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광고들
이렇게 올해도 끝이 보입니다. 코로나가 종식될 것만 같았던 2021년도 이제 내일이면 끝입니다. 작년처럼 올해도 소위 '방콕'이 많았던 해입니다. 재택과 비대면 이슈가 메인이 되었고, 관련 업계가 약진했던 한 해였습니다.
광고도 이러한 비대면 이슈와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비대면 업종과 컨텐츠, 어플들이 많이 나왔고, 또 이를 어떻게 크리에이티브하게 표현할 것인가가 광고계에서는 화두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1년에 나온 국내 광고들을 돌아보며, 어떤 광고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핀테크의 약진
핀테크 관련 업종은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어느 정도 인프라가 형성되니 떡상은 시간문제였던 분야였죠. 대기업의 진출도 적잖았지만, 토스와 같은 스타트업의 등장이 돋보였습니다.
편리성에 대한 인지는 이미 많이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토스를 찾게 되었죠. 이제 편리한 건 다 아니까, 토스의 개성과 브랜드를 함축시켜야 했습니다. 토스는 무엇이다라고 정의하는 과감함이 필요했는데요. 그것을 15초 광고로 깔끔하게 요약해냅니다.
30초 안에 토스가 추구하는 바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모두 정의를 내렸습니다. 편리함에서 나아가 자유롭게 돈을 이용하게 하는 플랫폼의 이미지를 잘 구축하였습니다. 크리에이티브와 카피 모두가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광고 같았습니다.
2021년은 주식시장에 이목이 쏠렸던 한 해입니다.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투자 열풍이 주식으로 옮겨 붙었던 해입니다. '동학개미'라는 단어가 회자될 정도로, 투자 열풍이 강했던 해입니다.
이런 시기에 파운트와 같은 인공지능투자 어플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광고는 주식시장의 리스크인 점을 익살스럽게 부각했습니다. 누군가가 아무리 말로 설명해줘도 모르는 이야기를 스토리로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파운트'가 이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는 솔루션임도 말미에 잘 집어넣었습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기에, 대중에게 인지가 빠르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돌고래유괴단
광고는 이제 티비가 아니라 유튜브가 메인이 되어가는 것을 체감하는 한 해였습니다. TV에서 지켜져 왔던 광고의 정석과 클리셰가 깨진 것을 봤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돌고래유괴단의 광고입니다.
내로라하는 캐스팅과 묵직한 인트로 그러나 이 기대를 뒤틀어버리는 스토리 전개와 밈들. 돌고래유괴단은 대중이 무엇을 예상하는지 알고 이를 극적으로 반전시키는 것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특히 맘스터치와 빙그레와 같은 대형 광고 등을 집행하면서, 잠재된 '병맛'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긴 건 8분이 넘기도 하고, 전개는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돌고래유괴단을 더 돋보이게 해 주었고, 광고와 브랜드 필름의 한 장르를 개척하였습니다.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대표가 과거 인터뷰에서 "처음 광고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만의 색깔을 담아 만들자고 생각했고, 큰 광고가 들어오더라도 그 부분이 지켜지지 않으면 작업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지키려고 노력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기개가 살아있는 컨텐츠들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반전 요소가 주는 재미만 보고 다른 광고들도 맥락 없이 브랜드를 차치하고 병맛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주류가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반전이 좋기도 하지만, 광고가 목적을 잃으면 종국에는 아무도 소비하지 않고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가 남긴 것들
2020년의 키워드는 랜선, 멈춤이 많았습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 랜선 컨텐츠가 많았고 멈춤을 주제로 한 컨셉들이 많았습니다. 반면 2021년은 극복, 회복이라는 단어를 더 강조되고 많이 썼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들도 코로나 장기화에 대한 피로감이 심한만큼, 빨리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여행 광고가 오랜만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전형적으로 쓰던 '떠나자', '보러 가자'는 못 쓰는 상황이기에, 시기에 부합하면서도 여행 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항공업과 여행업계는 코로나로 인해 큰 직격탄을 맞았기에, 이런 광고를 집행한 것이 어떻게 보면 간절한 심정이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광고마다 마스크를 쓰고 벗는 모습이 마치 '극복'하는 클리셰가 되었습니다. 현대차 모하비 광고에서도 이 클리셰를 사용하였습니다. 다만 다른 시대에서의 소신과 의지 등의 가치관을 함께 보여주면서, '위대한 정신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라는 카피로 귀결하며 제품에 가치관을 투영시킵니다.
자동차는 고관여제품이기에, 여러 가지 시각에서 고르고 결정하게 됩니다. 광고는 이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이 과정에서 '시대정신'이라는 키워드로 감성적인 부분을 터치합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대에 맞게 잘 빌드업했다는 것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비록 단어 몇 자더라도, 소비자는 (비슷한 스펙이라면) 이왕이면 더 옳고 반듯한 것을 고르는 것이 소비 판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2022년은 또 어떤 광고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재밌는 컨텐츠로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