 중에 손을 많이 쓰고, 움직임이 많은 편입니다. 이것이 약점이 되어, 불안감을 준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후보자의 이런 특징을 보완하기 위함인지, 광고의 전체적인 전개도 느리면서 차분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카피를 화면에 띄우며, 메시지를 분명하게 내세우면서 광고를 진행합니다. 가독성 높은 방식이긴 합니다. 다만 레토릭 부분에서, 메인 카피는 경제대통령인데, 바디 카피는 정작 '셀프디스'를 하고 있기에 개연성이 조금 떨어집니다.
광고는 윤석열 후보와는 차별점을 많이 두었습니다. 비교적 전개 속도도 빠르고, 음악이나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무겁습니다. 무엇보다 광고 속 후보의 얼굴들은 모두 작게 뽑았습니다. 이는 권위적인 모습을 내려놓기 위함이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대선 이전의 이미지가 가장 큰 약점이었습니다. 추진력이 있지만, 이미지가 다소 과격하다는 공격이 잦았습니다. 광고는 이 콤플렉스를 가리고자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광고를 흑백톤으로 잡았고, 후보의 얼굴마다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표정은 가리고, 진중한 자세로 보이기 위한 컨셉이라 생각합니다.
지지층을 위한 헌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는 단어는 사실 부동층보다는 지지층에게 더 동정심을 자극하기 좋은 카피이기 때문입니다. 카피가 공격적인 것 같지만, 지지층이라고 생각해서 듣는다면 납득할 수 있는 말들입니다.
총평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대선 후보의 '성공적 이미지 형성'을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유권자와의 심리적 연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누구는 국밥을 먹고, 누구는 시장을 다녔겠죠. 이번 선거 광고에서도 이 점을 주의해서, 약점을 가리고 각자의 방식대로 유권자에게 연대감을 주려 했겠죠.
그러나 시대가 빠진 광고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의 문제들(코로나, 민생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이나 담론은 공통적으로 없었습니다.
선거는 내년과 그 이후를 위해서 결정하는 것인데,
오늘의 모습만 보고 내일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이들에게 투표를 하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