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볶이

Day 17 채식인의 떡 대신 파스타

by 고래분수

미국 슈퍼마켓 선반이 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엔 사재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내 퇴사 열풍과 코로나19로 인한 인력 부족, 폭설 뒤 교통마비, (퇴사와 자가격리 등으로) 집밥족 증가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며칠 전 장 보러 나갔을 때 선반이 비었다는 인상은 없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와 토르티야 칩 정도만 최근 몇 주 동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기호 식품이라서 큰 걱정은 없다. 그래도 식량 창고 점검 좀 해봐야겠다.

가장 먼저 쌀을 살핀다. 뜯지 않은 쌀은 5kg짜리 현미찹쌀뿐이다. 현미가 없어 조금 걱정된다. 미역과 김을 빼면 다른 한국 식품도 거의 바닥났다. 한 번 삶아 먹을 분량의 고사리, 지난여름 말린 무말랭이 두 주먹, 한 4년 넘은 미숫가루, 들깻가루 작은 봉지가 전부다. 다행히 된장과 고추장, 김치는 넉넉하다.

떡볶이 떡도 한참 전에 동이 났다. 떡과 한국 쌀을 사려면 덴버로 가야 하는데, 이 한 겨울에 로키 산맥을 넘는 장거리 운전은 피하고 싶다. 떡 맛이 좀 그립긴 하지만 대책은 있다. 바로 파스타-볶이!


떡볶이는 쌀떡이든 밀떡이든 한국 떡으로 해 먹어야 제 맛에 가깝다. 게다가 우리 집 떡볶이는 이것저것 다 넣고 끓이므로 정통 떡볶이 맛에서 더 멀다. 하지만 떡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없으면 없는 대로, 고추장이 있는 한 흉내는 낼 수 있다. 떡 맛은 아니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 재미만큼은 누릴 수 있다.


고소한 아마인 가루를 뿌린 현미 파스타-볶이

파스타-볶이

파스타 2인분 (약 140g)

a. 무/마늘/양파/당근/감자 중 아무거나 사방 길이 2cm 이하로 썰어 1컵

b. 애호박/깍지콩/피망/버섯/셀러리 중 아무거나 사방 길이 2cm 이하로 썰어 1컵

c. 두부/템페 2cm 이하로 깍둑 썰어 1컵 (또는 삶은 콩 1/2컵)

d. 케일/배추/시금치/청경채/쑥갓 중 아무거나 채 썰어 1~2컵

고명(파/고수/바질/파슬리/깻잎/깨/들깻가루/아마인 가루 등) 약간

고추장 2큰술

간장 1~2작은술

조청 1.5큰술 (또는 물엿이나 기타 시럽)


1. 큰 냄비에 물 2컵과 재료 a를 넣고 삶는다.

2. 파스타는 조리법대로 삶되, 80% 정도만 익힌다.

3. 냄비 속 a 재료가 반쯤 익으면 b와 c, 고추장/간장/조청을 넣는다. 간장은 취향에 맞게 조절한다.

4. 모든 재료가 익으면 준비한 파스타를 넣는다.

5. 파스타가 익으면 잎채소 재료 d를 넣고 뒤적인 다음 불을 끈다.

6. 고명을 올려 대접한다.



라볶이는 더 좋고!
(왼)템페 넣은 파스타-볶이. (오)서리태 템페 떡볶이
(왼)메밀면 곁들인 템페 떡볶이. (오)참깨 라볶이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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