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곰 Jun 05. 2023

우울증과 나 자신에 대해

나는 우울증에 걸린 공무원입니다 25

한창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중의 일입니다. 상담을 진행하던 도중에 상담사가 물었습니다. 

"어렸을 때 꿈이 뭐였나요?"

"글쟁이요."

"그러면 나이가 든 지금도 그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나요?"

저는 망설임없이 대답했습니다. 

"예."


상담사는 꾸준히 글을 써 보기를 권했고, 그래서 저는 그때부터 꾸준히 글을 써 왔습니다. 내가 우울해진 과정을 써 보고 싶어서 열 두 편으로 정리를 해 보았고 ([브런치북] 나는 우울증에 걸린 공무원입니다), 우울증에 대해 다뤄보고 싶은 주제들이 있어서 다시 열 두 편을 추가로 썼습니다.([브런치북] 우울증 공무원의 우울증 이야기들)


 딱 4주 동안 일요일만 제외하고 매일 글을 올려서 도합 스물 네 편을 썼으니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은 지킨 셈이겠지요.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이 정도면 쓸 만큼은 썼다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 어떤 글을 써 볼까?'


삼국지 글을 다시 써 볼까? 단편소설을 써 볼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멍하니 산책을 하던 도중 갑작스레 대답이 툭 하고 튀어나왔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써 보자' 라고요. 


저는 말하는 걸 꺼리지는 않습니다만, '말'을 통해 내면의 깊은 부분까지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편입니다. 상담사분도 그 때문에 상담을 진행하면서 꽤나 고생하셨지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하기가 어렵다면, '글'을 통해 내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나의 과거에 대한 에세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기에 앞으로 당분간 쓸 글은, 지금까지 두 편의 브런치북으로 남긴 것과는 달리 아주 개인적이고 사적이며 내밀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순수하게 저 자신만을 독자로 상정하여 거짓없이 과거의 일을 쓰면서, 이를 통해 제 내면에 잠들어 있는 부정적인 부분과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직시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즉 저 자신과의 상담이자 제가 스스로 시도하는 심리 치료인 셈입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도저도 아닌 글이 될 가능성도 높겠지요.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한 번 해 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