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사진을 많이 찍다 보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삭제되는 사진들도 많아진다.
고민하다 지운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무심코 삭제된다.
여름날 파리를 잡는 일보다 더 쉽게 사진은 삭제된다.
그런 사진이 많을수록 좋은 사진도 많아진다.
과연 그럴까?
입맛이 간사한 것처럼 사진도 그렇다.
몇만 원짜리 한정식에 길들여진 입맛은 몇천 원짜리 백반은 음식처럼 보이지 않는다.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진, 예술가의 한 마디면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나도 그렇다.
오늘 문득, 수백 장의 사진을 지우다가 이 사진은 지우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만져봤다. 어~! 괜찮네.
안 지우길 잘했어. 스스로 기특 기특.
삭제하기 위해 찍지 말고 간직하기 위해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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