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곰과장 이야기 19
최근에 모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한 달 근무시간 283시간이 찍힌 근무 현황표를 인터넷에 올린 모양입니다. 그걸 보고 조금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게 아주 특이한 케이스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공무원이 되어서 온전히 근무한 첫해에 받은 연봉이 원친징수 기준 2700만원입니다. 물론 세전이죠. 그 시절 저는 초과근무를 월 80시간 이상 했습니다. 실제 근무 시간으로 따지면 더 많고요. 그렇게 하면 한 달에 49만 6천원을 초과근무수당으로 수령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인정에 대해 조금 설명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공무원의 초과근무시간 계산은 상당히 복잡한데요. 여하튼 보편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일단 매월 57시간이 초과근무 가능한 시간의 한도입니다. 여기에다 정액분이라고 해서 매월 10시간을 기본으로 제공해 줍니다. 대신 매일 1시간씩 공제를 하죠. 또 08시~09시 사이에 출근한다면 그 시간은 반영되지 않고요. 하루에 인정받을 수 있는 한도 역시 정해져 있는데 4시간입니다.
예컨대 9to6로 일하는 평범한 공무원이 08시 20분에 출근해서 21시 30분에 퇴근한다면 인정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 시간은 얼마일까요? 정답은 2시간 30분입니다. 8시가 지나서 출근했기 때문에 아침 초과근무는 인정받을 수 없고, 저녁 근무시간은 3시간 30분이지만 1시간을 공제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2시간 30분이 됩니다.
그리고 민간기업처럼 흔히 말하는 ‘쩜오’를 주지도 않습니다. 대신 [해당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기준호봉 봉급액의 55퍼센트의 209분의 1의 150퍼센트]라는, 몹시도 괴상망측한 기준에 따라 지급합니다. 헷갈리니까 그냥 단가로 말하자면 7급 주무관 기준으로 올해는 시간당 11,950원입니다. 57시간 가득 채우고 추가로 10시간 정액수당까지 합치면 딱 80만원입니다. 물론 과거에는 더 적었죠.
또 제가 임용되어 한창 일하던 시점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기본 15시간 제공하고 대신 하루에 2시간씩 공제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체로 7시 50분쯤 출근해서 23시에 퇴근하면 하루 최대로 받을 수 있는 4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었죠. 월화수목금은 대체로 저렇게 다녔고, 주말은 그래도 이틀 중 하루는 쉬었습니다. 물론 하루는 나왔지요. 대체로 점심 무렵 나와서 저녁때 퇴근했는데, 어차피 인정받는 시간은 4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시스템상으로 찍히는 초과근무시간은 80시간에서 90시간쯤 되었습니다. 실제 근무 시간은 140시간쯤이었습니다. 여기에다 원래 근무시간(주40시간. 월 176시간)을 더하면 월 300시간이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저녁 먹는 시간을 빼도 대략 280시간 내외지요. 마침 앞서 언급한 글에 올라온 시간과 흡사한 수준입니다. 그렇게 일해서 한 달에 50만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초과근무수당으로 받은 거죠. 1년 내내 그렇게 살았습니다.
어떻게 버텼냐고요? 당연히 못 버텼습니다. 몇 년 후 인사교류를 신청해서 튀었거든요.
라떼 타령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건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근무 환경이죠. 저도 20대 후반의 젊은 시절이었으니까 사오 년간 저런 식으로 버텼지, 지금 저렇게 일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합니다. 할 생각도 없고요. 다만 과거에는 그런 생활에 몇 년이나 절여져 있었다 보니, 저런 말도 안 되는 근무 시간이 이상하지 않게 여겨지게 된 겁니다. 안 좋은 일입니다.
물론 요즘은 집에 일찍 갑니다. 심지어 부서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서 초과근무시간을 안 주기 때문에 초과근무를 해 봤자 소용도 없습니다. 어제는 일 때문에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했지만 수당 따윈 못 받습니다. 쳇.
여하튼 그렇게 살았습니다. 물론 공무원도 워낙 케바케가 심하긴 합니다. 저보다 더 심하게 굴려졌거나 혹은 지금 갈리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또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면서도 단지 수당을 받기 위해 소위 ‘가라 초과’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씁쓸한 일이죠. 같은 월급 받으면서도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불공평이야말로 공무원 조직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인지도 모릅니다.