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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아이 환 Jan 01. 2024

1월 1일의 책

미셸 투르니에 <외면 일기(Journal Extime)>

2024년이다. 곧 생일이 지나면 44살이 된다. 

그게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감이 있고, 아무 것도 새롭게 하지 않고 두기엔 이른 감이 있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보수적인 심장을 지녀버렸는지 난 새해는 창대하기 보단, 정신 차리고 잘 버티길, 새롭게 시작하려고 두리번거리기 보단 주어진 일에서 깊어지길 소망한다.


아침에 일어나 책장을 두리번거리다가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 일기(Journal Extime)>를 꺼내 들었다. 작가의 사생활을 '내면 일기'가 아닌 '외면 일기'라는 제목으로 엮은 산문집이다. 마치 인스타 친구의 하루를 엿보는 것 같은 이 일기는 유쾌한 얘기가 가득해서, 가끔씩 꺼내 읽는다. 새해 첫 책으로 새 책이기 보단, 한 작가의 노련한 삶의 기록을 훑어 보기로 했다. 나와 80년 가까이 생물학적 나이의 간극을 지닌 유럽 작가의 일기를 읽으며, 유쾌하게 한 해를 보내겠다고 작은 다짐도 해 본다.  


1월의 일기엔 이런 글이 있다.

"나는 새해의 시작을 구실 삼아 그동안 소식을 듣지 못한 몇몇 친구들에게 내 모습을 드러낸다. 친구를 잃어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시 접촉하는 주도권을 그에게 맡겨두는 것이다. 그러면 머지않아 그가 꼼짝도 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p19)


'접촉의 주도권'이라니, 그런 게 분명 있지 않은가. 이 명확한 표현에 피식거리며, 오늘 오후엔 친구를 향해 내게 있는 권력을 부려볼 것인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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