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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donSun Jun 22. 2017

소중함을 느끼다

언제나 있지만 갑자기 없을 때 소중함을 느낀다

2017년 2월 14일 Grampians National Park


아스팔트가 깔린 시커먼 길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Warrnambool에서 Grampians로 방향을 잡았다. 2시간을 달렸을 것이다. 갑자기 오프로드가 나타났다.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주변에 주택들과 농장들이 간간히 있어 제대로 방향을 잡은 줄 알았다. Grampians 라는 산을 찾아가려면 이 정도 쯤은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문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비포장으로 깔린 흙길 뿐이었다. 아까부터 내 차를 따라왔던 희푸연 황톳빛 먼지는 점점 더 나의 불안을 부추기는 듯 했다. 되돌아갈까? 되돌아갈까?  1시간 전부터 고민하던 거였다. 하지만 이미 내 눈 양 옆엔 경주용 말처럼 앞만 바라보게 하도록 빽빽한 숲이 장막을 쳤다.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가는 수 밖에 없었다.

2시간 쯤을 가도 보이는 것은 빽빽한 숲, 2시간 전부터 나를 어디론가 인도하는 비포장도로, 그리고 동물들 뿐이었다. 


불안과 약간의 공포가 마음을 지배할 땐 평소 귀여운 동물도 무섭게 느껴진다. 가끔 보이는 캥거루, 에뮤, 코알라, 그리고 왈라비. 동물원에서 보았을 때 그렇게 귀여웠던 것들이었는데 말이다. 얼마나 불안하고 공포를 느꼈으면 차에서 내릴 생각을 안했을까. 그 귀여운 것들을 보는 것이 흔한 일도 아니었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나갔을 무렵, 그 오지에서 캠핑을 하는 노부부를 발견했다. 기적을 만난 것처럼 난 반가움이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길을 물었다. 그들은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고 지도를 가리키며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이때 난 비로서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 있던 불안과 공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느꼈다. 이때부터 난 그 노부부가 끈이 되어 앞으로 있을 문명의 도착지가 또 다른 끈이 되어 나를 불안에서 건져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보이진 않지만 이렇게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Mitakuye Oyasin. 

Mitakuye Oyasin. 여전히 흙길이지만 가끔씩 보이는 도로 표지판, 길 위에 나 있는 다른 누군가의 자동차 바퀴 자국들, 일상에 있을 땐 아주 사소한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순간 나도 누군가에겐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누군가 나처럼 헤매게 된다면 내 자동차의 바퀴 자국으로 위안을 삼지 않을까. 드디어 시커먼 아스팔트 길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오지에서 만난 노부부 다음으로 반가운 광경이었다. 평소엔 아무것도 아니었던 아스팔트길, 난 어쩔 수 없는 문명인임을 깨닫는 순간이다. 야생동물이 아닌 이상 문명인은 문명을 벗어나선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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